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크림의 비밀 그림책
무지개 모임 3월의 책은 『단둘이 북클럽』이다.
『단둘이 북클럽』은 엄마와 열 살 딸이 운영하는 독서모임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이 북클럽의 독특한 규칙은 책을 다 읽고 나면 편지를 주고받는 것으로, 이를 통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책에는 편지 외에도 북클럽 운영 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역사적·사회적 배경, 작가의 이력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아이와의 북클럽을 시작하고 운영하는 방법, 고전문학에 쉽게 도전하는 비결, 아이 스스로 책을 읽게 하는 요령 등 실질적인 팁을 제공한다. 엄마와 아이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 있어 독자들에게 아이와의 독서모임에 대한 영감을 준다.
엄마와 딸이 고전을 읽고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모습에 감탄과 부러움이 밀려왔다. 책을 통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그들의 모습은 참으로 이상적이었다. 나도 그런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지만, 중학교 2학년 딸에게 이런 이야기를 꺼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대신 초등학교 4학년 카지노 쿠폰에게 슬쩍 그림책으로 북클럽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쿠키 크림의 비밀』은 치매를 앓게 된 부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인생의 황혼에 펼쳐지는 천진난만한 사랑과 가족애를 그린 그림책이다. 단풍이 물든 가을날, 쿠키와 크림의 따뜻하고도 아릿한 일상이 아름다운 색연필 그림과 함께 담겨 있다. 부모에서 자식으로, 자식에서 다시 부모로 이어지는 애틋한 관계를 통해 세대 간 사랑과 이해를 이야기하며, 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함께 읽고 공감할 수 있는 감동을 선사한다.
그림책 작가 하이진 작가와의 만남이 3월 말 도서관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카지노 쿠폰과 함께할 첫 북클럽 도서로 『쿠키 크림의 비밀』을 선택했다. 그림책을 한 장씩 소리 내어 읽으며 각자 두 가지 질문을 만들어 주사위 놀이를 통해 답을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첫 번째 질문은 "인간답게 사는 것은 어떤 걸까?"였다.
카지노 쿠폰은 잠시 고민하더니"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거."라고 대답했다. 순간 웃음이 터졌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었다.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는 삶이야말로 인간답게 사는 것의 기초라는 점에서 카지노 쿠폰의 대답은 단순하면서도 본질적이었다.
두 번째 질문은"쿠키와 크림은 왜 단짝 친구였을까?"였다.
카지노 쿠폰은"쿠앤크(쿠키앤크림) 과자가 맛있어서 서로 사이가 좋다는 걸 표현한 것 같아."라고 답했다. 어린아이다운 순수한 해석이면서도 그림책의 의도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점이 흥미로웠다.
드디어 하이진 작가와의 만남 날이 다가왔다. 하필 이날은 카지노 쿠폰이 다니는 태권도장에서 에버랜드 소풍을 가는 날과 겹쳤다. 선택의 기로에서 카지노 쿠폰은 고민 끝에 엄마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이유로 에버랜드를 포기하고 마지못해 따라나섰지만, 아마 속으로는 에버랜드를 떠올리며 백 번도 더 한숨을 쉬었을 것이다.
도서관에 도착하자 현장 분위기는 기대 이상으로 따뜻했다. 예쁘고 다정한 하이진 작가님은 그림책을 직접 읽어주시며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나누시는 모습에 카지노 쿠폰의 굳었던 얼굴도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2부에서는 클레이로 쿠키와 크림 캐릭터를 만드는 시간이 있었다. 카지노 쿠폰과 나는 캐릭터를 만들며 흠뻑 빠져들었다. 서로의 작품을 보며 기쁨을 가득 담아 칭찬을 주고받았고, 창작의 즐거움을 함께 느꼈다.
마지막으로 작가님은 한 팀씩 사인을 해주시고 사진도 함께 찍어주셨다. 우리 차례가 되었을 때, 작가님은 카지노 쿠폰의 클레이 작품을 보고 연신 감탄하셨다. 카지노 쿠폰은 자신의 작품을 작가님께 선물로 드렸고, 작가님은 너무 기뻐하시며 카지노 쿠폰을 꼭 안아주셨다. 샘플로 갖고 다니겠다는 약속까지 해주셨다. 그 순간, 카지노 쿠폰은 활짝 웃으며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냈다.
작가와의 만남을 마친 후, 카지노 쿠폰이 먹고 싶어 했던회전초밥 집으로 향했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회전하는 초밥 접시들을 보며 카지노 쿠폰의 얼굴에 다시금 생기가 돌았다. 우리는 서로 좋아하는 초밥을 골라 접시를 쌓아가며, 작가님과의 만남에서 느꼈던 설렘, 클레이 작업 중의 재미, 그리고 카지노 쿠폰이 작가님께 작품을 선물했던 뿌듯한 순간까지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근처 서점으로 발길을 옮겼다. 들어서자마자 서점에서만 느낄 수 있는 책의 냄새가 부드럽게 밀려왔다. 그날의 북클럽 활동이 카지노 쿠폰의 마음속에 작은 씨앗을 심었음을 느끼며, 나는 또 다른 생각에 잠겼다.
마지막으로, 쥬씨에 들러 음료를 주문했다. 카지노 쿠폰은 좋아하는 망고 파인애플 주스를 선택했고, 손에 든 음료는 하루의 피로를 달래주는 작은 행복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카지노 쿠폰은 끊임없이 조잘조잘 떠들었다. 하이진 작가님의 표정을 흉내 내기도 하고, 우리가 함께했던 순간들을 되새기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카지노 쿠폰의 목소리엔 설렘과 만족감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날 하루는 단순히 작가와의 만남이나 북클럽 활동을 넘어, 우리 둘만의 특별한 데이트로 완성되었다. 맛있는 음식과 책, 그리고 함께 나눈 대화가 어우러져 하나의 아름다운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
그림책을 통해 서로 질문하고 답하며 생각을 나눈 시간, 그리고 작가와의 만남에서 얻은 새로운 경험은 우리 모자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 주었다. 카지노 쿠폰은 북클럽에 대해 따로 말을 꺼내진 않았지만, 그날의 밝았던 표정과 조잘거리던 목소리가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았다. 그래서 나는 다음 주 이 시간, 조용히 새로운 그림책 한 권을 내밀어볼 생각이다. 은근슬쩍 두 번째 북클럽 시간을 시작하며 또 다른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카지노 쿠폰에게 보내는 편지 (전하지 못한 편지)
서준아, 『쿠키 크림의 비밀』에서 나왔던 세계 최초 치매 마을, 호그벡 마을기억나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북쪽 외곽에 위치한 이 작은 마을은 치매를 앓는 주민들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곳이야. 축구장 3개 크기인 넓은 공간에 27채의 가옥과 극장, 커피숍, 슈퍼마켓, 레스토랑, 공원, 미용실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지. 이곳에서는 치매 환자들이 일반 마을처럼 자유롭게 생활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불편함이나 눈치를 보지 않고 살아갈 수 있어. 마을의 모든 건축물과 환경은 치매를 앓는 사람들을 위해 세심하게 맞춰져 있어서 그들이 편안하고 행복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있대.
이 마을에서 주민들은 슈퍼마켓에서 직접 장을 보고, 카페에서 가족과 지인을 만나 여유를 즐기고, 동아리 활동으로 클래식 음악을 듣기도 한대. 공원과 연못에서는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산책할 수 있고, 텃밭에서 채소를 키우거나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며 평범하면서도 따뜻한 삶을 이어가고 있어. 이곳은 치매 환자들에게 인간다운 삶과 존엄성을 제공하는 특별한 공간이야.
그런데 작가님께서 말씀하시길,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마을을 계획한 적이 있었지만, 주민들이 집값 하락을 우려하며 반대하면서 결국 그 프로젝트는 무산되었다고 해.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엄마는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지더라고. 치매라는 병은 이제 단순히 노화의 일환이 아니라, 빠르게 증가하는 전 세계적인 문제로 다가오고 있어. 특히 우리나라처럼 급속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곳에서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로 다가오지. 치매 환자들이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며,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어. 그런데, 그런 필요성과 희망을 실현할 수 있는 마을이 오히려 경제적인 이유로 물거품이 되는 현실을 보며, 때로는 사람이 처한 상황이나 현실적인 어려움 앞에서 존엄성을 지키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졌어.
우리 사회에서 치매를 앓고 있는 이들에 대한 배려는 때로 부족하고, 그런 상황에서 그들이 편안하게, 당당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일은 얼마나 중요한지, 그 진지한 고민이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치매 환자들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행복하고 존엄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는 마음은, 단지 이론적인 이야기로 끝나서는 안 될 거야.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가 부모님께 어떻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나 역시 언젠가 나이를 먹어가며 이 문제와 마주할 때, 내가 치매에 걸리게 된다면 어떤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계속 떠오르곤해.
엄마는 가끔 외할머니와 구미 할머니,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걱정이 밀려오기도 해. 그분들이 나이가 드시면서 점점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이 마음에 남고, 특히 치매라는 병은 늘 나에게 불안한 마음을 주는 거 같아. 그리고 언젠가 내가 치매에 걸리게 된다면, 내 가족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어.
하지만 그런 걱정보다, 엄마는 지금 이 순간이 더 중요한 것 같아.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흐릿해질 수도 있지만, 우리가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이 순간이야말로 가장 큰 선물같아. 행복은 큰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소소하고 따뜻한 순간들 속에 있지 않나 싶어. 기억이 사라진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불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 속에서 우리가 함께 웃고, 사랑하고, 즐기는 매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 기억의 조각들이 점차 사라져도, 그 흐름을 받카지노 쿠폰이며 우리가 함께한 시간들이 찬란하게 빛날 수 있기를...
서준이와 함께 웃고, 대화하고, 서로의 시간을 나누는 이 소중한 시간이 엄마에게는 무엇보다 큰 행복이야. 앞으로도 우리가 함께하는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더 많은 추억을 만들어 가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