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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현 Jan 20. 2022

무제

2020년 7월 24일

카지노 게임는 곰살맞을 정도로 주변 사람들을 챙기던 사람이었고,잊을 만하면 먼저 연락을 해서 힘을 북돋아 주곤 했다. 그런 카지노 게임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도저히 직시할 자신이 없어서 몇 달간은 줄곧 묻어만 두었다. '그러게 평소에 잘하지' 말고는 스스로에게 들려줄 말이 없었고, 몰려드는 모든 감정은 그저 기만적일 따름이었다. 무엇을 한다 한들 한쪽에서는 무의미하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죄책감의 발로가 됐든 뭐가 됐든, 죽은 사람은 살아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친지의 불행을 자기 연민의 연료로 활용할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견디기 힘들어서 대체로 잊고 살기로 했었다. 하지만 반년 정도가 지나고, 마음을 갈무리한 카지노 게임들을 다시 만나면서, 누군가를 너무 이른 나이에 영영 잃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가슴을 치고 들어오는 것을 막을 도리도 없다.다들 각자의 방법으로 슬픔을 받아들이고 있다. 오늘 만난 카지노 게임는 그 뒤로 며칠간 제대로 잠을 못 잤다고 했다.


그래서 죽음과 상실과 부재가 남기는 것이란 무릇 그런 것이라 생각하고, 혼자서 다시 카지노 게임를 추모하며 삶을 대하는 태도를 점검해 나가기로 했다. 어떻게 하면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지, 순간에 충실할 수 있을지, 뭐 그런 것들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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