공문
지금까지 일어났던 카지노 쿠폰와 관련된 일들을 쭉 정리했다.
그 과정에서 관리소의 책임이 몇 가지 확인되었다.
1. 공용시설에 대한 보수 비용을 세입자에게 전가한 것
2. 공용시설 보수를 제대로 하지 못해 2차 피해가 발생한 것
3. 여러 전문업체 검사를 통해 공용시설의 하자 가능성을 말했으나 미온적으로 대응하여 카지노 쿠폰가 커진 것
이런 점들을 정리해서 관리소에 공문을 보냈다. 특정 개인을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라 관리소 시스템의 개선과 피해 보상을 원한다는 내용이었다.
바로 계장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람 등에 칼을 꽂는다, 배신이다, 참 사람 무섭다, 자기 밥줄을 위협한다, 이 나이에 눈물이 난다‘ 등의 말이 내 귀를 내려 때렸다.
결론적으로 내가 제기한 모든 책임을 부인했고, 전문 업체는 다 돌팔이로 치부했고,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내 말은 하나도 듣지 않고 무조건 ‘아니라고!! 아니라고!!’ 소리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전화를 끊고 나서 두 손이 벌벌 떨렸다.
예상은 했으나 막상 듣게 되는 나에 대한 원망과 비난의 고함 소리는 심장을 쪼그라들게 만든다.
혹시 조금이라도 책임을 인정할까 기대했는데 … 역시나 아니었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이 핑계, 저 핑계 대는 계장님의 태도에 화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믿고 싶었다.
사실 이 분도 잘 몰라서, 그냥 통상적으로 처리하던 방법으로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 않을까?
누가 아파트 공용시설에 관련된 규약을 빠삭하게 알고 있겠는가….
적어도 고의는 없지 않았을까…
정작 카지노 쿠폰자는 나인데, 나의 행동으로 다른 사람에게 카지노 쿠폰 주는 것은 싫다.
그래서 또 스스로를 괴롭힌다.
그냥 덮고 가만히 있지, 그냥 나만 카지노 쿠폰 보고 말면 되는데, 왜 괜히 까발려서 다른 사람까지 카지노 쿠폰를 주냐고 혼자 다그친다.
그런데 싫다.
카지노 쿠폰를 당해도 바보 같이 한마디 못 하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기다리는 정신 승리는 지겹다.
너무너무 귀찮고 무서운 싸움의 시작을 굳이 열었지만
나는 알고 싶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과 실체의 괴리를,
그리고 그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다.
이후에도 계속되는 계장님의 전화와 문자에는 그분 나름의 이유가 넘쳐 난다.
이걸 이렇게 갖다 붙일 수도 있구나, 이걸 저런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구나 - 놀라움의 연속이지만
더는 말을 아낀다.
‘관리소의 공식적인 답변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