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ㅣ 개인의 이야기로 보편적 집단과 소통카지노 쿠폰 사람
누가 봐도 직업적으로 퍽 성공 가도를 달린 사람들, 그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일의 사회적 가치란 무엇일까. 그들에게 질문할 기회가 우리 각자에게 하나씩 주어진다면 우리는 무엇을 묻고 싶어 질까. 아니 애초에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묻는다는 일의 함의는 무엇일까.
읽어온 책들에 대한 짤막한 감상문을 적어가며 여러 번 언급했지만 다시 한번 말하자면 인터뷰를 좋아한다. 연설은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리 사전에 질문지를 준비해 간다 한들, 인터뷰란 현장의 많은 변수들이 간섭을 일으키며 대화의 향방조차 쥐락펴락하는 대화와 행간에서 발생하는 상호작용의 혼합물이기에 늘 질문자의 예상을 비껴간다.
인터뷰의 묘미는 거기에서 발생한다. 예기치 못한 화제로 빠져드는 상황을 통제해야 할 조타수의 능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잔혹한 양식이기도 하다. 그래서 같은 인물의 인터뷰를 여러 종 놓고 비교하면, 인터뷰어의 능력치가 아주 적나라하게 대조된다. 잔인하기 짝이 없다. 인터뷰의 귀재들은 자신이 감추고 싶은 사실을 능란하게 숨기는 인터뷰이에게서 진실한 속내를 이끌어내곤 하는데, 그것은 대체로 현란한 말재간보다는 순간순간 엿보이는 인터뷰이의 여린 속내를 빠르게 캐치하는 민감함과 사려 깊은 공감 능력으로부터 나온 것임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10여 년 전과 비교해 봐도 인터뷰집의 출간 종수가 상당히 늘었음을 알 수 있는데, 인터뷰이들이 흔히 하는 말로 '성공한' 사람들이어서 재미가 좀 덜하다는 분들은(그런 분들에게는 이슬아 작가의 인터뷰집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고) 아쉽게 느낄 수 있지만, 흔치 않게 테마가 있는 인터뷰집으로서 JOBS 시리즈는 대단히 가치가 있다. 이 시리즈를 전부 가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의외로 「건축가」가 가장 재미있었다. 제일 최근에 나온 「영화감독」을 다 읽었다. 마지막 권이 나온 지 시간이 꽤 흐른 뒤라 이제 더 이상 발간되지 않는 건가 싶었는데 새 책이 나와서 일단, 무조건 너무 반가웠다는 말을 꼭 하고 싶고.
아, 잊을 뻔.
인터뷰에 응한 여섯 분의 감독님의 성함은 다음과 같다.
장항준, 김용훈, 하마구치 류스케, 이성진, 김지운, 한지원.
그들이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어떤 감독은 영화라는 장르의 예술적 특질과 본질에 대해 사색카지노 쿠폰 이야기를 들려주고, 어떤 감독은 자신이 영화를 찍을 때 가장 주의를 기울이는 테크닉적인 측면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감독 일을 하면서 가장 철저하게 관리해야 할 것에 대한 팁을 주기도 한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세상을 보는 관점을 키우는 데는 영화보다 책이 더 적합한 매체 같아요. 책은 여러 측면에서 비어 카지노 쿠폰 영역이 많아 그 빈 곳을 자기의 상상력으로 채울 수 있잖아요. -19쪽
리서치란 단순히 정보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처럼 '살아 카지노 쿠폰 사람'이나 '살아 카지노 쿠폰 몸'을 만나면 언어화되지 않은 정보량이 훨씬 증가하는 느낌이 들죠. 언제나 정확히 겨냥하고자 하는 것도 이런 언어 이상의 정보 같은 것이고요. 이런 요소가 픽션의 캐릭터에도 반영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130쪽
어디든 전학을 가거나 새로 합류하게 되면 그 낯선 상황에 적응하려고 노력하잖아요. 어느 공간에 들어가면 공간을 이루는 사람들 하나하나가 어떠한지 분석하고, 그곳의 역학 관계를 이해하면서 어울리려고 하죠. 그래서 자연스레 사람들의 버릇이나 행동, 심리에 대한 관찰력이 키워진 것 같아요. -163쪽
분명한 건 애니메이션이 제 모국어라는 거예요. 저마다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고, 보고 싶어 카지노 쿠폰 이유는 각자 다르겠지만 특히 캐릭터가 보여주는 연기와 그에 따른 데포르메에서 독특한 쾌감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해요. -291쪽
책에는 이 여섯 분의 감독과 나눈 이야기가 빽빽하게 실려 있다.
영화란 문학과는 또 달라서, 소위 예술영화를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상업성을 무시할 수 없는 장르다.
지금의 창작자들, 좀 더 품을 두고 말해서 크리에이터는 상업적으로 성공한 이들에게서 용기를, 영감을, 혹은 업계의 최신경향에 관한 정보를 얻고 싶어 한다. 어쩌면 이런 인터뷰집을 찾아 읽는 분들 중에는 그런 쓸만한 정보를 찾고 있는 이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작품을 여럿 보유한, 오랫동안 그 일에 몸담아 왔던 사람들이 모처럼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정보를 찾기보다 철학을 찾았으면 좋겠다. 상업성이란 기본적으로 대중적 공감 위에서 키울 수 있는 것이므로 그들이 수많은 관객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 예술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과정이 어떤 것이었는지, 그들을 추동했던 철학과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살펴보는 건 무엇보다 쉽고 빠른 배움이 될 것이다. 타인에게 경험을 청해 듣는 것은 생각 외로 까다롭고 어려운 일이다.
라떼 소리 하고 싶진 않은데 옛날엔 이렇게 친절하게 이런 내용이 궁금했다면 이건 어때요, 하고 큐레이션까지 해서 나오는 시리즈물 같은 건 상상도 못 했다. 사방을 둘러보면 천지에 잘 차려놓은 밥상뿐인데, 외면당카지노 쿠폰 걸 보는 건 그거대로 퍽 괴롭다. 이렇게 좋은 책이 많은데, 많은데......(잠시 절규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