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게 아닌, 고르지 않았던 나의 자리
정착하지 못했던 게 아니다.
그저, 어디도 나의 자리 같지 않았을 뿐이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방랑 안에서,
나는 나의 흔들림을 본다.
14살이었다.
그때 하느님이 날 데려갔다면,
어쩌면 나는 더 간결한 전기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무언가 될 수 있었던 아이'라는 말은
죽은 자에게만 붙는 칭송이니까.
살아남은 나는,
무언가가 되지 못했고,
그저 여기까지 걸어왔다.
누군가 그러더라.
"그래도 살아 있어서 다행이야"
웃기지 마라.
살아 있는 게 무조건 다행은 아니야.
근데 또,
죽지 않고 나를 남겨본다.
이렇게, 글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도 그랬다.
하느님을 원망했다.
죽지 않았고, 떠돌았고,
결국엔,
"모든 것이 되어야 할 대로 되었다"라고 말했다.
그 문장을 읽고
나는 처음으로 생각했다.
살아 있는 내가 틀린 게 아닐 수도 있겠다고.
정착하지 못했다고 실패는 아니니까.
사는 게
별 거 없을 수도 있고,
그 별거 없는 것들로
하루하루를 쌓아가는 중에
어쩌면 꽤 괜찮은 기회를 만날지도 모른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해 방황 중'이 아니라,
'모든 곳을 지나며, 나만의 이야기를 짓는 중'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오늘, 나는 이렇게
그때 죽지 않았던 내게 한 잔 따르고 있다.
야,
너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