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함이 특권이 되어가는
도시가 닷새 째 불타고 있다. 외출이 불가한 것 외에 우리 동네는 큰 피해가 없지만, 집을 잃거나 대피 명령으로 집을 떠나 있는 친구들이 많다.
엊그제는 공기가 너무 안 좋아서 짐 싸서 시댁으로 가려다, 인근에 있는 헐리우드힐의 불길이 잡혀 짐을 다시 풀었다.
화재 발생 당일날, 여느 때처럼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며 달리기를 하는데 바람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민 와서 처음 느낀 강풍이었다. 집에 와 보니 남편이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며 일찍 돌아와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도시 전체가 이런 전대미문의 화염에 휩싸이게 될 줄은.
다음 날 아침에 벌건 해가 솟았다. 살면서 본 붉은빛의 갈래 중 가장 불길한 톤이었다. 하늘은 두터운 재로 켜켜이 뒤덮인 채 당분간 어두운 날들이 지속되리라는 암시를 내리고 있었고 피가 뚝뚝 흐를 것 같은 태양과 짙은 잿빛의 대비가 원초적 공포를 자아냈다. 남편과 나는 창 밖을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연말에 이어 새해에도 곳곳에 가슴 아픈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이 다치지 않고 무사했으면 좋겠다.
몸 마음 다들 건강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