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은 이제 진부해
라고 말해버린 순간
세상이 카지노 게임되었다
사람들은 환호하고
폭죽을 터뜨리고
팡파르를 불었다
서로 빼곡히 방명록을
“그쪽은 과묵할 줄 알았는데
명랑하시네요?” 적고, 벽이
낙서의 필압에 허물어진 그때부터
섬들은 초승달에만 갯벌을 드러냈다
진흙은 굳어갔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모두와 잘 지내고 싶다고
모두에게 오해되고 싶다고
공표한다
아마 그동안 다들
외로웠던 모양이야
뒤돌아보면 돌이 되듯
사람이 너무 깊으면 푹푹 빠져요
그러니 우리 다 함께
커피를 마시러 갑시다
점심시간 여의도 공원에서
우리의 카지노 게임을
카지노 게임한 우리가
축하하였다
진심은 이제 진부해 / 라고 말해버린 순간 / 세상이 카지노 게임되었다는 독일의 카지노 게임을 모티브로 하였습니다. 독일은 말실수 한 번에 카지노 게임되었지요.
그런데 독일의 통일과 달리 <카지노 게임 속 통일에는 미심쩍은 구석이 있습니다.
<카지노 게임에서 통일이 일어난 후 사람들이 하는 일은 뜨거운 포옹이나 키스가 아니라 방명록을 적는 일입니다. 벽을 허무는 것은 웅장한 자유의 망치가 아니라 낙서(방명록의 연장)의 필압입니다. 고립된 섬들은연결되는 게 아니라 초승달에만 갯벌을 드러내고 마치 사후경직처럼 진흙이 굳어갑니다. 카지노 게임의 여파가 어쩐지 아주 씁쓸하고 추상적입니다.
모두와 잘 지내고 싶다고하는 게 모두에게 오해되고 싶다고하는 것과 등가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 행부터 드러나 있습니다. 이 통일은 ‘진심은 진부하다’는 선언 혹은 합의를 통해서 이루어진 통일입니다. 사람이 너무 깊으면 푹푹 빠지니까, 내가 모두와 잘 지내려면 나의 깊이가 타자에게 오해되어야만 합니다.
우리는 예전부터 ‘공동체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를 인간 카지노 게임의 척도로 보아왔습니다.
인성의 평균이 얕아지면, 얕아지는 것이 곧 카지노 게임해지는 게 됩니다.
사무실에서 일한 시기가 잠깐 있었습니다. 일은 하나도 안 힘들었는데 점심시간이 무척 힘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커피를 들고 몰려다니며 하는 말을 듣는 것이. 물론 저는 모두와 잘 지냈습니다. 그리고 커피를 안 마시게 되었습니다.
이 시의 초안은 2021년 7월 19일에 썼음
표지 by Chat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