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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olee Apr 15. 2025

탐정 유강인 19_63_카지노 쿠폰의 최후와 한통의 문자

탐정 유강인 19편 <검은 판사, 악의 분노

“이모!”


정금학이 크게 외치며 카지노 쿠폰를 따라갔다. 유강인이 이를 말렸다.


“정금학씨! 안 됩니다. 따라가지 마세요! 위험합니다.”


정금학이 고개를 흔들었다. 방독면을 벗어 던지더니 품에서 메스를 꺼냈다. 작은 메스가 햇빛을 받아서 반짝거렸다.


배신자 카지노 쿠폰가 정신없이 내달렸다. 오솔길 안으로 들어갔을 때!


수풀 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카지노 쿠폰가 그 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췄다.


그녀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수풀 속에서 뭔가가 튀어나왔다. 그건 블랙맨이었다.


“앗!!”


카지노 쿠폰가 깜짝 놀랐다.


블랙맨이 한 손을 높이 쳐들었다. 그 손에 긴 칼이 들려 있었다. 칼끝이 하늘을 갈랐다.


“아, 안돼!”


카지노 쿠폰가 황급히 등을 돌렸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아래로 떨어지는 칼날을 피할 수 없었다.


“악!”


커다란 비명이 터져 나왔다. 카지노 쿠폰가 칼을 맞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백옥처럼 새하얀 원피스가 피로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바닥에 쓰러진 카지노 쿠폰가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두 눈에 정신없이 달려오는 정금학이 보였다. 카지노 쿠폰가 엉금엉금 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외쳤다.


“그, 금학아!”


카지노 쿠폰가 한 손을 간신히 들었다. 그리고 조카 정금학을 애타게 불렀다.


“이, 이모!”


정금학이 그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녀가 분을 참지 못하고 메스를 높이 쳐들었다.


카지노 쿠폰를 해친 블랙맨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발소리가 급하게 들렸다.


“야아!”


정금학이 고함을 지르며 손에 든 메스를 표창처럼 날렸다. 메스가 바람을 가르며 블랙맨의 등판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이윽고


“악!”


커다란 비명이 들렸다.


블랙맨이 메스를 맞았다. 그 충격에 바닥에서 나뒹굴었다. 간신히 몸을 일으키더니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바닥에 피가 뚝뚝 떨어졌다. 그렇게 그 흔적을 남겼다.


유강인이 급히 정금학을 따라갔다. 정금학의 소매를 꽉 붙잡고 말했다.


“안 돼요! 위험합니다. 더는 가지 마세요. 제발!”


유강인의 간절한 만류에 정금학이 걸음을 멈췄다.


메스에 맞은 블랙맨은 꽁지가 빠지게 도망치고 있었다.


정금학이 서둘러 카지노 쿠폰를 찾았다. 카지노 쿠폰가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피의 양이 상당했다.


“이모!”


정금학이 울부짖었다. 카지노 쿠폰는 오늘 그녀를 배신했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이었다. 10년 동안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한 이모였다.


“이모!”


정금학이 카지노 쿠폰에게 달려가 그녀를 부둥켜안았다. 카지노 쿠폰의 상처는 너무나도 깊었다. 피가 멈추지 않았다.


“으으으~!”


카지노 쿠폰가 간신히 눈을 떴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입술이 달그락거리며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하지 못했다.


의식이 저승길로 접어들었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이모!”


“이모!!”


정금학이 이모를 목놓아 불렀다. 이모는 아무런 말도 남기지 못한 채 그녀 곁을 떠났다.


정금학이 싸늘하게 식어가는 이모를 부둥켜안으며 그녀와 함께한 10년 세월을 떠올렸다.


이모 카지노 쿠폰는 백미 노인과 함께 정금학의 은인이었다. 안전하고 편안한 거처를 마련해줬고 성형 수술도 가르쳐줬다.


카지노 쿠폰는 정금학의 대사형이었다. 그래서 작은 스승이기도 했다.


정금학은 엄마 같은 대사형, 카지노 쿠폰를 항상 믿고 따랐다. 하지만 카지노 쿠폰는 결정적인 순간에 정금학을 배신했다.


살모사한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았다며 … 정금학과 유강인을 죽음의 길로 인도했다. 결국, 욕심이 화를 부르고 말았다.


“이, 이런 ….”


유강인은 처참하게 죽어가는 카지노 쿠폰를 보며 할 말을 잊었다. 그가 사방을 살폈다. 블랙맨 여섯은 여전히 바닥에서 나뒹굴었다. 고통에 신음했다.


유강인이 방독면을 벗었다. 그리고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비통한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


이모의 상처를 살피던 정금학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모가 끝났다는 걸 깨달았다.


유강인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이런 결말은 예상치 못했다. 그렇게 싸늘하게 식어가는 카지노 쿠폰를 바라만 봤다.


그때! 유강인이 움찔했다.


“응? 저건?”


유강인이 뭔가를 발견하고 두 눈을 크게 떴다.


그가 카지노 쿠폰의 오른손을 유심히 살폈다. 꼭 쥔 오른손 안에 뭔가가 있었다. 그건 동그란 크림 상자였다. 작은 원통형 물건이었다.


“저게 대체 뭐지?”


유강인이 정체를 알 수 없는 크림 상자를 보고 의아해할 때



삑!



느닷없이 문자 오는 소리가 들렸다. 유강인이 서둘러 핸드폰을 꺼냈다. 도착한 문자는 없었다.


“누구한테 온 문자지?”


유강인이 잠시 생각하다가 아! 하며 소리쳤다. 급히 정금학에게 말했다.


“정금학씨, 혹 문자가 왔나요?”


“무, 문자라고요?”


“네, 어서 확인해보세요. 급합니다.”


“네, 알았어요.”


정금학이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유강인의 말대로 문자 한 통이 왔다. 그녀가 급히 문자를 확인했다. 문자 발신자를 확인하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녀가 말했다.


“모르는 사람이 문자를 보냈어요.”


유강인이 황급히 말했다.


“문자 내용이 뭐죠?”


“잠시만요.”


문자를 확인하던 정금학이 깜짝 놀랐다. 두 눈이 축구공처럼 커졌다. 크게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보고 유강인이 깨달았다. 심상치 않은 문자가 왔다는 것을!


정금학이 아래로 떨어진 턱을 덜덜 떨며 간신히 말했다.


“이 문자는 카지노 쿠폰 이모가 보낸 문자예요.”


“네? 뭐, 뭐라고요? 그럴 리가요?”


유강인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카지노 쿠폰는 의식을 잃고 죽어가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문자를 보낼 리 없었다. 그가 급히 말했다.


“카지노 쿠폰가 문자를 보냈다고요? 지금 카지노 쿠폰는 죽어가고 있습니다.”


유강인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카지노 쿠폰가 꼭 쥐고 있는 크림 상자를 보고 다시 아! 하며 외쳤다. 그가 급히 말했다.


“그렇다면 카지노 쿠폰가 죽기 전 저 크림 상자로 신호를 보낸 거 같습니다. 크림 상자가 비밀신호기 같아요. 신호를 받은 사람에게 문자를 보내라고 부탁한 거 같습니다.”


“네에? 이모가 그렇게 부탁했다고요?”


“아마도 배신당할 경우를 대비한 거 같아요. 어서 문자를 확인하세요.”


“네, 알았어요.”


정금학이 급히 문자를 확인했다. 문자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

금학아, 이모야.

이모가 죽으면 이 문자가 올 거야.

금학아, 정말 미안해. 내가 너를 배신하고 말았어.

살모사가 정말 거부할 수 없는 금액을 제시했어. 그래서 너를 팔아넘겼어. 스승님이 잡히고 나도 죽게 생겨서 어쩔 수 없어서 그렇게 했어. 정말 미안해. 할 말이 없다.

스승님은 매정 1리 푸른색 창고에 갇혀 있어. 버스 정류장에서 멀지 않은 곳이야. 푸른색 창고는 그곳 하나밖에 없어. 계속 고문을 받고 계셨어. 이미 돌아가셨을 수도 있어.

난 살모사와 손을 잡고 겨우 살아났어. 하지만 살모사를 믿을 수 없었어. 그래서 대비책을 마련했어. 화장실에서 만난 사람에게 목걸이, 반지, 비상금, 신호기를 주고 이 문자를 부탁했어.

손에 쥔 신호기는 스승님과 비밀리에 연락하던 기계야. 내가 신호를 보내면 이 문자를 보내 달라고 간절히 부탁했어.

금학아, 나를 용서하지 마. 저승에 가서 네 엄마를 볼 면목이 없구나.

그럼, 안녕.

---------------------


“흑! 이, 이모!”


정금학이 문자를 다 읽고 커다란 슬픔을 참지 못했다. 유강인도 문자를 다 읽고 착잡함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


카지노 쿠폰는 잔혹한 살모사한테 잡혔다. 조카를 배신하라고 강요받았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살모사의 뜻을 따랐다. 그렇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했다. 그건 바로 진상을 알리는 한 통의 문자였다.


카지노 쿠폰의 몸이 차갑게 식어갔다. 이제 그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배터리가 떨어진 시계처럼 심장이 멈췄다.


그때 발소리가 들렸다. 저 앞 오솔길에서 많은 사람이 뛰어왔다.


그 소리를 듣고 유강인이 긴장했다. 블랙맨들이 다시 등장할 수 있었다. 그가 방독면을 꽉 쥐었다. 초강력 최루탄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었다. 적과 싸울만했다.


“탐정님!”


다행히 반가운 소리가 들렸다. 황정수의 목소리였다.


“선배님!”


정찬우 형사의 목소리도 들렸다.


30초 후 조수 둘과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 형사 열 명이 공터에 도착했다.


형사들이 바닥에 널브러진 블랙맨들을 보고 크게 웃었다.


“하하하! 이놈들 꼴 좋다.”


“유강인 탐정님이 그냥 올 줄 알았냐? 어리석은 것들!”


블랙맨들은 아직도 일어나지 못했다. 그들 옆에는 칼 여섯 개가 떨어져 있었다. 모두 의기양양하게 칼을 쳐들었지만, 강력한 최루탄 앞에서는 맥을 쓰지 못했다.


황수지가 서둘러 유강인에게 달려갔다. 그녀의 두 눈에 참상이 보였다. 하얀색 옷을 입은 중년 여인이 피를 철철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아니! 세상에!”


황수지가 깜짝 놀랐다. 그녀가 급히 말했다.


“탐정님! 괜찮으세요? 저 사람은 누구예요? 칼에 맞은 거예요?”


유강인이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떡였다.


정금학은 한 통의 문자가 온 핸드폰을 꼭 쥐고 이모의 시신을 꽉 부여잡았다. 하염없이 울기 시작했다.


그 울음소리가 너무나도 슬펐다.


그 처절한 소리를 듣고 유강인이 이를 악물었다. 잔인무도한 살모사를 반드시 잡아야 했다. 살모사가 결국, 카지노 쿠폰를 해쳤다.


백미 노인은 지금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아니 벌써 죽었을 수도 있었다.


“좋다!”


유강인이 두 눈을 부릅떴다. 그가 급히 정찬우 형사를 찾았다.


“정형사! 이리 와! 지금 시간이 없어.”


“아, 네, 선배님.”


후배 형사와 함께 블랙맨을 살피던 정형사가 유강인에게 달려왔다. 유강인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 말을 듣고 정찬우 형사가 급히 말했다.


“그러니까 첫 번째 약속 장소인 매정 1리 버스 정류장 근처에 푸른색 창고가 있고 그 창고에 백미 노인이 갇혀 있다는 말이죠?”


“그렇지. 백미 노인은 고문을 받았다고 했어. 벌써 죽었을 수도 있어. 어서 백미 노인을 구출해야 해. 서둘러! 시간이 없어.”


“알겠습니다. 매정 3리 버스 정류장 앞에 형사들이 있습니다. 형사들을 매정 1리 버스 정류장으로 급파하겠습니다. 탐정단 밴은 오솔길 앞에 있습니다.”


“일단 창고 앞에서 상황을 살펴야 해. 창고 근처에서 대기하라고 해. 무작정 들어가면 놈들이 백미 노인을 죽일 수 있어.”


“알겠습니다.”


“어서 연락해.”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황수지에게 말했다.


“수지, 빨리 푸른색 창고로 가야 해. 어서 서둘러! 오솔길 앞에 밴이 있어.”


“알겠습니다. 재빨리 달려가서 밴에 시동을 걸겠습니다.”


황수지가 말을 마치고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신이 나서 껄껄 웃고 있는 선임 조수에게 외쳤다.


“선임 조수님. 빨리 따라와요!”


그 말을 듣고 황정수가 이게 뭔 일 인가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바닥에 쓰러진 블랙맨들을 보고 고소해하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수지야! 지금 어디가?”


황수지가 달리며 답했다.


“지금 당장 매정 1리 버스 정류장으로 가야 해요. 어서 따라와요! 시간이 없어요! 오솔길 앞에 밴이 있어요.”


“아, 알았어.”


황정수가 달리기 시작했다.


유강인도 달리기 시작했다. 그 뒤를 정찬우 형사가 따랐다.


급한 발소리를 듣고 정금학이 고개를 들었다. 유강인의 뒷모습을 보다가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강인 탐정님, 제발! 스승님을 구해주세요! 제발!!”


그 간절한 목소리가 유강인의 가슴에 들렸다.


유강인이 대형 폭풍처럼 내달렸다.


더 이상의 만행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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