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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욱 Apr 19. 2025

"나는 단수가 아니다" 카지노 가입 쿠폰 다시 읽으며

[북 리뷰] 카지노 가입 쿠폰 (전 8권)

드래곤라자를 25년만에 다시 읽다.


“나는 단수가 카지노 가입 쿠폰”라는 명대사로 대표되는, 수많은 이들을 판타지 세계로 입문시킨소설 ‘카지노 가입 쿠폰’를 다시 꺼내 읽었다. 판타지 소설에 관심 있는 분들은 당연히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며, 심지어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제도권에서도인정받은 작품이다. 이 책을 읽은 때는 고등학교 1학년인데, 당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묵향이나 하얀 로냐프 강과 같은 1세대 판타지 소설을 탐닉했었다. 거의 25년 지났지만, 밀리의 서재에 놓인 <드래곤 라자를 보며 다시 읽고 싶어졌다. 기억이 거의 사라지기도 했고, 그때의 감동이 여전할지 궁금했다. 당시의 내가 이영도 작가의 세계관을 제대로 이해했으리라 만무한데,지금의 나에겐 이 책이 어떻게 읽힐지도 궁금했다. 그렇게, 쭉 몰아서 읽을 기회를 노렸다.


올해 초부터, 약 3~4개월에 걸쳐서 조금씩 다 읽었고 이것만큼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카지노 가입 쿠폰 이 책을 읽지 않았구나” 당시에 그저 재미있게 읽었던 것을 생각하면, 세월이 흐른 지금은 완전히 다른 책으로 다가온다. 오래되어서 그런지 상세한 줄거리도 거의 떠오르지 않았는데, 스포 없이 즐길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다. 폭넓은 관계와 다양성 속에서 충돌하며 살아가는 지금에서야 작가의 주제의식이 체감된다. 어쨌든, 오랜만에 판타지 소설을 읽으며, 순수한 즐거움을 느껴보니 옛날 옛적으로 잠시나마 돌아간 기분이었다. 몇 가지 인상 깊은 점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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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간입니다. 당신 같은 페어리나 조화의 엘프가 아닙니다. 더군다나 독단의 드워프도 아닙니다. 나는 인간입니다. 우리는 하나일 수 없는 존재입니다. 나는 주군의 신하 핸드레이크, 루트에리노의 친구 핸드레이크, 바이서스 군의 참모장 핸드레이크, 클래스 9의 마법의 마스터 핸드레이크, 드래곤 로드의 철천지 원수인 핸드레이크, 그리고……고귀한 페어리퀸의 사랑을 받는 핸드레이크입니다.”

“‘나’는 단수형이 아닙니다. 나라는 것은 원래 다면적이고 여럿입니다. 그래서 자기를 위해 산다는 말이 원래 통하지 않는 존재가 우리 인간입니다.”


인간은 왜 카지노 가입 쿠폰 아닐까

작가는 다양한 종족을 통해 인간의 특징을 낯설게 보여준다. 엘프와 인간을 대조시키고, 페어리나 드래곤과의 만남을 통해 더욱 강조한다. 결국 “인간은 단수가 아니다.”라는 명대사를 낳았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각각의 정체성으로 존재한다. 그리고 나보다 더 가치 있는 것들을 위해서, 스스로를 희생시킬 수 있다. 그것은 개별 인간이 그저 홀로 존재했다면, 지금까지 인류라는 종을 이어올 수 없었음을 반증한다.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다.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한 개인은 비록 실패할지언정, 그와 연결된다른 사람들은 그를 기억하고 그의 의지를 잊는다.마치 노무현 대통령이 죽고, 노무현의 시대가 열린 것처럼. 결국, 경험과 지식은 공동체를 통해 누적되고, 결국에는 혼자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곳에 도달한다.그것이 시간과 함께 쌓아 올린 인간의 생존 방식이다.


“카지노 가입 쿠폰 원하지 않아요. (야심 있는) 작자들은 남을 이해할 줄 몰라요. 뭐, 보통은 그런 자들이 왕이 되고, 영웅이 되고 하겠지만,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거지요? 만일 그런 영웅이 무능력하고 비굴하다고 날 비판하겠다면, 난 그 작자에게 초를 만들어보라고 하겠어요. 그러고는 ‘초 한 자루도 못 만드는 주제에. 시장 한편에 집어던지면 굶어 죽기 십상이겠군.’이라고 말해 주지요.

그러면 그 작자는 화내겠지요? 하지만 그런 영웅들은 자기 손으로 먹고 살 재주는 없을 걸요? 다만 무한한 야심으로 다른 카지노 가입 쿠폰을 부려서 왕이 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을 뿐이죠. 그리고 난 그런 야심이 없는 대신, 내 손재주로 내 호구지책을 마련할 수 있고.”


야심이 있다면, 자기만의 왕국을 만들면 될 일이다.

특출 난 사람도, 대단한 사람도 없다. 각자의 역할을 할 뿐이다. 야심이 있다면, 자기만의 왕국을 만들면 될 일이다. 그러니 탓하거나 시샘할 필요도 없다. 영웅이라 하더라도, 초 한 자루 만들지 못한다. 결국 우린 스스로 살아갈 수는 없다. 서로에게 의지해야 한다. 그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건강한 사람들은 ‘다른 카지노 가입 쿠폰 덕분에’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더 실감한다.


건강하지 못할수록 ’다른 사람들의 노력’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저 내 손에 박힌 작은 가시만 크게 보일 뿐이다. 주인공 후치는 다른 인물들에 비해 특출 난 능력은 없지만, 자존감이 높고, 자신을 객관화할 줄 알며,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필요할 때 용기를 낸다. 그렇게 모험에서 결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었다.자신을 잘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능력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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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아무르타트, 그 개자식한테 감사라도 할까요? 우리 마을이 낙원처럼 아름다운 것이 모두 아무르타트 때문이라고? 아무르타트 때문에 더더욱 생존 욕구가 부채질되어 모두가 근면 성실한 카지노 가입 쿠폰이 되어서 고맙다고 할까요? 녀석 때문에 득시글거리는 몬스터들이 심심하면 마을에서 약한 카지노 가입 쿠폰을 죽여버리니까 점점 강한 사람만 남게 해 줘서 고맙다고 할까요?”


삶은 역설이다. 문제는 또 다른 해결책이다.

소설 초반, 드래곤 ‘아무르타르’에게 핍박받는 마을이 등장한다. 그 마을 사람들은 시련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몸과 마음 모두 대단히 강해져 있었다. 그렇게 강해진 그들은 결국, 세상을 구한다. 이것은 역설이다. 어쩌면, 시련이나 변화는 피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될지언정막상 세상은 그런 역경을 딛으며 더욱 강해진다.<눈물을 마시는 새에서도 비슷한 주제의식을 갖고 있는데, 결국 수많은 변화와 경쟁, 혹은 전쟁까지도 우리 삶의 일부다.


잠시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도 그렇다.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이자, 모든 갈등이 하나로 응축된 곳, 미국-중국의 지정학적 관계까지 고려하면 제대로 살아나갈 수 없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친듯한 근면성과 나름의 해학으로, 시련을 이겨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게 느껴졌다. 후치의 ‘그래서, 고맙다고 할까요?'라는외침이 한편 씁쓸하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고통은 역설적으로 고통만 남기진 않는다.


만물은 조화나 혼돈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혼돈이 없으면 조화도 없고, 조화가 없으면 혼돈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양자는 공생을 위해 시간을 만들었다. 시간이 있음으로써 비로소 양자는 공존할 수 있었고 그래서 유피넬과 헬카네스는 모두 만족했다 한다. 만물이 유전(流轉)되기 시작한 것이다. 혼돈이 되었다가 조화를 이루기도 하고, 조화 속에서 다시 혼돈으로 치달을 수도 있게 되었다.


조화와 혼돈은 결코 혼자 존재할 수 없다.

‘완전성’이라는 개념은 존재할 수 없다. 결국 이 세계는 선이나 악, 질서나 혼란 중 하나가 아니라 변화와 흐름으로 존재한다. 조화만 있어서는 정체되고, 혼돈만 있어서는 파괴된다.두 개념은 충돌하는 듯 보이지만, 시간이라는 매개를 통해 상호작용하며 만물을 변화시킨다.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다. 갈등이 없다면 진전도 없고, 규칙이 없다면 공존도 없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승리가 아니라, 그 양극단이 공존할 수 있는 구조와 적절한 변화다.


완전성이라는 개념도 상대성 위에 존재한다. 비교될 때에만 우리는 어떤 것이 완전한지를 판단할 수 있다. 이건 들뢰즈가 말한 '차이와 반복'과도 통한다. 본질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반복 속의 차이에서 드러난다.그러므로 우리는 완벽함이나 절대적인 무엇을 추구하기보다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서로를 비추는 관계 속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 이 세계가 돌아가는 방식이자,인간이 삶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그가 백성들 앞에서 자신을 잊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 나라의 백성, 카지노 가입 쿠폰 그의 친구라고 해도 좋고……, 어쨌든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는 거대한 위험이 있을 땐 언제든지 그 위험과 자기 친구들 사이에 서려는 사람이야. 그는 등을 보여주는 사람이지.”

“등을 보여준다?”

“등을 보여주려면 어떻게 하지? 그래. 앞에 서야 돼. 앞에 서서 이끌고, 앞에서 오는 위험과 불안을 묵묵히 막아줘야 되지. 그게 등을 보여주는 거야. 그리고 등에는 표정도 없어. 따라서 카지노 가입 쿠폰을 속일 수도 없지. 그런데 길시언은 언제든지 그렇게 할 수 있고, 거기에 덧붙여 더 중요한 문제는, 자기가 그렇게 한다는 것도 모르면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점이야. 그래서 난 길시언을 왕으로 생각해.”


왕은 등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보통 리더는 ‘앞장선다’라는 말로 대표된다. 하지만, 등은 보여준다는 것은 ‘내어준다’라는 말에 더 가깝다. 리더로서 가장 높은 경지는 ‘자기희생’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곧 기꺼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위험 사이에 서는 것이 아닐까. 소설에서 길시언은 왕족이지만, 왕은 아니다. 스스로 왕위를 벗어나 모험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말이 서툴고 투박하다. 하지만, 어떤 왕보다도 더 ‘왕’으로서의 책임감과 용기를 보여준다.


등은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지만, 이미 많은 말을 담고 있다. 길시언의 모습을 보며, 세상은 결국 서로에게 등을 내어주는 이들에 의해 지탱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소란스럽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필요한 대답을 듣게 될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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