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카지노 가입 쿠폰만 모아 둔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
‘제가 이런이런 일을 했는데요, 처참히 말아먹었어요.’
아무리 찾아봐도 실패했다는 사람은 없고 고난과 역경을 딛고 어떻게든 성공한 사람만 있을 뿐이다. 분명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망쳐버린 일들이 있을 텐데 대놓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내가 해보기로 했다.
내 돈 주고 산 첫 카메라는 캐논 g7 mark2다. (나름) 비싼 돈 주고 산만큼 애지중지 카지노 가입 쿠폰. 사진의 묘한 매력을 알아갈 무렵 큰 마음먹고 구매카지노 가입 쿠폰. 찰나를 담은 시간의 복제품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회의적이었지만 몇 해전에 열린 <마리오 쟈코멜리 사진전에서단조로운 흑백사진을 보고 알게 되었다.빛과 어둠뿐인 사진에서 시를 읽었다면 거짓말처럼 들릴까? 사진도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사진은 복제품이 아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놓쳐버리고 마는 0.0001초의 순간을 담은 기록이다.
해외여행을 다니며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게 되었고 어깨가 아파도 가방 속에는 늘 카메라와 보조배터리가 들어있었다. 여행 에세이를 준비하면서 그동안 찍은 수천 장의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가 생겼고 장소의 추억이 몰려왔다. 그래서 엽서로 만들어봤다. 그것도 대량으로. 내 눈에 괜찮아 보이니 남의 눈에도 예뻐 보이겠거니 돈이 될 것 같았다. 현실적인 고민 없이대량으로 엽서를 찍어냈는데 만들고 나니 판매처를 찾아야 카지노 가입 쿠폰.
'요즘엔 플리마켓에 인테리어 소품으로 엽서를 많이 판다더라'
지인의 조언에 연남동 어떤 옷가게 옆 차고에 수수료를 내고 플리마켓에 참가카지노 가입 쿠폰. 별 특징 없는 기다란 책상 3개를 펼쳐 놓고 참가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각자의 물품을 판매하는 형식이었다. 아침 10시에 가서 오후 4시까지 단 한 장의 엽서도 판매하지 못카지노 가입 쿠폰.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고 잠깐 차고에 들어온다 해도 엽서에 이렇다 할 관심이 없었다. 보다 못한 옷가게 주인이 나와 호객행위를 하라고 조언카지노 가입 쿠폰. 도저히 '엽서 사세요'를 외칠 수 없었던 나는 끝까지 책상 너머에 책 읽는 척하며 앉아있었다.
내가 찍은 사진은 흔했다. 잠깐만 검색을 해봐도 인터넷에 비슷한 사진이 넘쳐났고 다시 보니 내 추억을 투영시켜 봤기 때문에 특별했을 뿐 남이 보기에 아무 감흥이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0.5cm도안 되는 얇은 엽서가 박스 안에쌓여있는데 그대로 포기할 순 없었다. 요즘 유행이라는 소품 숍 입점을 공략하여 이제 막 오픈하는 대전의 한 소품 숍에 입점하게 되었다. 한 장 당 천오백 원으로책정한 엽서는 한 달에 한 자릿수 판매를 기록했고 세금 떼고 입점 수수료 떼고 통장에 몇 천 원씩 들어오는 수준이다. 다행히 이때 대량으로 뽑아놓은 엽서를책 출간 이후 기념품, 선물용 등으로 아주 요긴하게 쓰고 있다. 들고 있기만 해도솔드아웃일 줄 알았는데 크나큰 착각이었다. 사실 실패의 원인이 뭔지 아직도 모르겠다. 그렇게 첫 플리마켓 도전 겸 엽서 판매는 대실패로 막을 내렸다.
밖에서 망했으니 안에서 성공을 일궈보자 싶었다.노트북만 있으면 가능한 필사 작업은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였고 심지어 영어 필사는 개이적인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만 같았다. 큰돈을 바란 건 아니지만 커피값 정도는 벌 수 있지 않을까? 내게 배정된 첫 번째 필사는 한국 뉴스였다. 아마 9시 뉴스 끝에 나오는 기상예보였을 거다.
'겨울철 한강물이 꽁꽁 얼었고 전국적으로 영하 몇 도까지 떨어졌고 앞으로 몇 번 더 얼 것이며 밖에 내다 놓은 커피도 얼었고 걸어 다니기 힘들 지경이며......'
그다음은 짧은 영어 단문을 받아 적는 필사를 진행카지노 가입 쿠폰. 그다음엔 한국 예능 프로그램 필사였다. 그냥 들리는 대로 받아 적으면 되니 쉽게 돈 벌 수 있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지정 프로그램에 가입하여 온갖 태그와 기호를 써가며 필사를 진행해야 카지노 가입 쿠폰. 시급은 괜찮았지만 내 시간이 괜찮지 않았다. 그냥 재미가 없어서였을 수도 있다. 그래서 잠깐 하다가 그만뒀다. 한 달 동안 필사해서 번 돈은 삼십만 원. 이마저도페이팔(paypal)에 잠들어 있어 언제 내 손에 쥐어질지 모르겠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성격 탓에 올 초, 마음 맞는 후배와 아침을 주제로 글을 연재하는 월간지를만들었다. 가장 최근에 망친 일 되시겠다. 전전 회사에서 처음 만난 우리 둘은 사진이라는 공통점으로 가까워졌고 꽤 비슷한 취향을 향유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퇴근 후 어느 날 저녁 감바스에 와인 한잔 하다가 일을 벌였다.
'우리 같이 글을 써보자'
회의할 때마다 나오는 각종 아이템과 신선한 주제에 신이 났지만 정작 둘 다 생업에 허덕이느라 글은 비정기적으로 업로드되었고 지금은 이렇게 사례집 속에 들어와 있다. 어디 이뿐일까. 며칠 전 한 기업의프리랜서 번역사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가 서류에서 탈락했다. 다른 사례는 몰라도 이건 살짝 억울했다. 샘플 테스트를 보고 실력 때문에 떨어졌다면 내 실력에 의구심이라도 품었을 텐데 서류에서 떨어지니 애꿎은 소설책에 화풀이를 했다.
해보겠다고 큰소리 땅땅 치고 실패한 게 이것만은 아니다. 중간에 포기한 것도 여럿이다. 포기와 실패는 나쁜 게 아니다.망하면 어떤가! 해보고 다른 길을 찾으면 그만이다. 원인을 분석하면 좋겠지만 게으른 탓에 망한 채로 보관 중이라는 게 문제다. 그래도 모든 사람이 늘 성공만 하고 살아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 좀 위안이 된다고 믿는다. 고약한 심보지만 나만 힘든 건 아니니 버틸 수 있다. 특히 언제나 하이에나처럼 일감을 찾아 어슬렁거리는 프리랜서들에게 단박에 성공하는 천재는 없다는 현실을 공유하면 좀 더 기운을 얻고 열심히 도전하는 용기를 줄 수 있지 않을까? 내 주변에는 초보도 경력자도 없어서 혼자 고군분투했지만 세상 모든 프리랜서들이 나의 비루한 망한 사례집을 보고 용기를 얻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