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쿠폰과 에밀 졸라의 어긋난 우정
폴 카지노 쿠폰(Paul Cézanne, 1839~1906)의 <모던 올랭피아(1873)피카소의 입체주의, 앙리 마티스의 야수파에 영감을 준 화가가 폴 카지노 쿠폰이다. 간단히 말해 그는 현대 미술의 산파 역할을 했다. 그러나 카지노 쿠폰이 사물의 본질을 발견하기까지 오랜 세월 많은 시련을 겪어야만 했다.1874년 제1회 인상주의 전시회에 그는 <모던 올랭피아를 출품했다. 화단에 논란을 지폈던 마네의 <올랭피아(1863)를 지지한다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매음을 거래하는 현장이다. 검은 피부의 하녀가 백색 침대 위에 여인이 덮고 있던 얇은 천을 확 걷어 올린다. 그러자 진열된 상품을 선보이듯 그녀의 벌거벗은 분홍색 몸이 드러난다. 그 앞엔 마네의 <올랭피아에 없던 남성이 등장한다. 모자를 벗은 모습이 카지노 쿠폰을 닮았다. 하지만 관객을 포함한 일반 남성의 시선일수 있다. 그는 아편 연기 속에서 여인의 관능을 탐닉한다. 남성의 관음성을 직접적으로 폭격한 작품이다.
그림은 훗날 고흐를 치료하게 되는 가셰 박사가 샀다. 세잔으로서는 최초의 판매 작품이었다. 가셰는 카미유 피사로를 만나 놀랍도록 자유로워진 붓 터치와 눈부신 색채로 그린 오른편 빛나는 꽃다발에 매혹되었다.
하지만 <르 샤리바리의 기자 루이 르루아는 "마네의 <올랭피아가 소묘나 예리함, 마무리에서 걸작이다”라며 세잔을 조롱했다. <라르티스트 지의 평론가는 세잔을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정신착란 상태에서 그림을 그린 광인’으로까지 평가했다.
게다가 정작 힘이 되어 주고자 했던마네가 오히려전시회에 카지노 쿠폰을 초대했다는 이유로 출품하려던 작품을 철수했다. 그는 카지노 쿠폰을 ‘모종삽으로 그리는 미장이’라며 저평가했다. 매우 실망스러운 반응이었다. 이때부터 그는 사람을 피해 친구들의 작은 모임에만 합류했다.
카지노 쿠폰의 아버지는 엑상프로방스에서 모자 판매상이자 수출업을 기반으로 자수성가한 은행가였다. 그는 아들이 자기 은행을 물려받거나 변호사가 되길 희망했다. 하지만 아들은 화가의 길을 선택했다. 파리로 떠난 그는 최고 명문 에꼴 데 보자르 입학을 꿈꿨으나 시험에서 떨어져 아카데미 쉬스에 입학했다. 모네와 피사로가 자유로운 회화를 추구했던 학교였다.
그가 엑스 대학 법학과를 중도에 때려치우고 파리로 유학을 결심하는 데는 한 친구의 권유와 격려가 크게 작용했다. 바로 소설가이자 미술 비평가 에밀 졸라였다. 엔지니어인 장 바티스트 바유와 함께 세 사람은 부르봉 학교(현재 미네 고등학교)의 추억을 공유한 단짝 친구였다.
졸라는 일곱 살 때 아버지가 사망한 데다 병약했고, 지독한 근시여서 자주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럴 때마다 힘세고 덩치 큰 세잔이 도와주었다. 졸라는 그런 세잔이 고마워 그림뿐 아니라 가슴으로 시를 쓴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파리에 오자 졸라의 행동은 기대 밖이었다. 살롱 전시평을 썼던 그는 유달리 심사위원에게 가혹하게 시달렸던 카지노 쿠폰에 대해 일절 언급이 없었다. 소심했던 친구가 에꼴 데 보자르에 두 번이나 낙방하고 살롱전에서도 연이어 떨어지자, 그의 장래를 어둡게 본 듯했다.
세잔은 살롱전에서 낙선을 거듭했고, 1866년 고향으로 내려와 작품 활동을 했다. 이때쯤 졸라가 레베느망 지 <나의 살롱 서문에 '내 친구 세잔에게’를 게재하며 두 사람의 10년 우정을 과시했다. 늦었다. 하지만 세잔은 “자네는 내 청춘의 모든 것!”이라는 친구의 현란한 글에 감동했다.
졸라는 ≪목로주점(1877)≫을 통해 대가의 반열에 들어섰다. 반면 카지노 쿠폰은 1878년 만국박람회와 함께 열린 살롱전에서 낙선했다. 설상가상으로 수집가 빅토르 쇼케가 카지노 쿠폰에게 보낸 편지로 인해 부친이 동거녀 오르탕스 피케와 아들 폴의 존재를 인지했다. 생활비가 200프랑에서 100프랑으로 줄었다.
졸라가 1년 가까이 마르세유에 사는 카지노 쿠폰의 가족을 돌보아주었다. 카지노 쿠폰은 이듬해 살롱전에서 또다시 낙선한 후 메당으로 졸라를 찾아갔다. 인세로 산 집에서 지내는 친구의 호화로운 생활을 목도하자, 카지노 쿠폰은 그만 주눅 들고 말았다.
그러나 카지노 쿠폰이 친구와 결별을 결심한 시기는 세월이 제법 흐른 1886년 일이다. 졸라의 신간 소설 ≪작품≫이 출간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인상주의 화가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은 소설인데, 카지노 쿠폰은 그 주제에 공감하거나, 내용 전개를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자신을 주인공 클로드 랑티에로 대입하여 조롱하고, 비극적으로 끝(자살)을 맺었다고 여겼다. 게다가 열등감을 느꼈던 마네를 자신과 비교하여 높게 평가함으로써 자존감이 훼손당했다. 성공하지 못한 사람을 대하는 친구의 태도를 확인한 세잔은 결국, 30년 우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카지노 쿠폰은 살롱에 출품하지 않기로 결심한 후 혼란한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당뇨와 우울증이 심해지는 과정에서도 더디지만 묵직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이즈음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남긴 유산 2만 5,000프랑이 큰 힘이 되었다. 마흔아홉 살 카지노 쿠폰은 비로소 금전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나 온전히 작품 활동에만 매진할 수 있었다.
카지노 쿠폰은 <생트 빅투아르 산 연작과 함께 정물화에 강박증 같은 집착을 보였다. 모두 200여 점을 그렸다. 1904년 마침내 에밀 베르나르에게 사물의 본질적인 조형적 요소를 전할 수 있었다.
“자연의 형태를 원통, 구, 원뿔 모양으로 단순화시켜라.”
<사과와 오렌지에 등장한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본 분절된 시선은 입체주의로 발전한다. 인상주의처럼 자연의 순간적 변모에 천착했다면, 결코 얻을 수 없는 결과였다. 그리고 하늘은 파랑, 나무는 초록 등 사물의 고유색 개념을 버리고, 색채에 관한 작가의 주관성을 강조했다. 그러자, ‘사과로 파리를 정복하려던’ 카지노 쿠폰은 세계적인 우상으로 떠올랐다.
한편 세기말인 1898년, 졸라를 ‘행동하는 언론인’으로 만든 유명한 사건이 발생했다. '드레퓌스 사건'이었다. 유대인 포병 대위 드레퓌스를 증거 없이 간첩 혐의로 종신 유형을 판결함으로써 민심이 두 동강 났다. 이때 졸라는 일간지 ‘로로르' 1면에 ‘나는 고발한다!' 제하 기사를 써서 그의 무죄를 주장했다.
명성이 하늘을 찌르던 졸라는 자신이 놓친 세잔의 장점이 빛을 발하는 순간을 직접 목도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다시 화합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는다. 1902년, 벽난로에서 새어 나온 가스중독으로 에밀 졸라가 먼저 사망했다. 3년 후 세잔도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던 중 강한 비바람에 쓰러졌다. 죽음 앞엔 모든 것이 무상하다.
다만 세잔은 삶의 중요한 교훈 하나를 남겼다. 우정이 금이 갔을 때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자책하는 것은 소모적이다. 정진하라. 보란 듯이 성공하라. 그래서 네가 나를 잘못 보았다는 것을 입증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