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문R Jan 22. 2025

앨리스와 함께 맞이하는 카지노 게임

빨간 색 카지노 게임일기 노트


나에게는 카지노 게임 일기 노트가 있다. 빨간색 표지의 노트다. 빨간색같이 선명한 색깔의 무언가를 구입하지 않지만, 이 노트를 살 때는 달랐다. 왠지 빨간색이 끌렸다. 이유는 알 수 없다.

카지노 게임 일기를 쓰려고 작정을 한 후 잠실 교보문고에서 구입했다.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르고 싶었다.


이 노트의 앞뒤 표지는 모두 빨갛다. 그 옛날 어린 시절 집 한쪽 벽을 장식했던 대백과 사전들만큼 탁하지는 않고, 크레파스의 빨강처럼 밝지는 않다. 가름끈까지 빨갛다. 앞 뒷면 모두에는 금박 테두리가 둘러져 있다. 그것도 세 줄이나. 한 줄만 둘렀다면 서운해서였을까. 나도 한글문서 작업을 할 때 테두리 두를 일이 있으면 한 줄보다는 두 줄을 찾곤 했으니까. 게다가 이 노트는 내지의 가장자리 세 방향에도 금박을 입혀놓아서, 옆에서 봐도 위에서 봐도 아래에서 봐도 번쩍거린다.


표지 한가운데는 돼지를 안은 뾰루뚱한 표정의 여자아이가 동그란 원안에, 금박으로 그려져 있다. 뒤표지 가운데는 기괴하게 웃고 있는 고양이가 그려져 있다. 흡사 사람의 얼굴 같아 징그럽기까지 하다. 나와 함께 사는 세 마리 고양이 중 이런 얼굴 표정을 할 줄 아는 아이는 아무도 없다. 소녀와 고양이 모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이 노트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기본으로 디자인된 노트다. 카지노 게임에 일어나자마자 일기를 쓴다는 건, 나만의 이상한 나라로 들어가는 과정 아닐까. 물론 이 노트를 구입할 때는 이런 의미까지 생각하지 않았었다.


내지는 촌스러운 갱지의 색깔이다. 그런데도 미끄덩거린다. 고급스러워 보일지라도 미끄덩거리는 내지의 노트를 내 돈 주고 사본 적이 없었다. 젤 펜으로 썼다 문지르기라도 하면 사방으로 번질 것이고, 만년필로 쓰면 스며들지 않을 것이며, 연필로 써도 사각거리지 않을 것이라 여겨지는 미끄덩이다. 정말 빨간색에 홀려서 구입했나 보다.구입 후 연필, 만년필, 젤 펜 모두 다 써봤는데 한 번도 번지지 않았다. 신기하다. 글을 쓰고 보면 잉크가 종이 위에 올라앉아 반짝거려 아름답기까지 하다.


내 돈 내고 사본 적 없는 빨간색 표지와 내 돈 내고 사본 적 없는 미끄덩거리는 내지를 가지고 있는 노트를, 나는 카지노 게임마다 펼쳐서 무언가를 썼다. 매일 쓰지는 못했다. 늦잠을 자서 일어나자마자 아이들 챙기느라 허둥거리고, 자리에 누워서 핸드폰 펼쳐서 뉴스 보느라 금쪽같은 카지노 게임 시간을 흘려보낸 날도 많기 때문이다.


나의 글쓰기 선생님인 에세이가주님과 함께 하는 카지노 게임 일기 쓰기 챌린지를 시작하면서, 이 노트를 매일 펼치기 시작했다. 모닝 페이퍼, 꿈 일기, 카지노 게임 일기 등의 기능을 다 합쳐 끄적거리고 있다. 이 노트를 쓰다 보면 정말로 나만의 이상한 나라를 만날 수 있게 될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매일 카지노 게임, 이 노트를 펼쳐 보련다.

카지노 게임나의 카지노 게임일기 노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