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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적인 콤플렉스 Apr 13. 2025

카지노 게임 사이트 늘 스승이다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

2018년 수시 시즌이었다. 1차 합격자 발표가 나오면 본격적인 면접 대비 강의가 진행되는데, 광양의 작은 학원에서 교대 대비 면접 강의에 대한 요청이 들어왔다. 재원생들의 성적이 좋았고 인근 학원과 묶어서 교대에 진학하기를 희망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을 위한 기출 유형과 기출문제 풀이, 한 해 동안 일어난 교육 관련 시사문제를 다루면서 기본적인 면접스킬에 대한 강의가 이루어진다. 기본적으로 교대 진학을 희망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은 어느 곳이나 성적이 최상위에 가까운 상위권이고 착실하고 똑똑하다.


2시간짜리 첫 타임 강의가 끝나고 교실을 나서는데 문 밖에 2명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서 있었다. 어색한 미소를 띠며 건네는 '안녕하세요' 인사에 당황스러움을 느끼며 다른 사람과 혼동하나 보다 생각하면서 '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고는 커피를 한잔 마시러 학원 교무실로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내 뒷 통수에 대고 '부탁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소리에 돌아서서


'저는 여기에 일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저쪽 교무실에 가면 원장님도 계시고 하니까, 거기서 물어보세요.'

그런데 끝이 아니었다.


'저희도 실은 면접 강의 들으러 왔는데요.'

'그래요? 왜 안 들어왔어요?'

'이미 첫 타임 끝났는데, 자료를 줄 테니까 그걸로 확인하고 수업 후에 질문하세요.'


속없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진행되는 강의에 첫 타임에 빠지고 뒤늦게 오다니. 솔직히 짜증도 나고, 화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잠시 뒤 이어진 대화는 나를 한없이 부끄럽게 만들었다.


'솔직히 강의료가 부담돼서 못 듣습니다.'


비싸게 부르지 않고 왔다. 전라도와 경상도는 기름값에 국밥 한 그릇 먹을 돈만 되면 가서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몇 년째 가지고 있고 실천 중이었을까. 내가 받기로 한 강의료를 지금 교실에 앉아 있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 머리수로 간단히 나누기만 해도 7~8만 원 정도니, 부담되는 금액은 아닐 거라는 섣부른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돈에 대해 느끼는 부담감이란 누구나 상대적이라는 것을 생각 못한 내가 한참이나 부족한 사람이었다.


'교대 면접은 저희 둘이 기출문제 가지고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희 둘 다 이과생이고요, 서울대랑 고대 지원했는데, 기출문제를 봐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자료 있으면 받아볼 수 있을까요?'


이런 이야기를 듣고도 생각과 공감능력, 눈치가 부족한 나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저는 이과생 면접은 잘 몰라요, 원장님한테 이야기해 보세요.'라고 말하는 냉정하게 돌아서버렸다. 교무실에서 만난 학원장님께 방금 전 이야기를 했더니 두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원장님도 2년째 학원비의 10~20% 정도만 받고 있다는 것, 극구 말려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어머님들이 돌아가면서 학원이 끝나는 늦은 시간에 청소하러 오신다는 이야기까지. 자연계 면접 자료에 대한 이야기를 원장님 본인이 나한테 먼저 하려고 했지만, 자연계 강사도 아니고 중요한 시기에 자료를 그냥 달라고 부탁하는 일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차마 못을 못하셨다는 말도 덧붙이셨다.


손에 들고 있던 커피가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고 입안에서 진한 쓴맛만을 남기고 있었다. 부끄러웠고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 하나 고민이 깊어졌다. 교무실 문을 열고 나서는데 두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아직도 밖에 서 있었다. 그서야 두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좋은 눈이 보였다. 비굴함이 없는 당당한 간절함이 보였다. 경제적으로 조금 힘들지만 두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자존감을 심어주셨을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부모님들도 저런 좋은 눈을 가지고 계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먼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죄송합니다. 급해서 앞뒤 생각 없이 부탁을 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원장님한테 이야기 들었어요.'

'그런데, 내가 진짜로 자연계 면접이나 논술은 전혀 모르거든요. 그래서 가진 자료도 없어요.'

'대신 올라가서 자연계 선생님들한테 자료를 받아볼 수 있는지 물어보고, 가능하다고 하면 원장님께 이메일로 보내줄게요.'

'대신,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어요.'



2시간 3타임으로 진행된 면접 강의가 끝났다. 문자를 보내고 카톡을 보냈다. 그리고 입시 밴드와 카페를 들락거리며 평상시 관심 없던 이과 면접자료를 뒤적거렸다. 맘씨 좋은 주변 강사들 덕에 준비자료를 원장님께 보내고 죄지은 듯이 느껴졌던 무거운 마음도 어느 정도는 가벼워졌다.


원장님으로부터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이 강의실 앞에 서 있었던 뒷 이야기도 마저 들을 수 있었다. 원장님이 자기도 이야기는 해보겠지만, 장담하지는 못하겠다고 했단다. 그랬더니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이 자기들이 직접 이야기해 봐도 되냐고 해서 '거절당하면 부끄럽지 않겠냐?'라고 되물었더니 거절당하는 것이 아무것도 해보지 않는 것보다는 덜 부끄러울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더란다.


좋은 눈빛, 비굴함보다는 당당함. 그리고 남을 원망하기보다는 부딪히고 노력하려는 자세. 두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늘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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