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 걸음
오랜만에 집이 시끌벅적해졌다.
형님네가 놀러와서다.
마냥 어리게 봤던 카지노 게임 녀석도 컸는지 제법 대화가 되기 시작했다.
"고오모오부우뭐어해애?"
완전히 또렷한 발음은 카지노 게임지만 귀 기울여 듣는 자세만 있다면 알아듣기에 모자람이 없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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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엔 막무가내라고만 여겼었다.
잘 돌고 있는 세탁기의 전원을 꺼버리는 게 다반사요,
새로운 전자기기마다 전부 전원을 켜거나 끄는 통에 정신이 없었다.
내가 다가가도 카지노 게임는 "헤에에?" 하며 웃다가 재빠르게 도망쳤다.
다시 수습해 놓으면 어디선가 뿅 카지노 게임 나타나 다시 끄고 튀기를 반복.
"하아아..."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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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좀 달랐다. (아직 일정이 진행 중이니 확신하면 안 되려나?)
여전히 전자기기(그중에서도 특히 세탁기와 건조기)에 유달리 관심이 높은 녀석이지만,
'기다림'이라는 능력을 하나 깨우쳐왔다.
"ㅇㅇ아, 세탁기 돌아갈 때 끄면 물 빼고 다시 돌려야 해서 힘드니까 시작할 때만 누르자?"
"으아으어아알게에써어요오고오모우우우."
정말로 딱 한 번만 버튼을 눌렀다!
"ㅇㅇ야 건조기는 빨랫감 모아서 한 번에 돌릴 거라서 꽉 채우면 그때 불러줄게?"
"으아으아아알게에써허여어고오모오부후우우."
오호라?
가장 걱정했던 걱정 중에는 컴퓨터를 마구 누르면 어쩌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맥미니는 전원버튼이 숨겨져 있어서 카지노 게임가 찾기 어렵다는 점! (애플 땡큐)
"고호모오부후? 이히거어사과아하하컴퓨우터에요오호?와아아앗?소리가하어디서허나느은거어지이?"
"스피커가 내장돼 있단다."
"그흐래여?와하시이이인기하드아아."
대화도 통하고 행동조절도 되기 시작한 카지노 게임와의 대화가 무척 즐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기분이다!
"베이비버스 좋아한다고? 틀어줄까?"
"와하아아아아베비버허스으으으으조아하아아아하아하아항하요!"
저번에 놀러 왔을 땐 자꾸 못 만지게 카지노 게임 주의만 주고 했었는데, 이렇게 귀여운 녀석을 보고 있자니 죄책감이 드는 게 아닌가.
'진작 잘해줄걸.'
그러고 보니 애초에 카지노 게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생각 따윈 해보지도 않았던 거 같다.
모든 기준은 나의 불편함이었고 기준을 어기는 녀석에겐 따끔한 일침만 가하겠노라 생각했던 게 아닐까.
'나만 이렇게 풀어지면 모든 게 해결되는 문제였구나.'
"맞아. 오빠는 늘 예민한 게 문제야. 게다가 성미도 급해서 말도 끝까지 잘 안 듣잖아?"
어린 카지노 게임를 무릎에 앉히고 같이 만화를 보고 있으니 우리 애들 어릴 때 생각도 나고 감회가 새로웠다.
"자, 잠깐? 뭔가 이상한데?"
-왜요? 무슨 일인데요?
아니, 일부러는 아니고오... 일부러(가 맞는 거 같다) 카지노 게임의 말도 의도적으로 길게 늘여 쓰며 분량을 뻥튀기해보려 했는데 고작 1,000자를 넘어선 게 전부라니.
"이게 무슨 일이야!"
-......
소소한 주제로 쉽게 날로 먹을 거라 생각했건만, 역시 글쓰기가 그리 호락호락하게 되는 건 카지노 게임었구나.
-지금 이런 내용도 분량 뻥튀기로 보입니다만 휴먼?
"예. 기분 탓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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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날씨도 무척이나 화창하다.
어제는 비도 오고 어둡더니 오늘은 말도 안 되게 쨍쨍하구나.
매번 놀러 올 때마다 날이 궂었었는데 다행이다.
그런고로 단체로 야외활동을 하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외식'도 카지노 게임,
'카페'도 한번 가고(참고로 형님은 카페 같은 곳 가는 거 안 좋아한다),
'액티비티'도 즐기고(??? 뭘 해야 하지...),
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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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과 아내]
"오빠 뭐 먹을래?"
"회."
"광어, 우럭 이런 거?"
"카지노 게임이. 잡어 먹고 싶어. 양식은 동네에서 사먹으면 되지 뭐."
그런 연유로 오늘은 아침 일찍 거진항에 가서 회를 떠 왔다.
귀촌카지노 게임 나서 이른 시간에 회 떠본 적은 처음이었는데, 경매장도 활발히 운영 중인 데다가 의외로 사람이 많아서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7만 원어치 맞춰서 잡어 위주로 횟감 주세요."
"7만 원? 알겠어. 근데 어디 살아? 멀리 갈 건 카지노 게임지?"
"네네. 저희 여기 고성 주민이에요."
"아 그래? 외지인처럼 생겼는데."
몇 년을 살아도 외지인의 때를 벗기란 쉬운 게 카지노 게임구나.
횟집 할머니는 이것저것 서비스까지 잔뜩 챙겨주셨다.
"쥐치는 너무 회가 적게 나오지 않을까요? 머리통이 너무 커서 회가 적게 나오던데."
"그래? 쥐치 빼줘?"
아내는 나를 한번 흘깃 보더니,
"카지노 게임요 그냥 주세요. 그래도 좀 횟감 많이 나올 것도 하나 넣어주시면 좋겠어요."
"음... 그럼 숭어 하나 가져가. 얘는 커서 더 받아야 하는데 그냥 가져가아."
진짜 큰 숭어 한 마리도 추가해 주셨다.
세꼬시 스타일의 도다리, 숭어, 쥐치, 감성돔, 멍게, 이름 까먹은 잡어 몇 종의 횟감을 한가득 포장해서 의기양양히 집에 돌아왔다.
"쥐치 빼려고 하더니 왜 샀어?"
"마음 같아선 뺄까 싶었는데 오빠네도 안 먹어본 거 먹어보라고 샀어."
"잘했어. 아침은 뭐 먹을까? 회덮밥?"
"아침부터? 음, 그래. 신선할 때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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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놀러 오니 좋긴 좋다.
맨날 집구석에서 노트북만 바라보며 살던 내 삶에도 살짝 변화가 생겼다.
내가 아무리 집을 좋아한다지만 역시 가끔은 전환이라는 게 필요하구나.
오늘 글은 뭐, 그런 나의 감상을 담아 소소하게 적어봤다.
특별할 것도, 특별해 보이는 것도, 꾸며질 내용도 별로 없다.
그냥 내 삶과 함께하는 일상적인 모든 것이 영감을 주고 기분을 좋게 만들 따름이다.
'어린이날'은 어린이에게만 기쁨을 주는 날은 아닌가 보다.
어른이 된 내게도 나를 찾아준 어린이들이 주는 기쁨이 상당하구나.
이제 또 하루가 지나면 카지노 게임도 떠나겠지.
떠나고 나면 왠지 '더 잘해줬으면 좋았을 걸...'이라고 매번 후회했지 않던가.
가기 전에 조금 더 살갑고 다정하게 카지노 게임를 이뻐해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