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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탄만두 Apr 10. 2025

오늘부터는 카지노 게임아닙니다

회복기의 기록 2


새벽부터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몸이 드디어 눈치를 챘다.


아기의 심장이 멈추어도

입덧이 있었다.

울렁울렁

배에서 내리지 못했다.


인간의 몸은

스위치 on/off 하듯

설정을 바꿀 수 없기에


어제까지 카지노 게임입니다만

이 순간부터는 카지노 게임 아님을

처리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출산과 마찬가지로 유산도

몸조리가 사실 중요하다.


몸은 솔직하다.

중기 이상 유산의 경우

모유가 나오기도 하는 걸.


나의 경우에는

매일 같은 시간에 맞던

호르몬 주사와 질정 사용을 중단하자

증상이 나타났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수술까지 8시간은 남았는데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아무렇지 않게 웃을 수는 없지만

너무 울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피곤했다.

눈앞에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마냥 피곤했다.


동이 트고

주섬주섬 옷을 입고서

티슈 몇 장을 챙겨 주머니에

대충 쑤셔 넣고


남편과 함께 병원으로 가는 길.


근데 나 왜 안 슬프지?

나 왜 괜찮지?

아직 이걸 뇌가 받아들이지 못했나?

두 번째라고 무뎌졌나?

그럴 수가 있나?????

이게 무뎌질 수가 있는 일인가?

여보는 괜찮아?

약간 뭔가 고장 난 거 같지 않아 우리?


시시껄렁한

농담도 뭣도 아닌

그런 것들을 주고받으며


데자뷰 같은

그 길을

남편과 나란히 걸으며


도착을 해보니

대기 3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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