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여섯 살 무렵이었다.
엄마가 고구마순 한 소쿠리를 신문지에 엎더니 껍질을 까기 시작했다. 손이 얼마나 빠른지 들숨에 한 줄기, 날 숨에 한 줄기가 쉴 틈 없이 소쿠리에 던져졌다. 연희는 분명 그 작업을 즐기고 있었다. 반복된 리듬이 주는 희열을 혼자 조용히 만끽 중이었다.
"... 엄마, 재밌나?"
"어, 재밌다. 니도 해볼래?"
나는 아이템풀 학습지 풀던 연필을 살포시 내려놓고, 연희의 손놀림을 학습하기 시작했다. 꽤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이제 해 봐도 되겠다는 결심을 내리고, 느린 속도로 흉내 내보았다.
줄기 끝 부분을 톡 꺾어 잎 쪽으로 벗겨내려 가는데 아주 미세한 물보라가 일었다. 눈을 크게 뜨고 가까이 바라볼수록 록 선명하게 정말 물보라가 있었다. '세상에 별 희한한 곳에서 물보라를 다 보네.'
나는 그 물보라가 너무 예쁘고 신기해서 고구마순을 혼자 다 까고 싶었다. 물론 연희는 고구마순을 들숨에 하나, 날 숨에 하나 까야할 만큼 바쁜 사람이었기에 나에게 할당된 고구마순은 열 개도 되지 않았지만, 그날 고구마순이 만들어내던 물보라는 내 심장 깊은 곳에 각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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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인가,
냉장고에 있던 빨강무에 노랗게 작은 싹이 올라왔다. 어떡할까 하다 별생각 없이 물컵에 담아놨더니 얼마나 잘 크는지, 노리띵띵하던 이파리가 힘찬 샛초록으로 변해있었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카지노 게임 생전 첨 보는 초록이었다.
순간
카지노 게임 물보라가
사막과 캐년과 아침 햇살이
살면서 나를 감탄케 했던 모든 것들이 떠오르면서,
아, 그 자리는 나이 먹지 카지노 게임구나.
여섯 살 카지노 게임과
마흔둘 빨강무가
같은 자리구나.
할매 돼도 똑같겠구나.
오이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