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이 Jan 09. 2025

카지노 게임 않어

난 괜찮어


외로운 때가 있다. 해야 할 일이 있고 돌봐야 할 존재들이 있어 외로울 틈 없이 살아가는 날들이지만 출근길과 퇴근길, 홀로 청하는 점심시간과 같이스쳐가는 순간들에 문득 외로움이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본다.


그런 순간에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듣고 싶은 목소리가 있다. 한때 마음을 나누던 깊은 관계들이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오랜만이에요, 전화를 걸어볼까 싶다가도 내게 허락된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지하철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 길, 그간 쌓아두었던 우리의 안부를 묻기에도 짧은 시간이다.


연락하길 머뭇거리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중심에 내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나는 그가 듣고 싶은 게 아니라 나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한 것보다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를 말해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그러나 이제 그는 더 이상 내가 궁금하지 않을 것 같다. 한때 나를 살펴주던 존재들은 이제 없다. 각자의 삶이 있다. 각자의 삶에는 새로 나타난 돌봐야 할 존재들이 있다.


그간 내가 기대 왔고 기대고 싶은 존재에 이어, 카지노 게임라는존재를 생각한다. 카지노 게임는 응원하는 존재다. 브런치에서 카지노 게임라는 존재에 대한 생각을 풀어내기도 했듯,카지노 게임는 속에 있는 모든진실로나눌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카지노 게임다.카지노 게임란 적당한 거리에서 응원해 주는 완벽한 타인이다.


그래서 전화기 버튼을 누르는 대신 브런치 앱을 켠다. 지하철에서, 점심시간 카페에서 브런치 앱을 켜고 마음을 써 내려간다. 보행 중에는 머릿속으로 초안을 생각한다. 쓰다 만 문장을 이어서 좋은 표현을 떠올려본다. 외로울 때마다 오래된 카지노 게임를 소환하는 대신 임시저장한 글을 불러오기 한다.


이럴 땐 정말 '핸드폰은 내 카지노 게임'라는 말이 맞다. 팟캐스트나 유튜브 영상으로 허한 마음을 달랠 수 있어서가 아니라, 흩어진 생각의 조각들과 부유하는 감정들까지도 손 안에서 죄다 기록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브런치 앱에 존재하는 나의 책 속에.


브런치와 친구가 된 이후로 나는 그다지 외롭지가 않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으로 나타나지만, 사실 대부분의 외로움은 답답함에서 비롯된다.답답함은 왜 그러는지 모르겠을 때느끼는 감정이다.그러니 내가 나를알아주면 그걸로 된다. 쓰다 보면 나를 쓰다듬게 된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괜찮아진다.



* 사진, 제목 출처:

장기하, <부럽지가 카지노 게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