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현 Jan 10. 2023

9억을 카지노 쿠폰습니다

쪽팔리니까 다 좀 닥쳐

옛날 옛날에 청탁금지법이란 것이 새로 생겼더랬다. 지금이야 때가 잔뜩 묻어서 얼룩덜룩하지만 당시만 해도 결벽적이기까지 한 새끼 기자였던 나는 회사 옆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차장 선배들한테 이런 이야기를 들었더랬다. "우리야 꿀 빨았지만 너희는 좋은 시절 다 가고 들어왔어, 인마." 그리고 김영란법이 없던 시절 각종 기자 간담회 등지에서 선배들이 어떤 선물을 받았는지 등을 줄줄이읊는 시간이 잠깐 이어졌더랬다. 그때는 "그놈의 골프, 그냥 안 치든가 내 돈 내고 치고 말지!"라고 동기들에게 분통을 터뜨렸건만, 어쨌든 나는 남의 돈으로 밥과 술을 먹는 사람이었고, 나이를 먹고 연차가 차서 매출 부서에 들어간 후로는 철마다 영업 전화를 돌렸고, 심지어 남의 돈으로 골프도 한 번 쳤다. 별생각 없이 받았던 선물세트 정가를 인터넷에 쳐 보고 기겁한 적도 있다. 아무튼 그런 주제에 잔뜩 고고한 척했기 때문에 나는 이번에야말로 싸잡혀서 무슨 욕을 먹어도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긋하신 선배들이 나서서 매체비평지 같은 데다가 수사기관이 언론인 관련 수사 정보를 조금씩 흘린다거나 하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는 제발 안 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쪽팔리기 때문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