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만 받고 결정을 하지 않는 관리자들에게 추천합니다.
신문을 보다가 신간 서적 작가의 인터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5급 행정고시로 공직생활을 시작하고, 10년 만에 4급 서기관을 승진하자마자 퇴직한 경험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https://m.mk.co.kr/news/economy/11215919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을 것 같은 출세의 길을 마다하고 공직생활을 스스로 나온 작가의 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바로 읽어보기 시작한, ‘나라를 위해서 일무료 카지노 게임 거짓말’의 공감되는 이야기들을 적어 봅니다.
-. 관료는 두 얼굴을 갖는다. 평소에는 공익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법과 제도가 준 권한과 직위로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갑’의 얼굴을 한다. 그러나 진짜 일해야 하는 때가 오면 정권, 국회, 여론의 뒤에 숨어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는 ‘을’의 얼굴을 한다.
-. 공직사회는 머리를 맞대기는커녕 서로를 불신한다. 상급자는 애매한 단어를 사용하여 언제든 내가 시키지 않았다고 발뺌할 준비를 하고, 하급자는 잘못을 위의 탓이라고 증명하기 위해 자료를 남기는 데 열성이다. 상황이 이런데 정책이 잘 돌아갈 리가 없다. 한 마디로, 무료 카지노 게임는 끊임없는 면피의 세계다.
-. 보고서 작성의 목적이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깔끔한 문서 작성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 정답이 없는 문제 앞에서 공직사회는 언제나처럼 아주 오랫동안 현상 유지를 택했다.
-. 공무원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두지 않는다. 순환보직에 따라 한 자리에서 머무는 기간은 길어봐야 2년이니, 그저 문제 해결을 최대한 미루거나 해결하는 척만 하다가 보직을 옮긴다.
-. 딜버트(Dilbert)는 아이큐가 170인 천재 샐러리맨 딜버트가 무능한 상사와 무의미한 업무 속에서 얼간이 취급을 당하는 만화다. 미국의 만화가 스콧 애덤스가 1989년부터 연재하여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 만화에서 변화와 혁신이 두려운 회사는, 업무의 개선을 위해 끝없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딜버트를 귀찮은 바보라고 생각한다.
‘딜버트의 법칙’은 여기에서 나왔다. 가장 무능력한 직원이 간부로 승진할 가능성은 역설적으로 가장 높다는 법칙이다.너무 똑똑한 사람은 무슨 일을 저지를지 불안하기에 승진시키기 어렵지만, 아무리 바보라도 부하에게 호통을 치는 상사의 역할은 감당할 수 있으므로 먼저 승진시킨다는 인사 원리이다.
-.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관료제에서는 실무자에게 별다른 지시 없이 ‘자료를 꼼꼼하게 챙기는 것만으로도’ 정책 방향에 대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 관료는 똑똑할수록 조직 우선주의와 상명하복이 가장 유리한 생존 기술임을 더욱 치열하게 터득한다. 즉, 정책 대상의 입장과 기분을 헤아리고 현장에 집중할 시간에 조직과 윗사람의 의도를 읽기 위해 모든 신경을 집중하는 것이 남는 장사라는 뻔한 결론이 도출된다.
-. 예산의 진정한 목적은 관료의 생존과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있다.
-. 애초에 격식 있는 간담회 자리를 만들라는 것 자체가 사실은 현장의 진짜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들을 마음이 없다는 선언과도 같다.
-. 호치키스 행정은 정부 내에 딱 필요한 만큼만 존재해야 한다. 호치키스 행정이 과잉이면 불필요한 취합과 종합 업무가 늘어나 업무의 효율성이 전체적으로 떨어지고, 반대로 부족하면 업무의 조정이 원활하지 않아 칸막이 행정의 병폐가 커진다.
-. 모두가 괴롭고 현실에서 쓸모가 없는 호치키스 행정은 줄어들기는커녕 왜 늘어나기만 할까? 근본적인 이유는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도외시하고, 그저 ‘손에 잡히는’ 간단한 보고서로 세상의 문제를 파악하려는 공직사회의 태만함 때문이다.
-. 영국의 해양 사학자 시릴 노스코트 파킨슨(Cyril Northcote Parkinson)은 제국주의 활동이 줄어드는 영국의 해군에서 오히려 인력은 늘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하는 일은 똑같은데도 실무와 거리가 먼 관리직을 중심으로 자리만 자꾸 늘어나던 영국 해군 조직을 분석한 뒤 파킨슨의 법칙을 만들었다.
파킨슨은 관료제에서 관리직을 중심으로 조직이 확장되는 메커니즘을 ‘부하배증의 법칙’과 ‘업무배증의 법칙’으로 설명했다. 공무원은 일이 많을 때 동료보다는 부하 직원을 늘리기를 원하고(부하배증의 법칙), 부하 직원이 늘어나면 지시와 보고받는 과정이 파생되어 결국 서로를 위한 쓸데없는 일거리가 늘어난다(업무배증의 법칙).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실제로 공무원 수와 업무량 사이에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 고위공직자 그 누구도 문제를 단호하게 끊어주지 않았다. 국회의원의 공세에 그저 ‘살펴보겠다’라는 식의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했고, 내부적으로도 어떤 기조와 방향을 잡아서 대응하라는 아무런 지시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실무자는 바텀업(bottom-up) 식으로 언론에서 제기하는 모든 쟁점에 대한 자료만 무한히 생산한 뒤 국회와 언론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관료로서 자신의 일에서만큼은 누가 뭐라 해도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는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가오는 술자리에서나 통했을 뿐, 정작 현장에서 절실히 필요할 때는 공허했다.
-. 전문성은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에 저항하는 가장 큰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현실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탄탄한 논리로 무장한 하급자를 대상으로는 제아무리 상급자라고 할지라도 잘못된 일을 무작정 밀어붙이기 어렵다. 부당한 명령이 우리나라 행정에서 쉽게 이루어지는 이유는 현장과 이론을 겸비한 진정한 행정가가 드물기 때문이기도 하다.
-. ‘불쉿 잡(bullshit Jobs)이라는 개념이 있다. 2013년 미국의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David Rolfe Graeber)가 한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탄생한 개념으로, 사회적 가치를 거의 창출하지 못해 사실상 무의미하고 쓸모없어 그 일을 맡은 사람을 괴롭게만 하는 일자리를 뜻한다.
-. 가짜 노동은 덴마크의 인류학자 데니스 뇌르마크스와 철학자 아네르스 포그 옌센이 2018년 펼쳐 낸 동명의 책에서 만든 개념이다. 책에 의하면, 수많은 사람이 노동이라고 생각하거나 적어도 노동과 닮아 보이지만 전혀 중요하지 않은 업무를 하며 임금을 받는다. 가짜 노동은 바쁜 척하는 헛짓거리 노동, 노동과 유사한(하지만 노동은 아닌) 활동, 무의미한 업무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 듣는 회의, 프로젝터가 꺼지자마자 잊어버릴 프레젠테이션, 일이 잘못되는 걸 막지 못하는 감시나 관리가 가짜 노동의 예시이다.
-. 공직사회는 일을 못 한다. 관료가 게을러서도, 철밥통이어서도 아니다. 그저 쓸데없이 일이 너무 많아서도.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공직사회의 무능과 무기력은 공무원이 일을 안 해서가 아니라 쓸데없는 일이 너무 많아서 생긴다.
-. 최근 공직사회가 겪오 있는 붕괴 현상은 단순히 처우의 문제가 아니다. 공무원의 월급을 올린다고 해서 공직사회의 체계적 무능은 해결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강조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라는 그럴듯한 말로 무능과 무기력을 숨기는 공직사회의 관성에 있다.
약 2년 전, 쿠팡의 성공 DNA를 담아 쓴, ‘세상을 쿠팡하라, 쿠팡!’이라는 브런치 북을 썼습니다.
쿠팡은 기존의 성공방정식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새로운 성공을 창출해 낼 수 있었습니다.
대기업의 관료제, 공무원의 깔끔한 보고서 대신,
능력과 성과 위주의 인사제도, 보고서 대신 현장을 우선시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노한동 작가님의 책을 읽고 한 동안 충격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습니다.
작가님은 무료 카지노 게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었지만,
무료 카지노 게임에 대한 글이라는 점을 밝히지 않았다면,
이야기의 대부분이 마치 쿠팡의 현재 문제점을 밝히는 글인 것 같아서였습니다.
조직이 커질수록 관료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보고를 위한 보고, 회의를 위한 회의가 우선시되다 보면,
결국 현실과는 거리가 먼 탁상공론이 판을 치게 됩니다.
결국 작가님의 말처럼, 쓸데없는 일이 너무 많이 생겨서 조직이 무능해지고 무기력해지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작가님은 무료 카지노 게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글을 썼지만,
이 책은 ‘형식주의 or 책임면피‘의 문화가 만연한 모든 조직에게 주는 엄중한 경고처럼 읽혔습니다.
주로 보고를 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
지시를 내려야 하지만, 질문만 하면서 지시를 내리지 않는 결정 장애에 빠진 관리자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