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웅진 Apr 17. 2025

카지노 쿠폰 쓰는 작전

단편 추리소설

카지노 쿠폰




사령부에 보고하려고 돌아가다가 그 노인이 말한 푸슈킨 서점에 들렀다.


“제길!”


“뭡니까?”


“저기 말인데…, 몇 시간 전에 장인어른을 뵙고 오다가 지났던 곳이야.”


소곤거리며 뭔가를 거래하던 세 사내가, 군복을 입은 나를 보자마자 뒤도 안 돌아보고 사라지던 그들이 신기루처럼 다시 보이는 것 같았다.


제길, 그들이 범인일지도 모르는데!

그들 중에 범인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내 정체가 진작 드러났군!

탐정 노릇하기 정말 힘들구먼.


머릿속이 혼란스런 판에 알렉세이가 내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일단 크바슈나부터 족쳐서 그놈들과 어떻게 연락했는지 알아보지 말입니다.”


그러겠다고 했다. 다른 수가 없었으니까.

더구나 나 또한 그자들의 얼굴을 봐뒀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할 일이었다.


“게다가 그 녀석들이 하사님의 옷만 봤지 얼굴은 보지 못했을 수도 있지요.”


곰곰 생각해보니 나 또한 그놈들의 옷차림만 기억할 뿐, 얼굴은 희미했다.

한숨이 나왔고, 그래서 말을 돌리고 싶었다.


“그런데 말이야, 소시지 같은 걸 만들려면 큰 창고가 있어야 하지 않나?”


당원이 된 직후 견학한 육가공품 공장이 생각나서 한 말이었다.

알렉세이는 피식 웃으면서 조롱조로 대답했다.


“돼지 한 마리로 소시지를 만든다면 아주 작은 곳에서도 작업이 가능합니다. 원래 농가에서 만들던 거니까요.”


사령부까지 걸어가면서 소시지 만드는 방법을 알렉세이에게서 들었다.

내가 외갓집에 갈 때마다 외할머니께서 해주신 맵쌀순대와 만드는 방법이 대동소이해서 놀랐다.

북쪽 분이셨던 외할머니는 멥쌀과 잘게 썬 돼지고기, 돼지피와 마늘과 나물을 섞어 대창과 소창에 채워 넣은 순대를 잘 만드셨다.

그 이야기를 해주니 알렉세이가 침을 삼켰다.


“살아 있는 돼지와 쌀을 구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해먹고 싶습니다. 쌀 대신 파스타를 잘게 부셔 넣어도 될라나요?”


“이 사람아, 아까 그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당분간 참아야 할 걸세.”


알렉세이는 입을 다물더니 사령부까지 가는 내내 침울해했다.






“지하실을 모조리 뒤져야 하나? 항구 쪽의 버려진 창고도? 소시지 작업장으로 쓸 수 있을 것 같으면 어디든지? 빌어먹을! 병력도 부족한데 엄청난 작업이 되겠군.”


시티코프 소령이 마주잡은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 손 모습이 흡사 기관총의 삼각대처럼 보였다. 이마에는 고랑이 여러 개 파여 있었다.


‘피난과 사망으로 비어버린 집들도 넣으셔야죠, 소령 카지노 쿠폰.’


내가 덧붙이기는 했지만, 아마 시티코프 소령도 이런 생각 정도는 했을 것이다.


“교외의 파시스트 놈들을 제거하는 것보다 더 큰 과젭니다, 동지. 카지노 쿠폰 동지께서 원하시는 일이니까요.”


NKVD에서 파견을 나온 베리야 대위가 투실투실한 입을 놀렸다.

베리야 대위는 나와 함께 레닌그라드로 왔는데, 모스크바를 출발할 때부터 재수 없던 자였다.

툭하면 ‘스탈린 동지’를 운운하는, 스탈린이라는 이름 석 자를 몽둥이처럼 휘둘렀다.

하긴 그의 먼 친척이 스탈린의 최측근이고, 베리야 대위는 그 친척의 지시에 따라 지휘관급 장교를 감시하니 그에게는 그럴 ‘자격’이 있긴 했다. 그러면서도 위험한 임무는 모두 교묘하게 피해왔다.

시티코프 소령은 ‘누가 그걸 모르는 줄 알아?’라는 마음속 외침을 고스란히 담아 베리야 대위에게 입으로 내던지듯이 쏘아붙였다.


“반세기 넘은 건물 중에는 시청에서도 파악하지 못한 공간이 있을 수도 있네. 혁명 전 귀족이나 부르주아 들이 재산을 빼돌리거나 탈출하려고, 혹은 정부(情婦)나 사생아를 숨기거나 마음에 안 드는 녀석들을 가두려고 만든 ‘비밀의 방’ 말이지.”


“그렇군요. 혁명 열사분들이 황제나 귀족을 제거하려고 그런 곳에서 폭탄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동지. 혁명 후에는 백위군(白衛軍, 황제 지지파) 놈들이 레닌 동지나 카지노 쿠폰 동지를 암살하려고 아지트로 썼다지요.”


베리야 대위는 시티코프 소령의 짜증을 신경 안 쓴다는 듯이 덤덤하게 의견을 개진했다.

시티코프 소령 같은 ‘상관’들을 많이 겪어서 단련이 된 모양이었다.


“이거 참 난감하군.”


그 둘의 대화를 경청하던 나와 알렉세이는 감히 끼어들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도 우리 생각을 묻지 않았으니까.

다만 우리가 보고 들은 것을 확인하려고 종종 질문을 던지기는 했다.


“20시간 남았네. 카지노 쿠폰 동지께서 제시하신 때까지…. 여유를 부릴 순 없지. 잠 한번 자면 몇 시간씩은 꼭 사라져 있으니까 말이야.”


“적당한 놈을 잡아다가 마구 패서 불게 할 수 있다면….”


베리야 대위의 말에 시티코프 소령은 고개를 흔들었다.


“만약 그놈이 범인이라고 카지노 쿠폰 동지께 보고했는데, 사건이 계속일어난다면? 그러니 시 외곽 병력을 일부 돌려서라도 수상해 보이는 건물과 창고를 모조리 수색해야 해! 카지노 쿠폰 동지의 말씀대로 외부의 적을 잘 막아도 내부에서 암약하는 쥐새끼들을 못 막으면 모든 게 허사라고!”


‘그리고 우리도 끝이지.’


죽기 전에 올가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순간 시티코프 소령이 불쑥 외쳤다.


“어이, 하사. 자네 의견을 듣고 싶네.”


화들짝 놀란 나는 우물쭈물했다. 그때까지 하던 생각을 그 자리에서 대놓고 내뱉을 수는 없었으니까.


베리야 카지노 쿠폰가 ‘대신’ 대답했다.


“낚시카지노 쿠폰 드리우면 어떨까요, 저 친구로 말이죠.”


베리야 대위가 오른손 가운뎃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니 화들짝 놀라고 부아가 치밀어 항의할 뻔 했다.


“안 돼!”


시티코프 소령이 외쳤다.

그의 발언이 반갑기는 처음이었다.


“몽골인이라니! 이 도시에서 없어지면 당장 눈에 띌 자를, 이 친구의 업적을 알려댄 보도반원들 덕에 한 번쯤은 봤을 자를 납치하겠나?”


“하지만 지금 상황을 이만큼 아는 건 우리 넷뿐인데…, 알렉세이는 어떨지요?”


그러자 시티코프 소령은 더 어이없다는 듯이 껄껄 웃었다.


“저 헤라클레스 같은 친구를 납치할 녀석이 세상에 어디 있겠나? 고기라면 많이 나오겠군. 아하! 자네가 하면 어떻겠나, 베리야 대위? 잘 되면 카지노 쿠폰 동지도 크게 치하하실 걸세!”


대위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