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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웅진 Apr 10. 2025

굶주리는 카지노 가입 쿠폰과 아이들

단편 추리소설


카지노 가입 쿠폰


바람만 들지 않을 뿐 바깥과 다름없이 추운 방에서 낡은 담요를 뒤집어쓰고 쿨럭 거리는 카지노 가입 쿠폰들.

개·고양이와 노는 아이들이 그려진 책에서 눈을 떼고 나와 알렉세이를 바라보던 조그마하고 장작처럼 마른 아이들.

아마도 배불리 먹어본 기억이 없을 그 아이들은 호기심과 두려움과 기대감이 뒤섞인 표정을 짓고서 우리를 바라봤다.

문득 빵 한 조각, 통조림 한 개라도 챙겨 오지 않은 걸 후회했다.

알렉세이는 애써 모른 척하며 아무 말 없이 이곳저곳을 뒤졌다.

조금이라도 기력이 있어 보이는 카지노 가입 쿠폰에게 알렉세이가 거친 말투를 쏴댔다.


“이봐, 다들 잘 들어! 나도 그리고 여기 계신 하사님도 좋아서 이러는 게 아냐!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마음가짐을 잃으면 이 도시 주변의 저 파시스트 놈들과 다를 바가 없는 거야!”


모두들 덜덜 떨며 자기 말을 경청하자 알렉세이는 으쓱하며 말을 계속했다.


“그래, 물론 굶주림에 눈이 뒤집혀 그런 걸 먹을 수는 있어. 하지만, 하지만 말이야 그런 고기를 ‘가공까지 해서’ 먹는다면 그것이야 말로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범죄인 거야. 그리고 당신들은 그런 범죄의 공범이 되었어. 그러니 당신들은하사님과 나한테 적극 협조하지 않는다면 말이지, 무슨 일을 당해도 싸단 말이야. 알았어?”


“이봐, 알렉세이!”


자꾸만 나를 들먹이는 게 기분 나빠서 제지했을 뿐이다.

하지만 닦달을 당하던 사람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알렉세이가 “아, 예, 예” 하며 움츠러들자 다들 경외심을 품고서 혹은 비굴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게 아닌가.

그 덕에 일은 좀 더 잘 풀려갔다.


“하…, 하사 나리. 저희에게서 빵 배급표를 빼앗는다거나 하지 않으신다면…, 하긴 어차피 다 들어서 아실 것이라 생각하고서 말씀드리는 겁니다요.”


방 중앙의 무쇠난로 옆에 누운 채 종종 나뭇조각을 집어넣던 카지노 가입 쿠폰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비굴함과 증오 비슷한 것이 한꺼번에,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약속하겠소.”


카지노 가입 쿠폰은 의자 다리였던 긴 나무토막에 의지하여 몸을 일으켰다.

그가 ‘쿨럭~’거리며 증언을 시작하자, 다른 사람들은 조마조마하면서 그를 바라봤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이 전쟁으로 가족을 잃고 여기 모여들었습니다요. 여러 사람이 한 곳에 모이면 그나마 외롭게 죽지는 않겠구나 싶기도 하고…, 어린 것들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죽더라도 돌봐줄 이가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었으니까요.”


카지노 가입 쿠폰이 잠깐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는 것 같더니 다시 나를 보며 말했다.


“크바슈나가, 그러니까 여러분이 체포한 그 카지노 가입 쿠폰네가 우리의 먹을거리를 책임지게 된 건…, 그 친구가 그나마 가장 젊고 기운이 남은 축이어서였지요. 툭하면 적백내전이라든가 폴란드와의 전쟁 때 돼지나 거위를 어떻게 약탈하고 요리했는가를 떠들기도 좋아했죠. 그래서 귀중품을 하나씩 가지고 나가서 먹을 수 있는 것과 바꿔오게 한 겁니다요.”


기침 때문에 카지노 가입 쿠폰은 종종 말을 쉬어야 했다.


“처음에는 크바슈나가 귀중품을 빼돌리는 건 아닌가… 의심했습니다요. 하지만 나름 정직하고 의리도 있는 자인 걸 깨닫고 전적으로 의지하게 되었습지요.”


검은머리 여자아이가 카지노 가입 쿠폰의 등 뒤로 다가와 기댔다.

카지노 가입 쿠폰은 등을 돌려 안아주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크바슈나는 고기도 구해왔습니다요. 수완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카지노 가입 쿠폰에게 매달린 아이가 울기 시작하자 카지노 가입 쿠폰은 머리를 쓰다듬어 달랬다.


“이 아이들은 개나 고양이에 관한 걸 그림책으로 배우고 있습니다요. 다 누군가의 냄비에 들어갔으니까요. 그런 판에 도대체 어디서 고기를 구했을까요? 하지만 저희는 의심하지 않고 먹었습니다요.”


다른 카지노 가입 쿠폰도 말하는 이처럼 침통해했다.

하지만 알렉세이는 그들이 표정을 꾸미고 있다는 듯 의심하는 것 같았다.


“그렇습니다요. 이 죽음과 굶주림의 도시에 사는 주민들 중에 여러분처럼 규칙적으로 충분한 배급을 받는 군인이 아닌 이상… 그런 고기를 입에 대지 않은 사람은 결코 없을 겁니다요. 단 한 명도 말이죠!”


나는 화내려는 알렉세이를 노려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알렉세이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난로 뚜껑을 열고 자신이 의지하던 나무토막을 던져 넣은 카지노 가입 쿠폰이 주저앉아서 말을 계속했다.


“죄송합니다요, 나리들. 뼈가 늙다보니 추위를 잘 타는군요. 혹시 모르죠. 그 고기를 먹은 탓에 벌을 받고 있는지도요. 사람이 사람고기를 먹으면 몹쓸 병으로 죽는다고, 그래서 식인을 안 하는 거라고 저도 옛날에 들었습니다요. 하지만 단 하루라도, 단 한 시간만이라도 더 살고 싶은 게 인간의 마음…. 나아가 굶주림은 자신의 팔다리까지 뜯어먹고 싶을 만큼 고통을 줍니다요. 그 고통을 겪어본 일이 없을 여러분은 결코 저희를 이해하지 못하실 겁니다요.”


이해한다고 말할까 했다.

외갓집이 기근에 시달리던 게 생각나서였다.

일본인 지주에게 아부하는 조선인 마름이 수리조합에서 대주는 농사용 물값이며 비료값, 농기구값 등을 핑계로 가차 없이 뜯어갔기 때문이었다.

내가 이 카지노 가입 쿠폰에게 친절했던 것도 그런기억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무튼 크바슈나는 몇 주 전부터 소시지도 구해왔습니다요. 크바슈나는 라도가 호수를 통해 들어온 군대 보급품이 암시장에 나돌고 있다고 했지요.”


“역시!”


이렇게 외치며나서려던 알렉세이를 노려봄으로써 침묵시켰다.


“하지만 크바슈나가 가지고 나간 걸로 그렇듯 신선한 소시지를 구할 수 있나 의심했습니다요. 아시다시피 군용 소시지는 저장 상태 때문에 품질이 별로 좋지 못하니까요. 그런 소시지를 먹고 종종 탈이 난 병사들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요. 하지만 아무도 크바슈나에게 묻지 않았습니다요.”


“이봐, 그러니까 본론이 뭐냔 말이야? 그 소시지를 어디서 구해왔는지, 그 크바슈나라는 영감탱이가 뭐라고 말했는지 말하란 말이야! 당신에겐 이야기했을 법한데 말이야!”


“알렉세이!”


알렉세이를 다시 침묵시키자 카지노 가입 쿠폰은 우리가 기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바츨라프 거리에 ‘푸슈킨 서점’이 있습니다요. 크바슈나가 늘 다르게 약속해둔 시간에 그자들과 접선해서 소시지를 구입했더라고 했습니다요. 처음에는 암시장에서 그자들을 알았다고 했지요. 당연히 늦게 가면 그날 소시지는 없는 거고, 거래 시간도 다시 정해야 하죠. 물론 저는 모릅니다요, 시간을 어떻게 다시 정했는지를요.”


잠시 말을 멈추고 카지노 가입 쿠폰은 알렉세이의 눈치를 봤다. 내 눈치를 보는 알렉세이가 별다른 역정을 낼 것 같지 않자 카지노 가입 쿠폰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들이 어디서 어떻게 그런 걸 만드는지도 모릅니다요. 크바슈나도 알기 싫다고 짜증을 내더군요. 하지만 요즘 그런 고기를 먹는다는 자들에 관한 소문과 달리, 그들은 결코 기름기가 흐르거나 살이 찌거나 한 자들은 아니라고 했어요.”


카지노 가입 쿠폰은 기침을 하느라 말을 멈췄다. 그의 목소리가 더 가늘어졌다.


“이 도시의 평범한 사람들 마냥 얼굴빛이 바라고 비쩍 마른 자들이라고 하더군요. 아마도 자신들끼리는 그걸 먹지 않는지도 모르죠. 제가 아는 건 여기까집니다요, 나리들. 부디 저희 늙은 것들에게는 벌을 내리시더라도 저 어린 것들은….”


카지노 가입 쿠폰의 눈이 가리키는 지점에서 아이들이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알았소. 노력해보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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