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날이 풀리면 겨우내 외양간에 가두어두었던 소를 바깥으로 데려 나왔다. 뒤꼍에 말뚝을 박아놓고 소를 묶은 뒤 짚을 한 짐 가져다 놓으면 소는 하루 종일 되새김질하고 있었다.
이제 봄비가 자주 내리고 낮은 풀들이 초록색 융단으로 펼쳐질 터였다.
쟁기 입은 소카지노 가입 쿠폰 들로 나갈 때다.
소가 주인의 성화에 느리게 걸음을 옮길 때마다, 쟁기의 넓적한 삽 밑으로 깊게 골이 패였고, 속살을 드러낸 땅에서 묵은 흙냄새가 풋풋하게 피워 올랐다.
완연한 봄이 온 것이다.
밤나무집에는 소 대신 염소가 있었다. 하얀색이었는데 봄이 오면 항상 우리 집으로 올라가는 보리밭 옆, 돌담아래에 묶어 두었다. 줄을 길게 해 놓아서 길가까지 올 수 있었다. 풀을 뜯어먹을 수 있는 범위를 넓게 해 놓은 것이다.
나는 이 염소가 무서웠다. 어디를 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란 눈동자와 억세 보이는 두껍고 구부러진 뿔, 턱에 난 수염까지도 무서웠다. 심지어 덩치도 컸다. 염소도 내가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거 같았다. 돌담 밑에서 풀을 뜯다가도 내가 보이면 내 쪽으로 쏜살같이 달려왔다.
매일 그 염소를 잘 피하던 어느 날이었다. 동네에서 놀다가 집으로 올라가는데 나를 발견한 염소가 풀을 뜯다 말고 내게 달려오기 시작카지노 가입 쿠폰.
나는 소리치며 도망쳤다. 그러나 염소가 나보다 빨랐다.
나는 염소에게 카지노 가입 쿠폰 박혔고, 뿔에 걸려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울음을 터트렸다. 내 날카로운 울음소리에 염소는 더욱 흥분했다. 나를 뿔에 건 채 그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메에에~! 하고 소리 질렀다.
겁에 질렸지만 땅에 내려설 수 없었다. 구부러진 염소의 뿔에 내 옷이 단단하게 박혀버렸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가까이에서 일하고 있던 어른카지노 가입 쿠폰 달려와서야 나는 구조됐다.
내 윗옷이 찢겼고 얼굴은 눈물콧물로 범벅이 되어버렸다. 너무 놀란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못했다. 어른카지노 가입 쿠폰 나를 엎어서 집에까지 데려다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엄마가 밤나무집에 가서 줄을 짧게 묶던지, 다른 곳으로 염소를 옮기라고 하고는 나는 다시 그 염소를 보지 못했다.
우리 집은 산 중에 있었기 때문에 자주 안개에 휩싸였다. 안개는 해가 뜨면서 서서히 걷혔다. 기온 차가 벌어질 때면 안개는 더 오래 집을 둘러쌌고, 걷히기를 더디 카지노 가입 쿠폰.
그럴 때면 집 마당으로 꿩카지노 가입 쿠폰 내려왔다. 꿩은 조금만 어두워도 눈을 뜨지 못한다고 했다. 집에서 키우는 개카지노 가입 쿠폰 눈 못 뜬 꿩을 물어왔다.
모가지가 축 늘어진 꿩을 자루에 넣어서 엄마는 장으로 갔다. 때마침 5일장이 서는 날이었다. 좌판이 벌어진 한 귀퉁이에 자리를 깔고 앉아 개카지노 가입 쿠폰 잡아 온 꿩들을 죽 늘어놓았다. 몇 시간을 앉아 있었지만 꿩은 팔리지 않았다.
“그 많은 꿩이 어디서 났어요?”
“우리 집 개가 잡아 왔어요.”
“어머나, 개가 영리한가 보네.”
사람들은 누워있는 꿩을 들여다보고, “장끼네, 까투리네.” 하면서 살 생각을 하지 않고 구경만 카지노 가입 쿠폰. 그도 그럴 것이 그때 꿩은 그리 귀한 것이 아니었다.
가을에 추수가 끝난 논에 싸이나를 넣은 콩을 뿌려놓으면 꿩도 먹고 참새도 먹었다. 논둑이나 가까운 산비얄에 꿩과 새카지노 가입 쿠폰 낙엽처럼 드문드문 떨어져 있었다.
사람들은 그것들을 주웠다. 꿩은 창자를 들어내고 뼈째 다져서 만두를 해 먹거나, 통째로 국을 끓여 먹었다. 참새도 내장을 들어낸 후 털을 뽑아 꽂이에 꿰어 구워 먹었다.
헛걸음으로 장에서 돌아온 엄마는 들고 갔던 꿩을 자루 채 동네에 아는 집에 줘버렸다. 털을 뽑고 목을 딸 자신이 없다고 카지노 가입 쿠폰.
그때는 토요일에도 학교엘 갔다. 은행도 문을 열었고 관공서도 쉬지 않았다. 토요일을 반만 논다고 하여, ‘반공일’이라고 불렀다. 오전만 근무하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오전 수업만 있는 토요일엔 용의검사를 하거나 대청소를 카지노 가입 쿠폰.
용의검사가 있기 전날엔 미리 종례시간에 선생님이,
“내일은 용의검사를 할테니까 깨끗이 하고 와야 한다.”라며, 특히 지저분한 아이는 콕 집어서 다시 말카지노 가입 쿠폰.
“넌, 오늘 가서 목욕 좀 하고 와라. 내일 내가 검사할 거다.”
용의검사는, 손발톱의 길이를 봤고, 손톱 밑에 때가 있는지 없는지, 귀 뒤에 때가 있는지 없는지, 목에 때가 있는지 없는지, 입고 있는 옷은 깨끗한지, 머리의 길이는 적당한지를 봤다. 남자 아이들은 거의 옷을 다 벗어야 카지노 가입 쿠폰.
지저분한 아이는 매를 맞았고 월요일에 다시 검사를 받아야 카지노 가입 쿠폰.
그때는 손등이 튼 아이카지노 가입 쿠폰 많았고 머리나 옷에 이가 있는 아이카지노 가입 쿠폰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몰라도 남자아이들은 대부분 머리를 빡빡 밀었고, 여자아이들은 앞머리를 재봉틀 가위로 이마 위까지 잘라 올렸다. 옆머리는 귓등까지 올라가는 단발머리였다.
어떤 아이는 선생님이 끌고 나가서 수돗가에서 씻겨주기도 카지노 가입 쿠폰. 찬물에 머리를 감기고 목과 손, 다리를 씻고 들어온 아이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 있었고 목과 손등이 새빨갰다. 오래도록 씻지 않은 아이를 찬물에 비누칠해서 박박 문질러 씻겼기 때문이었다.
대청소에서 저학년이라고 예외가 없었다. 대청소가 있기 며칠 전에 선생님은 들기름이나 참기름, 양초, 걸레를 만들어 오라고 카지노 가입 쿠폰. 만약 준비물을 빼먹으면 종아리나 손바닥을 맞았다. 뺨을 맞을 때도 있었고, 막대기로 머리를 때릴 때도 있었다.
그때는 참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이 맞았다. 준비물을 챙겨 오지 못해도 맞았고 숙제를 하지 않아도 맞았다. 용의검사에서도 맞았고, 복도에서 뛴다고 맞았고, 떠든다고 맞았고, 인사를 하지 않는다고 맞았다. 받아쓰기에서 점수가 좋지 않아도 맞았다. 엉덩이와 뺨, 손바닥에 멍이 시퍼렇게 들도록 매를 맞아도 어느 학부형 하나 학교에 항의하는 경우는 없었다.
혹여 집에 가서 엄마에게 이르면, “니가 맞을만하니까 때렸지. 다 너 잘되라고 그러셨을 거다.”라며 오히려 더 야단을 맞았다.
그야말로 선생님 그림자도 밟으면 안 되던 시절이었다. 학부형 회의에 오는 엄마들은 담임과의 면담 때,
“선생님, 우리 아이를 때려서라도 사람 만들어 주세요.”
라며 따끔하고 매서운 훈육을 부탁카지노 가입 쿠폰.
책상에 의자를 올려서 교실의 뒤편으로 몰아 놓은 뒤, 빗자루로 바닥을 쓸었다. 그리곤 교실과 복도에 분단별로 빼곡하게 줄을 지어 무릎을 꿇어앉았다. 네모나게 만들어온 걸레를 양손으로 잡고 앞으로 조금씩 나가면서 밀었다.
교실 뒤켠의 사물함 위엔 언제나 들기름이나 참기름이 든 병이, 기름집처럼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바닥을 다 쓸고 난 후에 선생님은 기름병을 들어다가 조금씩 바닥에 뿌려주었다.
우리들은 네모나게 만들어온 걸레를 양손으로 잡고 앞으로 조금씩 나가면서 밀었다. 바닥의 기름을 꼼꼼하게 닦으며 나가야 카지노 가입 쿠폰. 맞은편 2학년 교실 쪽에서 팔과 손에 힘을 주어 걸레를 밀면서 구구단을 외우는 소리가 났다.
“이이는 사, 이사 팔, 이오 십……”
우리는 선생님이 불러주는 국어 교과서의 “영희야 놀자. 기영아 가자.”를 따라 카지노 가입 쿠폰.
박자에 맞춰서 한 바퀴 돈 다음에는 양초를 나무 바닥에 칠카지노 가입 쿠폰. 양초의 뿌연 자국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닥이 반질반질 윤이 날 때까지, 밀어 닦으면서 앞으로 나갔다.
고학년이 있는 교실에서는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냇물아 퍼져라. 널리 널리 퍼져라. 건너편에 앉아서 나물을 씻는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질여 주어라.” 같은 카지노 가입 쿠폰나, 국민교육헌장이나, 국기에 대한 맹세가 울려 퍼지기도 했다.
대청소가 끝나고 교실 문을 나올 때면 교실과 복도에서 고소한 기름 냄새가 났다. 양초로 문질러 닦은 나무복도는 윤기가 흘렀고 양말 신은 발로 지나가다가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카지노 가입 쿠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