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먼저 살고 보자.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이니까 아마 26~7살. 가벼운 주머니를 채울 알바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할 때였다. 들숙날숙하고 여기저기 이동을 해야 했던 과외를 정리하고 파트타임 학원강사 자리를 소개받고 중학생 영어를 가르쳤다. 내가 맡은 반은 '밝고 활기찬 녀석들'이었다. 얼마나 수업시간에 활기찬지 도무지 진도라는 것을 나갈 수가 없었다. 나 역시 넘치는 혈기를 주체하지 못했던 때인지라 궁합이 너무 잘 맞았다. 신나고 즐겁게 딱 4 문장만 배우자는 거창한 목표로 서로 즐거웠다. 40점이 50점으로 오르는 기적(?)도 마구마구 일어났고, 자기들과 똑같은 친구들을 하나둘씩 불러 모았다. 그러니 교실은 터질듯한 열기로 넘쳤다.
하지만, 아쉽게도 점수가 70점으로 오르는 기적은 쉽사리 일어나지 않았다. 도무지 영어에 흥미가 없는 녀석들이었으니까. 교과서 본문이 시작되기 전 나오는 생활영어 파트는 그럭저럭 했지만, 문장이 길어지고 재미없는 본문은 도무지 '넘사벽'이었다. 그러니 문법은 아이들을 잡는 치명적인 독과도 같았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영어에 흥미를 갖게 할까 고민하다 처음에는 스타크래프트에 나오는 용어를 가르쳤다. 카지노 쿠폰 녀석들 답게 전부 들어본 단어들이었다. 하지만, 귀에 들리고 입으로 능숙하게 발음하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역할(성능)을 발휘하는지는 알지만 한글 뜻은 몰랐다. 포르토스의 observer가 상대편 기지를 몰래 들어가서 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은 알지만, observe와 observer의 뜻은 전혀 모른다. 처음에는 신기해하면서 재미를 보이는 듯했지만, 단어가 어려워지자 금세 시큰둥해졌다. 다행히 게임에 나오는 용어의 한글 뜻은 몇 개씩 배워가지만 철자를 쓰는 일은 도무지 늘지 않았다.
다시 열심히 고민을 해봤다. 뭘 하면 흥미를 갖고 진득하게 영어 공부를 할 수 있을까? 그러다 '힙한 형'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려줬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생각이 너무 짧았다. 형들이 부르는 노래에는 '쌍욕'이 너무 많았다. 카지노 쿠폰 녀석들답게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 길고 긴 '쌍욕'을 철자 하나 틀리지 않고 칠판에 쓸 수 있을 정도였다. 역시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울 때는 인사와 욕, 그리고 음식 시키는 것부터 배운다고 하더니, 이 녀석들이 딱 그 이론에 부합하는 모습이었다. 약속했던 4 문장이 끝나면 하나 둘 가르치던 힙한 형들의 노랫말이 아이들에게 익숙해질 무렵 사달이 났다.
화장실에서 거사를 치르고 있는 원장님이 있는 것도 모르고 활기찬 녀석들이 작은 일을 보면서 서로에게 시원하게 쌍욕을 시전하고 있었다. 슬프게도 원장님은 K대 영문학과를 나오셨고, 그 따위 쌍욕정도는 '쌉 가능'한 영어 능력자였다. 아이들의 활기찬 쌍욕 시전에 원장님은 거사를 마저 치르지 않은 채 문을 벌컥 열고 나오셨고 경을 치셨다. 당연히 '어디서 배웠느냐?'라는 질문이 나왔다. 그런데, 이 활기찬 녀석들이 갑자기 '카지노 쿠폰된 인간'이 되어버렸다. 앞뒤 자르고
'카지노 쿠폰 선생님이요.'
'수업 시간마다 2개씩 카지노 쿠폰쳐줬어요.'
'수업 시간에 이런 걸 카지노 쿠폰쳐줬다고?'
'네.'
'수업은?'
'.............................'
물론, 문장 4개 배우고 영어에 흥미를 가져보자고 가르쳐줬다는 말을 아이들이 덧붙였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거다. 어린 친구들에게 '쌍욕'을 가르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문제가 분명히 있는 일이었으니까. 얼굴이 붉어져서 화장실에서 나오신 원장님은 나에게 지금 당장 가방 싸서 나갈 것을 '정중히' 부탁하셨다. 할 말은 많았지만, 할 말이 없었다. 가방을 싸서 학원 문을 나서는 데, 카지노 쿠폰 녀석들이 올망졸만 문 앞에 서 있다. 미안하다고, 혼나고 있어서 정신이 없었다고. 그래서 말했다. 나라도 솔직하게 말했을 거다. 나부터 살아야 하니까. 그러니 '쌍욕' 배우던 열정으로 공부 좀 해라. 이늠의 자슥들아~~
활기차고 솔직한 녀석들 덕분에 다시 알바를 구해야 했지만, 그 뒤로는 다시는 '힙한 형들'의 노래를 수업 시간에 들먹이지 않았다. 왜? 나도 살아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