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카지노 게임
눈 뜬 피라미드
금빛으로 휘어지는 풀
상징하다 불붙는 나무
순순히 유연해진 열망
사물을 까맣게 이해함
일어나길 명령하는 주문
순환노선 속 점들
조금 전은 새벽
다음은 개벽
내릴 곳을 몰라 놓칠 곳이 없음
아이의 목소리로
선악의 저편*이겠냐고 물음
핍진성 없이 원에서 내리면
영원인 듯 좁은 문
밖을 놔두고 들어간 안
이어 보는 어떤 손
어둠의 왼손*
*니체
*어슐러 K. 르 귄
P. S.
한때 적극적 명상을 연습했었습니다. 그 속에서 본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을 묘사한 시입니다.
적극적 명상을 그만둔 지는 오래되었습니다. 적극적 명상을 비롯하여 헤르메틱스 마법, 가톨릭식 묵상 등 ‘상상력을 동원하는 정신 기법’에는 모두 치명적인 결함이 있음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이건 시 얘기가 아니니 생략하겠습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바탕으로 시를 쓸 때- 아니 창작을 할 때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1. 계시인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드물고, 대부분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자기 상상입니다. 상상-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작가적인 태도로 다루면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온라인 카지노 게임 좀 봤다고 해서 선지자인 양 거들먹거리기 시작하면 굉장히 피상적인 창작을 하게 됩니다.
2.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너무 좋은 나머지 그것을 작품 안에 재현하는 데에만 급급하면, 그건 자기의 소중한 체험을 썩히는 것입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원석과 같아서 그 자체로는 예술적일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선명히 볼 수 있는 재능은 분명 멋진 것이지만 그건 그 재능이 ‘아름다움’ 아래에서 충실히 복무할 때의 얘기입니다. 진지한 인성과 성실한 기술이 필요한 일입니다.
위의 원칙을 잘 지킨 훌륭한 예술도 많은 반면, (윌리엄 예이츠, 이나야트 칸, 윌리엄 블레이크, 검증된 종교 경전·회화·음악 등) 자의식 과잉과 거짓 신비에 근거해 아무렇게나 만들어 놓은 것도 참 많습니다. 추상 예술인 음악 쪽이 특히 그렇습니다. 대표적으로 free improvisation 음악에서는 장인과 사기꾼의 차이가 극명히 드러나지요.
제 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1번 원칙은 그럭저럭 지켰지만 2번 원칙을 잘 지키지 못한 것처럼 보입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는 본래 핍진성이 없는데 정제조차 덜 해서 시가 안 좋게 추상적입니다. 물론 추상적이고 핍진성 없는 시 중에도 좋은 시가 많지만 그런 시에는 독자적인 시적 정황과 이미지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불붙는 나무나 영원인 듯 좁은 문같은 표현은 너무 상식적입니다. 굳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장점을 찾는다면 어조와 내재율이 쓸만하다는 정도네요. 이 시가 만약 1800년대에 쓰였다면 괜찮았을 것 같습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대해서는 본래 말을 아껴야 합니다. 인용 하나 하고 마치겠습니다.
황지우 : 모든 착란적인 것이 시적인 것은 아닐지라도 ‘어떤 착란적인 것’은 시적이다. 그것은 나에게, 모든 선(禪)적인 것이 시적인 것은 아닐지라도 ‘어떤 선적인 것’은 시적인 것으로 체험되었던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 시의 초안은 2021년 7월 15일에 썼음
표지 by 백종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