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마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직업 에세이를 쓰는 사람일 것이다. 에세이인지 일기인지 모호한 글을 거진 하루에 한 편씩 쓰고 있기는 하지만(그 시간에 발제를 해라……)일단 그걸 에세이라고 친다면 말이다.
친한 친구 열 명을 꼽으라고 하면 반절은 카지노 쿠폰라서 자꾸 까먹는데, 카지노 쿠폰가 아닌 사람들에게 카지노 쿠폰는 되게 신기한 사람인가 보다. 남들이 잘 모르는 신묘한 정보를 가지고 주식 투자를 잘할 것 같고, 밥 먹듯이 연예인을 볼 것 같고, 다음 선거 결과를 찰떡같이 알아맞힐 것 같고, 아무튼 좀 그럴싸해 보이는 뭔가가 있는 모양이다.
실상은, 내 귀에 들어오는 정보는 이미 그 수명과 값어치를 다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정말 남들이 모르는 새로운 게 있다면 그걸 가지고 기사를 쓰지 주식 안 하고, 새가슴을 껴안고 적금만 붓는다. 연예인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대체로 큰 일거리(사건)가 있다는 뜻이므로 일 때문에 연예인이 사회면에 나오는 일이 없기를 팬들만큼이나 바란다. "사회부 끝나기 전에 연예인 볼 일 없나?"하고 입방정을 떨었다가 말이 씨가 돼서 죽을 고생을 한 뒤로 그런 말은 입에도 담지 않는다.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될지 나도 모르겠다.
보통은 이러고 하루살이처럼 살고 있다.
널리고 깔린 카지노 쿠폰 중 한 명으로 사는 건 단조롭고, 거창하지도 않다. 그런데도 가끔씩 어떤 사람들은 내게 뭔가 기대하는 바(?)가 있는 것처럼 보여서 난처할 때가 있다. 아마 "얘가 카지노 쿠폰라고?"라고 하면서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도 내 글이 일말의 인사이트를 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를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인으로서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라고 하면 금칠을 좀 너무 했고, 그냥 이 글에서 밝혔던 것처럼 우울증에 걸린 카지노 쿠폰들이 불합리하게 욕을 먹는 걸 보고 화가 나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뿐인데.
그래도 처음에 세웠던 원칙 하나는 꼭 지키려고 한다. 취재 현장에서 보고 들은 내용에 대해서는 쓰지 않고 내 이야기만 하겠다는 것이다. 만일 내 이야기가 아닌 것을 쓰더라도 잔뜩 뭉뚱그려서 특정이 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재미가 없다. 글로 쓸 수 있는 범위가 온전히 내 주변만으로 대폭 축소되기 때문이다. 자고로 카지노 쿠폰가 카지노 쿠폰질만 하는 드라마는 재미가 없었다. 카지노 쿠폰는 자아와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 확성기이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는 존재 의미가 없다.
기사로 말하지 않고 자신을 상품화하는 카지노 쿠폰들을 너무 많이 봐서 질린 탓도 있다. 아무리 지금이 셀프 브랜딩의 시대라지만, 그쯤 되면 연예인도 아닌 셀럽이다. 연예인은 자신이 가진 재능을 가지고 많은 사람을 즐겁게나 하지, 그런 사람들은 주로 카지노 쿠폰라는 후광(카지노 쿠폰라면 다 기레기 취급을 받는 요즘 세상에 그런 게 있긴 한가?)을 이용해서 '우리 편'의 입맛에 맞게 사이다를 팡팡 터뜨리면서 공론장을 양분해 엉망으로 만드는 것을 즐긴다. 그럴수록절대다수의 묵묵하게 일하는 카지노 쿠폰들이 다 '적폐'가 된다.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직업인의 애환에 대해 갖은 썰을 재미나게 풀어내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긴 하지만, 금방 마음을 고쳐 먹는다. '카지노 쿠폰 보현'이 아닌 '자연인 보현'이, 기사가 아닌 지극히 사적인 에세이에서, 쓸데없이 남의 내밀한 속사정을 떠벌려대며 나 잘났다고 입을 털라는 취지로 취재원들이 취재를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계속 재미없는 글 쓰련다. 계속 쓰다 보면 개인적인 사건의 나열에서도 언젠가는 보편성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