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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움 Mar 13. 2025

#36. 야매 카지노 게임로 뉴욕 기분이라도 내볼래

카지노 게임



#1.

나의 최애 음식은 늘 그랬듯 김치찌개이지만, 해외로 눈을 돌린다면 카지노 게임나 타코, 샌드위치 등 빵 안에 무언가를 넣어먹는 음식들이 될 것이다.

이것들은 모두 쉽게 만들고 빠르게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나의 원픽이 되었다.

그리고 나의 짠내 나던 자취 시절 속 유일한 숨구멍이 되었다는 점에서 고맙고 애달픈 음식들이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막 연구소 생활을 하던 당시, 외지에서 처음으로 자취를 하며 나는 늘 허기와 싸웠야만 했다.

다른 부서에 비해 일이 많았던 우리 부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별을 보며 집에 돌아와야만 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지역은 연구소 단지가 많아 늦은 밤에 퇴근을 해도 건물마다 불이 켜져 있어 이를 벗 삼아 밤길을 걸어 다닐 수 있었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닭장’이라 불리던 그 집으로 발걸음을 총총 옮길 때면 층마다 켜져 있던 반짝이는 별들이 허기진 내 인생을 달래주었다.


일이 많은 걸까, 일머리가 없는 걸까.


늦은 밤, 집에 도착하면 더 잘하고 싶다는 열망과 이것밖에 못하냐는 자책이 밀물처럼 밀려들어왔다.

그러나 뒤숭숭한 마음과는 달리 체력은 이미 셧다운 상태 돌입이라 앞뒤 볼 것도 없이 침대에 몸을 던지기 일쑤였다.

어쩌다 일찍 끝나는 운수 좋은 날에는 손끝하나 움직이기 싫어서 밖에서 끼니를 해결하거나 그마저도 굶는 날이 허다했다.


'나 일하는 중이니 건들지 마시오. 물어버릴 수 있으니'

별거 없는 내용이 담긴 이 문장에 숨구멍은 어디 있을까.

꿈을 위해, 더 많은 것들을 배우기 위해 선택한 길이었지만 그것을 담기에 나의 그릇은 턱없이 작았다. 시간에 쫓기는 삶은 꿈도, 사랑도 모든 것들을 다 주저하게 만든다.

나는 동전교환기에서 동전이 쉴 틈 없이 쏟아져 내리듯, 숨 쉴 구멍 없이 치달았다.


그런 와중에 가장 많이 먹었던 음식은 바로 집 맞은편 카페에서 팔던 카지노 게임였다.

서브웨이를 먹자니 한번 먹을 때마다 8~9천 원씩 나가는 금액이 다소 부담스러워 카페에서 팔던 5천 원 남짓의 카지노 게임 세트를 사 먹은 것이 발단이었다.

가격이 저렴하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어서 선호하기도 했지만, 카페의 분위기가 좋아서 먹었던 탓이 8할이었다.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재즈를 들으며 5천 원 남짓의 카지노 게임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시켜 먹으면, 앉은자리가 뉴욕이 되는 신기한 마법을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다 업무 폭탄으로 주말까지 일하는 날이면 노트북을 들고 무조건 카페로 직행했었다. 그리고 미드에 등장하는 차가운 뉴욕 도시 여자 느낌으로 한껏 모래 씹는 표정을 지으며 카지노 게임를 한입 베어 물고는 업무를 보았다.

아이러니하지만 허세끼 낭랑한 표정과 얼음장 같던 분위기는 턱 밑까지 조여 오는 숨통을 조금이나마 트이게 해주는 나의 비밀 병기가 되었다.


입에서 싸구려 소시지 맛이 느껴질 정도로 줄기차게 먹었던 카지노 게임 세트는 연구소 생활을 도망치듯 청산하고 닭장을 나오기 전날까지도 구원투수처럼 등판해 나를 구제해 주는 고마운 존재가 되었다.




#2.

카지노 게임는 빠르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거리 음식 중 하나이다.

지금이야 카지노 게임만 전문적으로 파는 가게들이 우후죽순 생겼고, 발품만 팔면 소스와 토핑 조합에 따라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곳들을 찾을 수 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원이나 길거리에서 카지노 게임 노점을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하기사, 공간이 대수일까. 이러니 저러니 해도 빠른 시간 안에 배를 채울 수 있다는 최고의 장점은 변하지 않는다.


육아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불현듯 그때 먹었던 카지노 게임가 생각이 난다.

아이 놀이 용품으로 채워진 비좁은 방구석에서 뉴욕 도시 한복판으로 나를 데려다줄 수 있는 카지노 게임.

카페에서 팔았던 카지노 게임를 똑같이 만들 수도 없고, 1분 1초가 금인 정신없는 평일 아침에 빵을 데우고 소시지를 굽는 등 정석 카지노 게임를 만들어 먹을 수도 없지만 야매 카지노 게임로 뉴욕 기분이라도 내보기로 했다.


카지노 게임를 만들기 전 가장 먼저 해야 될 것은 역시나 뉴욕이 생각나는 재즈 플리 검색하기.


뚱땅거리는 재즈를 들으며 냉동 카지노 게임를 에어프라이어에 돌린 후, 가운데 칼집을 낸다. 소시지와 빵의 온도가 식기 전에 로메인과 슬라이스 치즈를 빠르게 깔아주는 게 포인트.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비프칠리소스가 뿌려진 카지노 게임도 생각나지만, 야매의 생명은 시간과 유도리이므로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며 받았던 소스들을 찾아본다.

오늘의 당첨 소스는 갈릭디핑 소스와 할라피뇨 소스. 얇게 펴 바른 소스 위에 다시 소시지를 얹고 다진 피클과 채 썬 양파 등을 올리면 완성이다.




#3.

아이를 놀이방에 앉혀놓고 맞은편 의자에 앉아 소스 범벅이 된 카지노 게임를 먹었다.

안전가드문 하나만 열고 나오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지만, 호기심과 더불어 조심성도 많은 아이는 생각에 생각을 거치며 심사숙고하는 중이다.


카지노 게임를 먹으며 삶의 치열함과 숨통 트이기를 동시에 느껴본다. 그때와 비교했을 때 치열함의 정도만 놓고 본다면 지금도 별반 다르지는 않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우걱우걱 카지노 게임를 먹던 과거와는 다르게 지금은 '행복'이라는 녀석이 여기저기 숨어있다는 것이다.


부엌 의자 밑에,

아침부터 돌아가는 건조기 앞에,

소파 귀퉁이에 달린 태그에도

틈새 사이사이로 행복이 빼꼼 머리를 내놓고 있다.


지구 반바퀴를 돌아 진짜 뉴욕으로 갈 수는 없지만 재즈 플리를 들으며 꼼지락 거리는 아이를 보는 지금, 여기가 바로 뉴욕이다.


카지노 게임를 먹으며 치열했지만 짜치던 나의 20대 자취 생활에 안녕을 고해 본다.

그리고 어느덧 천둥벌거숭이가 된 사랑스러운 아이와의 새로운 안녕을 빌어본다.




<뉴욕카지노 게임
*재료 손질
- 냉동 카지노 게임: 에어프라이어 180도에 5분 돌리기
- 로메인 : 흐르는 물에 씻은 후 먹기 좋게 손질함.
- 소스 및 치즈 구비.

*냉동 카지노 게임로 뉴욕카지노 게임 만들기
- 냉동 카지노 게임를 데운 후, 가운데 칼집 내주기.
- 소시지를 빠르게 빼고 소스를 바른 후, 그 위에 로메인 상추와 치즈를 깔고 소시지 올리기
- 소시지 사이에 랠리쉬(잘게 다진 오이피클 등) 얇게 펴 바르기
- 케첩 등 소스 뿌리기

*소스는 취향껏. (저는 할라피뇨 소스, 하인즈 카지노 게임 랠리쉬, 하인즈 케첩, 갈릭디핑소스를 사용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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