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해석 : 꿈 사례 분석, 꿈의 소원 성취와 왜곡 (2~4장)
꽃은 자신이 '꽃'이라는 것을 모른다.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을 뿐이므로. 꽃의 개념과 해석은, 그것을 바라보는 이들이 부여하는 의미의 모음집이다. 꿈도 마찬가지다.
"<꿈을 해석한다는 것은 꿈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 즉 기타 정신활동들과 마찬가지로 동등하고 중요한 고리로서 우리 정신 활동의 사슬 속에 연결되어 있는 무엇으로 꿈을 대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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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가 꿈에 주목하게 된 것은, 신경증 환자들 덕분이었다. 그들 중 많은 이들이 치료 도중 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으며, 꿈의 암호를 탐지해 내는 해석작업을 하면서 신경증 증상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니 자기 안에서 탐지된 암호를 해독하는 작업은, 자신의 내적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스스로를 치유하는 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꿈의 암호를 해독하기는 쉽지 않은데, 그것은 꿈과 그 꿈을 꾼 사람 사이에만 특유한 비밀이기에 그렇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우리 마음속에는 2중의 판관이 있다. 1단계의 인자한 판관은, 꿈의 소망을 그저 허락한다. 그러나 2단계의 엄격한 판관은, 꿈의 소망이 현실-의식의 마음에 들 때에만 통과시킨다. 따라서 꿈속 소망은 스스로를 변형-왜곡시킨다. 그중 흥미로웠던 꿈 하나를 살펴보자.
[만찬 준비를 하려다 실패하는 꿈을 꾼 어떤 부인이 있었다. 꿈속에서는 집에 훈제 연어만 있었는데, 그날은 일요일 오후라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아버렸던 것이다.] 이건 마치 소원이 좌절되는 꿈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프로이트를 따라 꿈의 비밀 암호를 해독해야 한다.
'훈제 연어': 이는 그 부인의 현실의 어떤 친구가 실제로 좋아하는 음식이고, 그저께 그녀를 만났는데 '언제 만찬에 우리를 초대할 건가요?'라고 꿈꾼 부인에게 물었다. 이 친구에 대해 언젠가 부인의 남편이 호감을 보였다. 그러나 그녀는 남편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남편은 통통한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친구는 빼빼하다.)
'만찬': 부인의 남편은 며칠 전, 살이 너무 쪄서 감량요법을 해야겠으며 앞으로는 만찬 초대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 암호 해독 종합 결과 : 만찬을 열면 (그 친구가) 살찐다. (그러면 남편이 그녀를 좋아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훈제연어를 좋아하는 친구는) 만찬을 열면 안 된다. 꿈은 2단계 심사 통과를 위해, 카지노 게임 기법('나'='친구')으로 자신을 변형(카지노 게임)시키면서 소원을 성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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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해석이 논리적으로는 좀 허술해 보이기도 하고, '소원 성취'라는 결론에 맞춰 약간 억지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흥미로운 수수께끼나 마음을 움직이는 문학으로서는 손색이 없다. 게다가 따지고 보면, 우리는 일상의 현실에서 매일매일 수없이 (비논리적이고도 억지스럽게) '카지노 게임'를 행하고 그것을 경험한다. 무의식적으로, 자식을 부모와 카지노 게임하고, 나를 내가 속한 집단과 카지노 게임하며, 이 사람의 어떤 하나의 특성으로 다른 저 사람과 카지노 게임한다.
"카지노 게임는 히스테리 증상의 메커니즘에서 극히 중요한 요인이다. 환자들은 히스테리 증세 속에서 카지노 게임를 이용해 자신의 체험뿐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의 체험을 표현할 수 있다."
그런데 ‘카지노 게임'는 어찌 보면 모든 삶의 조건이 아닐까? 카지노 게임가 없다면 진정한 '공감'도 없을 테니까. 다만 그것이 그저 '무의식적'일 때는, 문제가 될 것이다. 누군가가 제시한 방향으로 내 삶이 그저 끌려갈 것이고, 그때 나의 삶은 하나의 새로운 '생성'이 아니라, 단지 기존의 어떤 삶의 복제본이 되고 말 테니까.
그러니 가끔씩은, 말이 되든 안 되든, 내가 꾼 꿈을 해석하고 거기에 의미를 달아보자. 내가 무의식적으로 어떤 카지노 게임를 하고 있는지 발견할 수도 있다니 말이다. 만약 그런 대단한 발견 같은 건 못한다 해도, 어떤 꿈이든 나에게로 와서 내 고유한 의미가 되는 꽃을 피울 수는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