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게임 보이스피싱 당할뻔한 썰
어제는 금요일.
집순이가 1주일에 한번, 마음먹고 외출하는 날이다.
집 앞에 서는 7일장도 다녀오고, 미루고 미루던 패딩 수선집도 다녀오고, 울 신랑의 심부름도 다녀오고.
비가 내리는 동네 곳곳을 돌아다닌 날이었다.
문제는 패딩 수선집을 다녀오면서 일어났다.
수선 비용을 본점에서 견적 받아 봐야겠다는 옷가게 사장님의 말씀에 옷을 맡겨놓고 나왔고, 1시간 후 사장님께서 전화를 주신다고 한 그 시간에 딱 전화가 걸려왔다.
010-XXXX-XXXX
모르는 번호는 잘 받지 않지만, 타이밍상 당연히 옷가게 사장님인 줄 알았다.
"여보세요?"
"한국카지노 게임조정센터입니다. 카지노 게임료를 성실히 납부하시고 카지노 게임청구도 많이 안 하신 분들을 대상으로 금액 조정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본인 성함이 OOO 맞으시고요? 대구 OO에 사시는 것 맞으시죠?"
'내 이름과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어떻게 알지?'
이때 딱 눈치를 채고 전화를끊었어야 하는데,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일단, 더 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가만히 있었다.
대화를 요약해 보자면,
1. 본인은 카지노 게임분석관이다.
2. 이 전화는 안내 전화다.
3. 카지노 게임조정은 5분 뒤에 전화할 지역 카지노 게임분석관의 실사를 통해 이루어질 예정이다.
4. 그러니 지역 카지노 게임분석관의 전화를 반드시 받으라.
특히, 지역 카지노 게임분석관의 전화를 "꼭" 받으라는 신신당부를 하면서 전화를 끊었는데...
흠...
뭔가 수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폭풍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음이 급해서 그런지 "카지노 게임 사기", "카지노 게임 피싱", "카지노 게임 분석관" 같은 단어로 검색을 해도 뭔가 자료가 많이 나오질 않았다.
그러다, 아래 영상을 발견했다.
딱 내가 찾고 싶었던 영상이었다.
이 영상을 보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당연히, 받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수신차단을 걸고 스팸 신고를 했다.
그런데, 가운데 번호만 바뀐 전화가 1시간 뒤 또 걸려왔다.
또 수신차단하고 스팸신고를 했다.
'계속 가운데 번호만 바뀌어서 전화 오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생겼으나, 이후로는 괜찮았다.
다행히, 카지노 게임 보이스피싱에 당할 뻔만 하고 무사히 넘어간 것 같다.
에휴
휴대폰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이를 이용한 사건사고들도 늘어나는 것 같다.
작년이었나?
친정아버지께서 실수로 문자에 첨부된 "링크"를 눌렀다가 연락처에 있던 모든 전화번호로 "피싱 문자"가 날아가 복구하느라 시간과 노력을 썼던 일이 있다.
다행히 빠른 조치로 금전적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우리 주변에서 너무 흔하게 일어나는 일들인 것 같다.
몇 년 전에는 아무 일 없이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울 신랑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며 친정부모님께 전화가 간 적이 있다. 시어머님께서는 시동생이 다쳤다는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고 너무 놀라셔서 난리가 난적도 있다.
아무래도 정보 접근이 취약한 어르신들을 노리는 악랄한 수법인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내가 당할뻔한 카지노 게임 보이스피싱은 SKT의 "유심 정보 유출" 사건의 간접적 영향을 받은 것 같다.왜 그렇게 생각하냐면...
우리 가족은 "유심 교체" 정책이 시행되자마자 대리점을 통해 유심을 교체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유심 교체 이후, 휴대폰의 웬만한 기능이 다 정상 작동했고, 별다른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 사용하면서 몇 가지 다시 설정해야 하는 것들이 생겼다.
삼성페이가 그랬고, 에이닷(A.)이 그랬다.
에이닷은 SKT가 기존에 서비스하던 T 전화를 변경한 것으로 AI 기반 통화 녹음 및 통화 요약 기능 등이 추가된 프로그램이었다. 당연히 T 전화에서 서비스하던 스팸 차단 기능(스팸 의심 전화번호 알림 등)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유심을 교체하면서 이 기능이 활성화되지 못했던 것 같다.
카지노 게임 보이스피싱을 의심하며 통화 기록을 살펴보다가 그제야 발견한 것이다.
에이닷이 정상 작동했다면, 아마 "010-XXXX-XXXX"으로 걸려온 전화번호에 어떤 코멘트가 달렸을 것 같다.
이래저래, 무서운 세상이 되었다.
한 끗 차이로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될 수도, 해킹당한 내 이름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는 세상이 되었다.
다시는, 모르는 번호로 오는 전화는 받지 않겠다.
문자에 첨부된 링크는 절대 클릭하지 않겠다.
절대, 모르는 사람을 믿지 않겠다.
참, 씁쓸하구먼.
출처 : 개그콘서트, 씁쓸한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