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는 성수동에 위치해 있었다. 약속 시간은 오후 두 시. 지하에 차를 주차하고 출판사 편집장실에 도착한 시간은 약속 10분 전이었다. 비서처럼 보이는 분이 내민 물 한 잔을 받아들고 기다렸다. 긴장해서인지 나는 빳빳한 자세로 각이 진 나무 의자에 벌 받는 사람처럼 앉아 있었다.
두 시 10분이 되었지만, 편집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얼굴이 굳어졌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조금 더 기다리고 오지 않으면 일어서야겠다.
결국 두 시 15분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편집장이 들어왔다. 그는 통화가 길어졌다고 사과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이미 실망한 나는 굳은 얼굴로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편집장은 명함을 내밀며 서둘러 출판 과정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그의 태도는 두서없어 보였지만, 일단 설명을 들어보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자 그는 꽤나 열심히 내가 궁금해할, 혹은 어떤 작가도 궁금해할 법한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는 궁금한 몇 가지를 물었다.
출판 과정에 내가 개입할 수 있는 정도
예정된 출판일
디자인
인세
편집장은 예상보다 성실하게, 꽤 직설적으로 답변해 주었다. 첫인상과는 달리, 나름대로 명확하게 설명하려는 노력이 느껴졌다.
미팅이 끝날 무렵, 편집장이 한 마디를 남겼다. "요즘은 작가가 카지노 게임 판다는 말이 있어요."
그는 출판사도 최선을 다하지만, 작가가 SNS를 통해 자신을 알리고, 책 판매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 말이 마음에 걸렸다. 내가 광고를 하라는 말로 들려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판매에 대한 책임을 출판사가 미리부터 작가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돌아오는 길, "작가가 카지노 게임 판다"는 말을 곱씹어 보았다. 한편으로는 현실적이고 타당한 이야기였다. 요즘 독자들은 작가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원하고, 이는 SNS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실현된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불편했던 이유는 판매의 주체가 작가로 전환되면서 창작에 대한 순수함이 희석되는 느낌 때문이었다.
책을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점은 분명히 고민해야 할 문제다. 출판사와의 계약만으로 끝이 아니며, 책을 알리고 독자와 연결되는 과정까지 책임져야 하는 시대다. 단순히 글을 쓰는 행위를 넘어, 자신을 브랜드화하고 책의 가치를 전달하는 데 힘써야 한다.
이를 위해 작가 스스로 준비할 수 있는 몇 가지를 공유한다.
SNS 활용법을 배우자.카지노 게임로서 자신의 글과 철학을 보여줄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독자와 소통할 방법을 고민해 보자.
목표 독자층을 파악하자.내가 쓰는 글이 어떤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지, 그들이 어떤 경로로 카지노 게임 접할 가능성이 높은지 미리 분석해 두는 것이 좋다. 이를 기반으로 홍보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출판사와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자.계약 전에 출판사가 책임질 부분과 작가가 맡아야 할 부분을 명확히 협의하자. 출판 후 마케팅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묻는 것도 중요하다.
자기만의 스토리를 강조하자.독자들은 작가 개인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다. 책을 쓴 이유, 과정,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철학을 진솔하게 공유하면 독자와의 연결이 더 깊어진다.
나는 기분이 상한 채 명함을 받아 들고 출판사를 나섰다. 하지만 동시에 생각이 많아졌다. "작가가 책을 판다"는 말은 결코 터무니없는 말이 아니었다. 예술과 상업의 경계가 흐릿해진 현실을 받아들이되, 작가로서의 자존감과 방향성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날의 미팅은 나를 혼란스럽게 했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시대의 작가로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깨닫게 해 주었다. 도움을 주고 있던 친구와 상의한 끝에, 더 많은 출판사를 찾아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