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목욕
장례를 마치면 보통 탈상한다. 하지만 독실한 불자인 순자 씨는 49재 후에 탈상하기로 마음먹었다. 동생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지만 나는 한동안 순자 씨와 함께 머물기로 했다. 순자 씨는 새벽 다섯 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그를 모신 절로 향했다. 아버지가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진심으로 불공을 드리고 해가 떠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그를 향한 순정인지 부인으로서 도리를 다하려는 마음인지가 궁금했다. 낮이 되면 아버지와 함께하던 밭일을 혼자 힘으로 해 나갔다. 밭을 갈고 모종을 심었다. 무슨 욕심인지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 놀리는 남의 밭까지 빌려 고추 농사를 짓겠다고 나섰다. 집에 일이 없는 날에는 집 주변에 있는 딸기 하우스에 가 삯일을 했다. 하루 일당 오만 원에 종일 쪼그리고 앉아 딸기를 따고 선별하는 일은 고된 일이었고 아버지가 있을 때는 하지 않던 일이었다.
“엄마, 종일 그렇게 일만 하다가는 몸에 무리가 와서 안 돼요. 내일은 저랑 같이 병원에 가서 영양제 주사 한 대 맞읍시다.”
“앞으로 어차피 내가 다 해야 할 일이다. 내가 아직은 건강하니 할 만하다. 걱정하지 마라.”
무료 카지노 게임 씨는 자기의 몸을 혹사한 대가로 밤에 단잠을 이루는 것 같았다.
기뻐도 슬퍼도 시간은 흐른다.
겨울이 가고 봄을 맞으며 아버지의 삼우제를 지냈고 마지막 의식인 49재 날이 되었다. 순자 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처음으로 곱게 화장하고, 그녀가 가진 법복(불자들이 절에 갈 때 입는 옷) 중 가장 화사한 연꽃무늬가 있는 것을 골라 입었다. 그와 함께 한 36년을 정리하는 그녀의 마음에는 서러움과 미련이 가득 차 있었을 테지만 고운 모습으로 단장하고 그를 보내는 그녀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 마음이란 것은 겪어보지 않은 이가 짐작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스님의 염불과 우리 가족의 치성을 드린 49재는 조용하게 마무리되었다.
절에서 모시는 49재는 비용이 생긴다. 내가 조용히 무료 카지노 게임 씨를 대신해 비용을 치르려 총무 스님을 찾았다.
“비용은 보살님이 다 지급하셨어요.” 그제야 나는 무료 카지노 게임 씨가 딸기밭에 삯일 다닌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당신 손으로 준비해 주고 싶었던 것이었다.
집으로 내려온 순자 씨는 주섬주섬 목욕 가방을 챙겼다. 그리고 쨍한 분홍색 티셔츠에 청바지로 옷을 갈아입었다.
“나는 목욕탕 댕기올란다. 각자 알아서 쉬고 있으소.” 순자 씨의 목소리에 명랑함이 묻어났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던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엄마, 같이 가요. 태워다 드릴게요.”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게 걸어가기에 딱 좋은 날이다. 운동 삼아 걸어갈란다. 큰딸은 통장으로 십만 원 보내주시오. 달 목욕(사우나 월 회원권) 끊을 거니까.”
무료 카지노 게임 씨의 뒷모습이 한없이 가벼웠다.
집에서 읍내로 나가는 길가에는 벚나무가 빼곡하게 심겼다. 막 잎이 터지기 시작한 벚꽃 잎이 무료 카지노 게임 씨의 머리카락과 함께 바람에 날렸다.
“여자로 태어나서 남편이 벌어다 주는 월급 봉투 따박따박 받으면서 집에서 살림 살고, 달 목욕 끊어 놓고 목욕이나 댕기는 팔자로 한 번은 살아봤으면 좋겠다.”
내가 어릴 때 무료 카지노 게임 씨가 주인집 아주머니를 부러워하며 푸념처럼 뱉은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