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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현 Jan 21. 2022

무제

그리운 얼굴들을 오랜만에 보는 것은 좋은 일이었지만, 이런 식으로 보고 싶지는 않았다. 두 번 하기 싫은 경험을 몇 년 사이에 두 번이나 하고 있다. 소식을 접한 직후 흡연실에 숨어서 숨도 못 쉬도록 울다가, 못다 한 일을 끝마치려고 억지로 감정을 구겨 넣고 나니 그때는 또 눈물이 나지 않았다. 웃기지도 않는 일이었다.


친구들과 가족들이 박살난 현실감을 이어 붙여 줬다. 그제는 가까운 사람들과 이야기를 오랫동안 나누다가 잠이 들었다. 나도 오랫동안 우울증 약을 먹고 있다는 걸 알려 주었더라면 뭔가 달라졌을까, 이렇게 자책하는 나를 모두 위로해 주었다. 어제는 내가 걱정된다며 엄마가 내 자취방에 찾아왔다. 맥주 두 캔을 나눠 먹고, 내 앞으로 온 설 선물세트를 같이 풀어서 차곡차곡 정리했다. 엄마는 힘든 일이 생기면 꼭 이야기하라는 말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갔다.


마음은 기이하도록 차분해졌는데, 이상하게 허하다. 누군가를 영영 잃고 난 뒤로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다정함을 나눠 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후회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그저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람이 내가 모르는 사이에 사무치게 외로워했었다는 사실만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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