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주불사는 간 곳 없고...
범생이로 살았던 10대 시절을 무사히 마치고 자유와 방종의 중간 어디쯤을 방황하던 20살 시절에 나는 두주불사였다. 술에 강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덕인지 아니면 범생이로 살았던 10대 시절의 응축된 에너지가 폭발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 제법 잘 마셨다. 물론 지금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이미 대취를 넘어 만취였지만, 당시에 나는 술이란 '테이프가 끊어져야 취한 거다.'라는 애주가들의 말을 맹신하는 신도였다. 해가 지기도 전에 시작한 술자리는 자정을 넘기기 일쑤였고, 심지어 새벽 첫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술자리에서 달리고 달리고를 외친 적도 많았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마신 냉면 그릇에 담긴 술, 막걸리, 소주가 섞인 것을 마시고도 멀쩡했고, 동아리 환영회에서 마신 뭐가 들어갔는지도 확인할 수 없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마시고도 멀쩡했던 탓에 3월이 지나기 전에 '술 잘 마시는 녀석'이 되어 버렸다. 당연히 이곳저곳에서 인기를 끄는 당돌한 녀석이었고 술값보다 택시비가 더 많이 나왔다. 이 사람은 여기에 내려주고, 저 사람은 저기에 내려주고 내가 갈 곳에 도착하노라면 20살에게는 부담되는 금액이 되곤 했다.
햇살이 좋은 초가을이었다. 한참 선배 학번이었던 사람. 키는 나보다 최소 20센티는 큰 사람. 해병대를 나온 선배에게 나만큼이나 카지노 게임 사이트 좋아하던 친구 녀석과 술 한잔 사달라는 투정을 부리고 있었다. 겨우 점심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던지라 수업도 들어야 하고, 해야 할 일이 많았던 선배는 싫은 내색을 분명하게 했다. 하지만 20살의 객기는 선배의 싫은 기색을 보지 못했다.
"그래. 그럼 소주 한 병(PT에 담긴 큰 병) 카지노 게임 사이트 있어라. 형이 수업 갔다가 와서 술집 가자."
"가신다고요?"
"그래, 깐깐한 교수님이니까.. 여기 잔디밭에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 있어라."
"대신 2시간 연강이니까, 이거 다 마셔야 된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도 살아 있으면 형이랑 저기 닭발집 가자."
대충 기억해 보자면 이런 대화를 주고받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미친 짓이다. 해가 중천에 더 있는 대낮에 소주 큰 병 하나를 마셔야 하다니. 더군다나 선배가 가져다준 안주는 새우깡이었다. 이 정도면 미친 짓이 아니라 자살행위다. 그런데, 친구랑 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미루지도 않고 종이컵에 따라서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 다 마셨다. 그러고도 선배의 수업이 끝나기 전이라 운동장에 가서 공을 찼다. 하지만, 슬프게도 닭발을 먹은 기억은 매콤한 양념에 맛나게 익어가던 닭발의 향기까지만 기억에 남아 있다. 닭발이 채 읽기도 전에 소주를 각 2병 이상 한 상태로 내 기억은 어디론가로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되신 그 선배를 만나면 지금도 맹랑한 녀석들이란 이야기를 듣곤 한다. 좋게 포장해서 20살의 용기를 등에 업은 객기지만, 과한 만용이었다. 이제는 객기는커녕 다음 날 숙취가 무서워 카지노 게임 사이트 마시지 않고 일어서는 자리가 많아졌다. 한 달이 훌쩍 넘도록 카지노 게임 사이트 마시지 않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지는 걸 세월의 무상함이 서럽기만 하다. 이제는 객기 부리면 주변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 다 떨어져 나간다.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고 면전에서 구박받을 것이 뻔한 일이다.
그런데, 어린 시절의 친구를 만나면 내가 아직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 인 것 같은 헛된 망상에 사로잡힌다. 아직 철이 덜 들었다. 다들 철없고 주머니에 든 것도 없던 시절에 만난 친구들이라 그 시절 이야기를 하면 술잔이 자동으로 채워져 입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몇몇 요주의 인물들이 있다. 그래서 어부인께서는 A를 만난다고 하거나 B와 C를 만날 거라고 하면 '오늘은 늦게 들오시겠구먼요~.'라고 인사를 한다. 이젠 A도 B와 C도 밥만 먹고 들어가자고 한다. 철은 안 들었지만, 몸이 힘들어졌다.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 데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 오백 년 도읍지를 / 길재
고려가 망해가자 벼슬을 버리고 고향에 내려가 초야야 묻혔던 길재가 이방원의 초청으로 개경에 왔을 때 지었을 것이라고 추측되는 시다.
30년 전 술집 골목을 대리 타고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한데, 건배를 외치던 친구 간데없네.
어즈버 두주불사는 꿈이런가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