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뭣도 안 되는 것을
감히 류귀복 작가님의 책 제목 <돈 버는 브런치 글쓰기를 인용해 봤다. 재치 있는 글솜씨로 출간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유한 책이다. 브런치에는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으니 단연 인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 작가 지망생이 아니더라도 브런치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호기심이 갈 만한 주제다.
개인적으로 작가님의 솔직함이 좋다. 열심히 돈을 벌면서 돈에 관심 없다고 말할 수 없듯이, 진심으로 글을 쓰면서 출간에 관심 없다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일반적인 판매 부수나 인세율을 생각할 때 출간은 돈과 직결되진 않지만 좋아하는 일로 돈까지 벌 수 있다는 건 충분히 매력적이다.
인스타, 블로그, 유튜브 등의 플랫폼으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보다 브런치로 돈을 벌었다는 건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마케팅적인 요소가 가장 적으면서도 오로지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콘텐츠인 데다가, 내가 쓰고 싶어서 쓴 나의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된다는 건 꿈만 같은 일이다.
블로그 글쓰기로 1년에 100만 원, 200만 원까지 벌어본 적이 있다. 애드포스트, 원고료 같은 현금 수익은 그 정도였어도 1년 동안 무료로 누린 음식과 숙박 서비스 등을 판매 가격으로 환산해 보니 1,000만 원이 넘었다. 수중에 천만 원이 있었대도 누리지 못할 경험과 추억까지 덤으로 쌓였다.
인플루언서까진 아니었지만 블로그 글쓰기로 돈을 벌어보니 전자책까지 집필할 열정이 생겼다. 적은 월급으로 버티던 직장인이 부수익을 창출한 게 신기하기만 했고, 무엇보다 다른 게 아닌 글쓰기로 수익을 낸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제목을 <돈 버는 블로그 글쓰기로 할 걸 그랬다.
하지만 블로그 글쓰기는 내가 쓰고 싶던 글이 아니었다. 대가성 포스팅 글은 가이드라인이 정해져 있었고, 상위노출을 위해서는 특정 키워드를 반복적으로 넣어서 작성해야 했다. 내가 썼지만 내 것이 아닌 글, 내 것을 빌어 남의 것을 홍보하는 글이었다.
내가 경험한 것을 토대로 가볍게 소개하는 식의 후기글은 내면을 글로 쓰는 것보다 훨씬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면의 글이 쓰고 싶었다. 그래서 흘러들어온 곳이 바로 이곳 브런치다. 어느새 블로그는 뒷전이 되고 브런치에서 열과 성을 다해 집필(?) 중이다. 돈도 뭣도 안되는데.
그러니까 나는 <돈 안 되는 브런치 글쓰기를 하고 있다. 동선에서도 효율을 추구하는 내가 가장 비효율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다. 왜 그럴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아무렴. 내가 좋아하는 김창옥 강사님은 돈이 되지 않더라도, 심지어 돈이 들더라도 하고 싶은 일이 있느냐물었다. 그것이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다. 나는 그것이 바로 브런치 글쓰기다.
블로그 글쓰기는 분명 내게 생활적으로 풍성함을 누리게 해 주었고, 삶의 활력이 되어주었다. 그러나 먹고사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걸 나는 블로그 글쓰기를 통해 깨우쳤다. 누릴 땐 좋지만 대가성이니 먹고 싸듯 후기글을 쓰며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 것도 실감했다. 물질적 필요가 어느 정도 채워지니 정신적인 부분을 보양해야 했다.
자유로운 글쓰기에 대한 갈망이 생겼다. 지켜야 할 양식과 반드시 포함해야 할 키워드가 없는, 남의 것을 홍보하는 글이 아닌 나의 글, 나만이 쓸 수 있는 글. 나는 그것을 브런치에서 하고 있다. 누군가는 그것을 블로그에서 할 수도 있고 인스타에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출판의 세계에서도 기획출판, 자비출판, 독립출판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는 걸 알았다. 돈을 들여서라도 하고 싶은 일이 책 쓰기 라면 자비출판을 하는 사람 역시 행복할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니까 블로그든 브런치든 돈 안 되는 글을 쓰고 있어도 괜찮다. 돈이 안되어도 하고 싶은 일이 글쓰기라면, 우리는 이미 그것을 하고 있으니까. 우리는 행복한 사람들이다.
<돈 버는 블로그 글쓰기로 제목을 지었더라면 좋았을 전자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