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리다 난리. 유성 시외버스정류소는 난리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표를 끊었는데 선착순 탑승이란다. 제치고! 밀치고! 내 엉덩이에 낀 가방은 나 몰라라 하고 버스로 달려드는 가방 주인 아가씨가 꼴불견이다. 도대체 누굴 위해 버스 정류소가 여기에 있는지 싶다. 유성 시외버스정류소는 난리다.그건 그렇고 벗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달려가는 지금 솔찬히 행복하다. 옛날엔 국민학교라 했는데 지금은 초등학교라 한다. 친일 청산을 못 해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리는 대한민국이 잘한 거 하나는 초등학교로 명칭을 바꾸었다는 것.
오늘은 그 옛날 군산문화국민학교 6학년 6반 반창회 하는 날이다. 딱 사십 대 중반인 친구들의 모습은 다양하다. 오늘은 자신이 살아온 삶을 이야기하기보다 어릴 적 함께 나누었던 추억을 이야기하는 날이다. 서로에 대한 배려다. 잘났다 뻐기는 놈 없고 못낫다 한탄하는 놈 없다. 잘난 놈에게는 멋있다 하고 인생이 꼬인 놈에겐 잘 풀릴 거라 덕담을 나눈다. 오늘은 술 한 잔에 취하기보다 벗들의 이야기에 취하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진하게 건배도 하고 몇 잔은 마셔야겠다. 버스 기사는 내 맘을 아는 건지 화장실이 급한 건지 무지하게 밟고 있다. 암튼 좋다. 흔들리는 버스에 나의 설렘도 춤춘다. 이제 한숨 자야겠다. 자고 일어나면 친구들을 만난다.
그렇게 한 숨자고 난 후, 그리웠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만나 즐겁게 지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 허허. 이놈 저놈 난리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코 고는 소리에 눈을 떴다. 창밖은 짙은 안개가 자욱하다. 달님 봉사처럼 두 눈 뜨고도 한 치 앞이 뵈질 않는다. 뜬눈이 무색하다. 나보다 일찍 일어난 두 녀석은 벌써 동네 산책을 마치고 들어온다. 우리가 나이를 먹긴 먹는 모양이다. 새벽잠 없는 아저씨 모습이 우리에게서 나타난다.나는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그대로 누운 채 눈을 뻐끔뻐끔했다. 방안을 쭈욱 살펴보니 지난밤 카지노 게임 사이트과 나누었던 우리의 대화가 방안 구석구석에 맴돈다. 어젯밤 카지노 게임 사이트과 잡은 모기들의 흔적이 이 벽 저 벽 난리다. 붉은 핏자국도 정겹다.
역시였다. 어릴 적 고향 카지노 게임 사이트과 있으면 말이 자연스러워진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도 나도 모두 그렇다. 우린 우리의 단어로 서로를 확인했다. 어젯밤,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데 모기가 제법 많았다. 이놈도 물리고 저놈도 물리는 상황이었다. 촌 동네 모기들도 오래간만에 회식하는 모양이었다. 친구가 한마디 했다.
- 모기 물링게 개랍다 잉.
우린 서로의 눈을 보며 웃었다. 우리의 단어가 익숙하면서 낯설었다. 삼겹살과 목살을 모기들과 함께 구워 먹고 우린 방으로 들어갔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일사불란하게 자리를 준비했다. 테이블이 준비되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준비해 온 광어회가 쫙 깔렸다. 갑자기 친구 녀석이 훤한 형광등 밑에서 말했다.
- 생일 가찬 애들 위해서 케이크 사와야는디….
우린 늦게 합류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전화해서 케이크를 준비해 오라 했다. 드디어 도착한 케이크는 두 개의 테이블 중앙에 자리를 잡았다. 이 모습을 본 친구 녀석이 이야기했다.
- 38선 그서놨냐?
우린 이렇게 익숙한 단어로 서로가 친구임을 확인했다. 그때였다. 한쪽 구석에 있던 친구 녀석이 누구든 들으라고 하듯이 허공에 말했다.
- 와르바시 좀 줘 봐.
순간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모든 시선이 그 친구의 얼굴에 쏟아졌다. 멋진 우리 친구는 너무도 당당하게 우리의 시선에 대
응했다.
-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는데 왜들 그려?
우리는 그렇게 유쾌한 토크를 이어갔다. 너무도 자연스러운 토크는 우리가 6학년 6 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우리의 토크가 끝나갈 때쯤 냉동실에 넣어 둔 맥주도 깡깡 얼기 시작했다. 난 친구의 잔에 맥주를 따르다 패티 병에서 넘치는 맥주를 종이컵에 받았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친구 녀석이 묵직한 목소리로 마지막 맨트를 날렸다.
- 오! 울 선태가 빨러. 멀국이 소중헌지 아네!
그렇게 즐거운 사투리 잔치는 끝났다. 때마침 친구 녀석 중 한 놈도 끝났다. 필름이 끊겼다. 장난기가 발동한 우리는 밖에서 숯을 가져와 누워있는 친구의 얼굴에 작품 하나를 만들고 모두 뒤집어졌다. 한쪽에선 강릉에서 달려온 친구가 전복라면을 끓이고 우린 즐겁게 다음 자리를 준비했다.
지금쯤 모든 친구가 집에 도착했을 것 같다.
- 카지노 게임 사이트아 만나서 반가웠고 늘 고맙다. 내년 이맘때쯤 더 건강한 모습으로 보자.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그새 그립다냐? 니들도 글지 잉? 모두 잘 지내라 잉. 안녕!
이 글을 쓴 지 십 년이 흘렀다. 이때 구수하게 38선을 그서 놨냐고 말했던 친구는 하늘나라로 갔다. 잠시 친구 얼굴을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