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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선 Mar 20. 2025

우리나라 전통 허브, 카지노 게임

카지노 게임은 나물도, 허브도 아니다. 그냥 카지노 게임이다.

요즘 제 존재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시골생활을 떠올리며

내 존재는 이미 이 세상에 태어나 두발로 서 있음에도 , ‘나’를 정의하기 위해 틀속에 가둬두려했었습니다. 나를 어떻게 부르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름이 본질을 바꾸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름을 통해 존재를 다르게 인식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깻잎은 본래 깻잎이지만, 그것을 허브라고 부르는 순간, 그 가치를 새롭게 바라보게 된 ....

우리나라 전통 허브가 카지노 게임이라는 문구에서 든 생각을 적어 봅니다.



카지노 게임의 향이 짙어지는 7월.. 몇 줄기 꺽어왔다가 어머님께 잔소리 들은 기억이 있다.

“들깨가 달릴 껀데 왜 꺽어왔니, 카지노 게임 나물이라도 해 먹으려 뜯어왔어?” 그런데 나도 꺽어온 카지노 게임을 화병에 담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카지노 게임은 나물이니까.

카지노 게임을 생각하니 향이 떠오른다.

아침에 이슬이 맺힌 카지노 게임 향을 맡아보는 여유의 향이

미나리를 다듬으며 상쾌한 향을 느끼는 시간의 향이

뜨거운 물을 부어 쑥 향이 퍼지는 순간을 즐기던 향이 퍼진다.

나는 그것을 허브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우리나라 전통 허브, 카지노 게임’ 이 문장을 보는 순간, 나는 깻잎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카지노 게임은 본래 카지노 게임일 뿐인데, 그것을 허브라고 부르는 순간, 카지노 게임이 달라보였다. 나물에서 허브로, 평범한 것에서 가치 있는 것으로. 하지만 카지노 게임이 변한 것은 없다. 변한 것은 카지노 게임을 대하는 나의 태도이다.

우리나라의 각각이 굉장히 독특한 향을 가지고 있는 식물이 나물이 아니라 라벤더나 로즈마리처럼 허브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이 생겨버린 순간이다.


서양에서 ‘허브’라는 단어가 본래 ‘향기로운 풀(herba)’에서 유래한 것처럼, 우리가 카지노 게임이나 방아잎을 허브라고 부르지 않은 이유는 그저 ‘허브’라는 이름을 붙일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카지노 게임은 한국의 바질,

방아잎은 한국의 민트로 말이다.

항상 향이 있던 카지노 게임을 왜 집안에서 어울려 있을 수 있는 식물로 보지 못했을까? 왜 먹기만 했을까.

꽃은 아름답다고 했지만, 카지노 게임의 향기를 음미하려 하지는 않았다.

바질은 허브라 했지만, 방아잎은 그냥 강한 향을 가진 나물이라 했다.


늘 나의 곁에 있었던, 그것을 '허브’라고 인식하는 순간 허브가 됐다. 본래 어떤 성질을 가졌냐가 아니라,

내가 어떤 태도로 그것을 대하느냐만달라졌을 뿐인데..

그렇다면 나 또한 마찬가지 아닐까?

내가 무엇이라 불리든, 어떤 역할과 가치가 주어지든, 나는 본래의 나로서 존재할 뿐이다.

존재는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 존재는 단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존재는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발견되고, 새롭게 해석된다. 나 또한 이름을 뛰어넘어, 스스로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 있다. 이제는 이름이 아니라 본질을 보고 싶다. 나를 포함한 모든 존재를, 있는 그대로. 깻잎이 허브든, 나물이든, 결국 깻잎인 것처럼, 나는 그 어떤 이름을 가져도, 그저 ‘나’로서 존재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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