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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 Way Jan 16. 2025

내 눈에 콩깍지

결혼으로 가는 길(1)

"내 친구가 아빠랑 찍은 사진을 보더니, 누구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아빠라고 했더니, 엄청 젊다고 놀랬어요."

"그럼, 이제부터 형이라고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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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이제 지천명의 나이가 된 울 신랑에게 대학 졸업반 아들이 있다고 하면, 다들 놀라긴 한다.

나도 학부모 모임에 가보면, 항상 어린 축에 들었는데, 나랑 띠가 다른 동갑(띠동갑 아님 주의)인 울 신랑은 당연히 그럴 것 같다. 몇 년 전 아이 고등학교 졸업식에 갔을 때도 보니, 가장 어린 아빠였다.


젊고 어린 아빠는 아이에게 있어서는 플러스 요인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마 당사자는 무척 힘든 세월이었을 것 같다.

그땐 몰랐는데, 돌이켜보니, 20대 중후반의 나이에 아직 경제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한 대학원생 신분으로 결혼도 하고 아이도 생겼으니, "야수의 시간("화성에서 온 온라인 카지노 게임, 금성에서 온 여자" 참조)"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것이 당연했던 것 같다.


우리가 결혼하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첫 번째는 우리의 긴 연애사를 알고 있던 사람들의 반응.

"진짜 인연인가 보다." 혹은 "진짜 결혼까지 하네."


두 번째는 우리의 연애사를 모르는 사람들의 반응.

"사고 쳤냐?"


두 번째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때 당시 울 신랑이 기껏해야석사 신입생이었기 때문이다.나는 여자기도 했고, 박사 신입생이기도 해서 남들 보기에결혼할 나이가 되었다 싶어 그랬는지, 축하한다는 말 외에는 듣지 못했는데, 울 신랑은 별의별 추측성 가십의 주인공이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바로 아이를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두 번째 반응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우리의 결혼은 사실, 우리의 의지보다 어른들의 의지로 성사되었다.

우리 집에서는 아버지가 해군 대령 예편을 몇 년 앞둔 상황이라 군복무 중에 큰딸이라도 결혼을 시키고 싶어 하셨고, 울 신랑 집에서는 외지에서 공부하고 있는 큰 아들이 사귀는 여자친구도 있다고 하니, 얼른 장가를 보내고 싶어 하셨다.

물론, 우리가 서로 알고 지낸 시간이 길었던 건 맞는데,집안의 의기투합으로 결혼이 진행되다 보니, 당사자인 우리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그냥 흘러갔던 같다.


"형부, 어떤 점이 좋아?"

결혼 전부터 왕래가 있었기 때문에, 이미 우리 집에서는 "큰 사위"였던 울 신랑은 처제들에게도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다.

결혼 말이 본격적으로오고 갈 무렵, 큰 동생이 내게 이 남자의 매력을 물었는데, 그때서야 내가 이 남자를 왜 사랑하고 있는지, 왜 결혼까지 결심했는지를 따져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음... 일단 잘 생겼잖아. 그리고..."


나는지적인 매력을 가진 사람을 좋아했던 것 같다.

"내 이상형은 이런 사람이다."라고 정의 내려본 적은 없지만, 이 남자의 책 읽는 모습이 멋져 보였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취향은 지금도 변함이 없는 듯하다.우리 집 두 남자가 책을 읽고 있거나, 나는 모르는 전공 관련 이야길 주고받고 있거나, 프로그램을 짠다고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이 아직도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다.


그리고, 나는 이 남자가 오빠 같아서 좋았던 것 같다.

알고 봤더니, 겨우 두 달 차이 나는 띠가 다른 동갑이었지만, 나는 이 남자의 어른스러운 모습이 좋았다. 나를 보살펴주는 것 같았고, 잘 이끌어주는 것 같아서 이 남자와 있을 때는 포근함과 편안함을 느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 남자가 현실적인 사람이어서 좋았던 것 같다.

나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었는데, 사실 세상 물정을 잘 몰라서 그랬던 것 같다. 처음에는 이 남자가 보는 세상이 회색빛인 것 같아서 좀 이상했지만, 살아보니 이 남자의 세상이 현실 세계였고, 이 남자가 살아가는 방식이 합리적이고 실용적이었다. 그래서 이 남자에게 의지하고 함께 오래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것은 "야수의 시간"이었다.

"OO이와 결혼할 거야?"라고 엄마께서 물으셨을 때, 잠시 망설였던 것도 이 "야수의 시간" 때문이었다.

'내가 이 시간들을 견뎌내면서 결혼생활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결국 나는 결혼을 결심했다.

그 당시 우리 집 분위기 상, 이 남자와 결혼을 하지 않을 거면, 이 남자와 헤어지고 더 나이 들기 전에 다른 결혼 상대를 찾아야 할 것 같았는데, 이 남자와 헤어지는 건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이 남자가 다른 여자랑 있는 것도 상상하기 너어어무 싫었다.


한마디로 그때내 눈에 콩깍지가 씌었었던 것 같다.

그 콩깍지는 3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벗겨졌다기보다는 다른 재질로 바뀐 것 같다.

지금도 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잘생겨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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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울 신랑이 지금도 잘생겨 보인다고 했더니, 하루는 막냇동생이 그랬다.

"형부는 눈도 예쁘고, 코도 오뚝하고, 입술도 예쁘고,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하나하나는 다 잘생긴 것 같아. 그런데..."

"그런데, 뭐?"

"그렇다고요."

하필이면, 울 신랑이 함께 있던 날 이런 대화가 오가는 바람에, 울 신랑은 그날 모욕감(?)을 느꼈다면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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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척하더니, 얼굴 부심이 있었나 보다.




새천년이 시작되었던 그해, 대학 4학년이던 울 신랑이 자취방에서 기숙사로 이사를 했다.

나는 아침 일찍트레이닝복 차림에, 머리끈 하나 질끈 묶고, 화장기 없는 얼굴로 그가 짐 싸는 걸 돕기 위해 그의 집에 갔다.


"이사할 땐 짜장면이지."

짐을 거의 다 싸갈 무렵 점심으로 짜장면을 먹자길래, 나는 짬뽕을 시켜달라고 하고서는 나머지 짐을 정리했고,배달이 와서 짐상자 위에 신문지를 깔고 둘이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오랜만의 육체노동이어서 그랬는지 그날따라 어찌나 맛있던지, 짬뽕 국물의 시원함이 숟가락에 다 담기질 않아서 그릇째 들이키고 있는데, 그가 말했다.


"엄마가 우리 결혼하래."

하마터면 짬뽕국물 다 뿜을 뻔.

이게 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내게 한 프러포즈였다.


사실, 프러포즈 그거,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드라마에서 보던 프러포즈 장면들을 꿈꿔본 적 없고, 안 했다고 해서 섭섭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나?

"결혼하자."도 아니고, "결혼하래."라니...


이 남자의 프러포즈는 이후 두고두고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다.

아마 평생 안주거리가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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