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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윤 Feb 14. 2025

갑부 카지노 게임 삽니다 (?)

사랑을 부르는 결혼생활 시크릿


내가 카지노 게임가 될 상인가!


태어났을 때부터 나는카지노 게임 팔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부모님은 내가 태어났을 때 한 번, 고3 때 한 번 점을 보러 가셨는데 두 곳에서 똑같이 말했다고 한다.


"딸이 복덩이네. 이 아이는 부자가 될 거야. 그냥 부자도 아니고 카지노 게임!"


하지만 특출 난 재능도 없었던 나는 평범하게 대학에 가고 취직을 했다. 은근히 나에게 기대를 걸었던 엄마는 아쉬움 섞인 농담을 하곤 했다. "아니 뭘로 카지노 게임가 된다는 거야? 개뿔~"


그러던 어느 날 퇴근하고 돌아왔는데 거실에 이불을 깔고 누워있던 엄마가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골치 아픈 일이 많았던 엄마는 답답한 마음에 점을 보러 다녀왔다고 했다.


"아니 글쎄, 그 사람이 엄마 손을 덥석 잡더니 대뜸 악수나 한 번 하자고 하더라고! '걱정할 것 하나도 없네. 따님이 부자랑 결혼할 거예요. 그냥 부자도 아니고 남들한테 이름만 말하면 다 알만 한 유명한 재벌이랑! 그 집에 가서도 기 하나 안 죽고 카지노 게임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아주 잘 살 거예요. 따님만 믿고 살면 되겠네! 부럽다!'이러더라니까!"


엄마는 상기된 얼굴로 마치 내가 이미 카지노 게임에게 프러포즈라도 받은 것처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그때 마침 남자친구랑 헤어진 지 며칠 되지 않아 기운이 없었는데 이별의 아픔이 한순간에 싹 가셨다.


점집에서의 일을 재현하며 신나게 내 손을 잡고 흔들던 엄마의 얼굴과 지금 내 앞에 있는 카지노 게임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이럴 때 '웃프다'라는 말을 쓰는 건가. 희망회로를 돌리며 들떴던 엄마의 모습이 웃기다가도 엄마의 마지막 희망이 무너진 것 같아 슬프기도 하다.


카지노 게임는 개뿔!


카지노 게임을 처음 만났을 때 갓 서른이 된 그는 변변치 않은 일을 하고 있었고 그마저도 곧 그만두었다. 뒤늦게 취직을 위해 토익공부를 하고 자기소개서를 써보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직원이 서너 명 되는 작은 회사에 가까스로 취직했지만 그 후로도 다섯 번 더 회사를 옮겼다. 연봉을 올리거나 커리어를 넓히기 위한 전략적인 이직은 아니었다. 10년 전과 비교해서 그의 연봉은 전혀 오르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또 퇴사를 하고 자영업을 시작했는데 2년 만에 코로나로 폭삭 망했다. 어릴 적부터 돈이 잘 모이는 편이었던 나는 결혼 전까지 통장잔고가 늘 넉넉했다. 난생처음 밑 빠진 독을 바라보는 심정은 처참했다.


그럼에도 그를 탓할 수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굉장히 성실하다. 단 한 번도 지각하는 일이 없고 직원들 중 늘 제일 먼저 출근해서 회사 불을 켜는 사람이다. 일머리가 좋고 새로운 일에 대한 적응도 빠르고 몸도 빠릿빠릿하다. 친화력이 좋아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에도 거침이 없다. 자기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걸 어떻게 그를 탓할 수 있을까.


올해 초 <내가 사랑이라 부르는 순간들 연재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카지노 게임은 갑작스럽게 또 실직했다. 매주 팬티 바람의 해맑은 카지노 게임을 그리면서 실소가 나왔다. 나의 조건 없는 사랑에 또 한 번 시험이 필요했던 걸까? 결혼 후 여러 번의 테스트를 거쳤고 이미 내 사랑은 순도 100%인 것으로 판명 난 상태인 걸!



그럼에도 사랑


내가 사랑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은 ‘조건 없음’이다.


물론 쉽지 않다. 카지노 게임과 결혼하고 험난한 인생의 파도를 타며 안 그래도 비위가 약한 나는 고통스러운 멀미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외부적 상황이 고통스러울수록 오히려 내 사랑은 더 투명해졌다.


마이클 A. 싱어는 <상처받지 않는 영혼에서 말한다.


당신은 사랑 깊은 신을 가졌다.
사실은, 사랑 자체가 곧 신이다.
그리고 사랑은 사랑 밖에 못한다.



카지노 게임과 살면서 가슴이 무너지는 일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사랑을 선택했다. 카지노 게임의 사랑도 연애할 때보다 결혼 후에 더 깊어졌다. 나의 끝없는 인내와 조건 없는 사랑에 감동해서 자기 인생을 나를 위해 살기로 결심했다고 고백했다.


카지노 게임은 (아직은) 돈은 잘 못 번다. 하지만 조건 없는 사랑을 준다. 나를 위해 기꺼이 눈도 간도 빼주겠다는 카지노 게임의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사는 내 마음은 풍요롭다. 아무렴 사랑보다 값진 건 없으니까.

카지노 게임사랑 카지노 게임 / 아이패드 드로잉



but,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물론 나도 돈을 좋아한다. 카지노 게임이 돈도 잘 벌면 좋겠다. 다만 사랑에 돈이라는 조건을 붙이고 싶지 않을 뿐이다.


여전히 갑부 카지노 게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카지노 게임을 슬쩍 떠본다.


"여보, 내 사랑이 진짜인 거 충분히 확인했잖아. 이제 솔직히 고백해도 돼. 여보 비밀 갑부 뭐 그런 거야?"


태어날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그놈의 카지노 게임 팔자는 어떻게 된 건지 여전히 미스터리지만, 나는 우리에게 다가올 황금빛 미래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고 있다.


"여보 알지? 내 카지노 게임 자리는 갑부인 거! 여보가 내 카지노 게임이니까 이제 여보는 카지노 게임 팔자야. 딱 한 명만 누릴 수 있는 건데 여보가 누리는 거라고~ (고맙지? 부담은 갖지 말고~) 지금 당장 일이 잘 안 풀려도 절망할 거 없어. 여보가 부담스러우면 내가 갑부 할게. 그러니까 웃으면서 즐겁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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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참, 12년 전 엄마가 만난 점쟁이의 말 중 딱 한 가지는 이루어졌다.


'카지노 게임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아주 잘 살 거예요.'

카지노 게임사랑 갑부 카지노 게임 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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