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품 없는 카지노 쿠폰에 관하여
피스모모 <북클럽 틈과 사이의 첫 만남을 앞두고 쓴 글
친구와 홍제천변을 걸었다. 볕은 따스했고 바람은 선선했다. 봄다운 봄이구나. 짧을 것을 알아 더 애틋하고 귀한 봄. 신록의 나무들 사이에 형광분홍의 조끼를 입은 두 사람이 지나간다. 한 사람의 조끼에는 서대문구 안전요원이라고 적혀있고, 다른 한 사람의 조끼에는 왕따시만한 네 글자가 적혀 있었다. 예수카지노 쿠폰.
친구가 말했다. 와, 저 분은 어느 교회를 다니는 걸까? 어떤 교리를 배우면 예수를 카지노 쿠폰하겠다고 하는 거야? 예수카지노 쿠폰 네 글자를 보며 불편했던 내 심기가 압력밥솥 마지막 김이 빠지듯 푸쉬쉬 콧바람으로 새어나왔다.
카지노 쿠폰이란 무엇일까. 영어로 카지노 쿠폰을 salvation과 seek 두 가지로 이야기하지 않냐고 친구는 물었다. 나도 몰라. 내가 교회 안에서 배운 건 늘 salvation이었어. salvation이 아닌 카지노 쿠폰은 배워본 적이 없지. 그러면서 생각해보니 교회 바깥에서 내가 배운 카지노 쿠폰은 seek에 더 가깝겠구나 싶어졌다. 카지노 쿠폰의 구가 구할 구였나, 찾을 구였나, 카지노 쿠폰이라는 두 글자를 검색해 본다.
救援. 건질 구, 당길 원. 어려움에 빠진 자를 건져 당겨내는 것. 기독교문화권에서의 카지노 쿠폰은 건질 구에 당길 원을 쓴다. 큰 죄에 빠진 나를 메시아인 예수가 건져내는 것으로서의 카지노 쿠폰. 태어나보니 개신교 목회자 가정의 장녀였던 나에게 카지노 쿠폰이란 무엇인가.
교회가 말하는 카지노 쿠폰이 개별적 카지노 쿠폰으로써 “나 카지노 쿠폰받았네, 너 카지노 쿠폰받았네, 우리 카지노 쿠폰받았네”에 머물 때, 그것은 어떤 카지노 쿠폰일까? 유대민족의 선민사상이 한국을 포함한 국민국가의 이방인들에게 확산되는 방식에서 ‘택함받음’이라는 구별짓기의 양식을 취한 것은 놀랍지 않다. 그 ‘구별됨’ 속에서 "하나님, 나한테 까불면 죽어를 외치는 전광훈과 함께 한 손엔 성조기, 한 손엔 이스라엘기와 태극기를 들고 광장에 나서게 된 이들에게 카지노 쿠폰은 그래서 무엇일까?
문진영의 <딩은 서로가 서로를 카지노 쿠폰하는 줄도 모르고 카지노 쿠폰하는 이야기이다. 지원은 다시 찾은 고향의 등대 앞에서 귤을 발견하고, 연락이 끊어졌던 친구 주미에게 전화 걸 용기를 낸다. 주미는 모두가 고향을 떠나는 것을 보며 자신도 떠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했는데, 돌아온 지원을 맞으며 언제나 그 자리에 남아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졌다. 하와이에서 온 재인은 사랑했던 P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카리브 호텔 401호에 머문다. 주미는 그 호텔의 지배인이다. 재인은 생애 처음으로 경험한 겨울날, 호텔 앞 영식의 포장마차에서 따끈한 홍합탕을 먹고 깊은 한기가 녹아내리는 경험을 한다. 별 말 없이 재인에게 밥을 해먹이는 영식은 친구의 딸이었던 일곱살의 주미를 끌어안고 엉엉 울었던 적이 있다. 비슷한 또래의 자기 딸을 잃은 후였다. 영식은 화재사고로 함께 일하던 동료를 잃고 머물 곳이 없어진 이주노동자 쑤언에게 자신의 집을 내어준다. 쉬는 법을 잘 모르는 쑤언은 오징어잡이 배를 타고 먼 바다에 나갔다가 거대한 고래를 보고, 신이 있다면 고래처럼 생겼을 것이라 생각한다. 영식은 쑤언에게 아침상을 차려주고 ‘국 데펴먹어’라는 쪽지를 남겨둔다. 아침식사를 하고 식탁 위에 있던 귤을 들고 길을 나선 쑤언은 문득 하얀등대 앞 계단참에 귤을 올려두고 고래를 닮은 신에게 기도한다. 떠난 이들에게는 깊은 안식을. 남은 이들에게는 폭설을 견딜 힘을 주시길. 그 기도가 담긴 귤을 들어올린 것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지원이었다.
친구의 질문으로부터건질 구(救), 당길 원(援)의 카지노 쿠폰을 찾을 구(求), 바랄 원(願)의 카지노 쿠폰으로 다시 적어본다. 누군가를 건져내고자 의도하여 일어나는 카지노 쿠폰이 아니라 의도하지 않았고, 일어난 줄도 모르는 카지노 쿠폰들에 대한 공상이다. 마사 누스바움이 말했던 “묘하게 얽힌 공상의 능력”에 기대어 보는 것이다. 마사 누스바움(Martha Nussbaum)은 문학에 담긴 것은 “사실적 증거 너머의 것들에 닿고자 하는 의지 속에 담긴 너그러움”이라고 <시적 정의(Poetic Justice)에 적어두었다.
<딩에 등장하는 다섯 사람은 돌이킬 수 없는 상실과 부재 앞에서 그 부재의 의미와 그 부재 이전의 시간들, 지금은 부재하나 한 때 존재했던 그 존재를 계속해서 찾고 바라는, 그 상실에 직면한 자신들을 직면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 속에서 서로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사이에 서로를 카지노 쿠폰한다.
카지노 쿠폰(求願) 속에서 카지노 쿠폰(救援)하게 되는 고래를 닮은 신의 섭리. 내가 찾고 바라는 삶의 어떤 의미들 속에서, 그 의미들의 망 속에서 나를 카지노 쿠폰한 수없이 많은 존재들과 순간들을 헤아린다. 마찬가지로 내가 모르는 사이 누군가에게 카지노 쿠폰(救援)이었기를 카지노 쿠폰(求願)한다.
세상에 던져진 존재들은 파도에 뛰어든 서퍼들과 닮았다. 물론 다른 점이 있다면 원해서 뛰어든 것은 아니라는 것이겠다. 서핑을 하다가 서핑보드가 뭔가에 부딪혀 상처가 나는 것을 “딩(Ding)”이라 부른다는데, 삶이라는 바다에서 매일매일 딩나며 살아가는 모든 서퍼들에게 P의 말을 전하고 싶다.“서핑을 하면 딩 나는 건 당연한 거니까. 그건 내가 오늘도 파도에 뛰어들었다는 증거니까.” 비록, P는 이 생에서의 파도를 넘어 다른 생의 파도로 뛰어들어갔지만 말이다.
문진영 작가의 말 중에서 내가 너무나 사랑하게 된 문장으로 마무리하련다. “그렇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서로가 서로를 조금씩 카지노 쿠폰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단번에 일어나는 카지노 쿠폰은 신의 일이겠지만, 인간들은 서로를 시도 때도 없이, 볼품없이 구해줄 수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 2023년 봄, 문진영”
문진영, <딩, 현대문학(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