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혁, 책은, 스페이스타임 머신
김중혁 작가의 신간이 북펀드에 올랐을 때 펀딩에 참여할까 하다가 잠깐 홀드했지만 결국 사버린 책. 김중혁 작가의 능청스러운 입담을 좋아한다. 무엇보다도 뭐랄까, 김중혁 작가의 글에서는 이야기든 짧은 산문이든 끝에 이르러서 '아님 말고'의 심드렁 바이브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게 참 좋다.
책을 다 읽고 난 첫 소감은 이랬다. 리디아 데이비스 읽은 기분인데.
독창적인 형식을 개척하고 여러 문학적 실험을 카지노 게임 사이트 것으로 유명한 리디아 데이비스의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던 것이, 이 책 역시도 퍽 실험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사진과 단편, 에세이와 엽편 그리고 작가 본인이 '섬광소설'이라고 이름 붙인, 전례 없는(아마도, 국내에서는?) 2 페이지 짜리(안 세어봤지만 눈대중으로 600자 안될 듯) 초엽편 소설이 두루 섞여 있는 책이다.
모든 시도가 다 의미 있고 좋았다고 생각하지만, 딱 하나의 아쉬운 점이라면 사진의 해상도가 아쉬웠다.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아마도 아이폰으로 찍으셨을 텐데 인쇄물의 기본 출력 해상도에 맞추기엔 상당히 난점이 있었겠거니 생각한다. 이해하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 개인적인 희망사항이라면 사진 대신 김중혁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그림이 들어갔으면 너무너무 좋았을 것 같은데 말이다.
책 소개글에도 나와 있듯, 이 책은 책(가끔은 음반) 표지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한다. 작가는 북 커버 평론가이기도 한데(웃고 갑시다) 그런 만큼 상당히 전문적이면서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관점을 제공카지노 게임 사이트 문장이 톡톡 튀어나와 눈길을 사로잡는다.
피터 새빌은 젊은 세대가 생애 처음으로 구매하는 첫 번째 예술품이 음반이라고 생각했으며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앨범 커버가 컬렉션의 일부가 되기를 원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음반 가게에서 CD를 고를 때마다 나는 나만의 예술 작품 컬렉션을 완성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56쪽
현실 속의 어느 한 장면을 머릿속에 복사한 다음, 그 위에다 트레이싱 페이퍼를 올려두고 그대로 따라 해 봐. 똑같이 그리는 게 아니라 나만의 래피도그래프 펜으로, 나의 기억으로, 나의 손끝으로, 비슷하지만 새로운 현실을 만드는 거지. 내 경우에는 그걸 그림이 아니라 문장으로 만든다는 차이가 있지만. 중요한 건, 어디서 멈추는가, 어디까지 닮게 할 것인가, 얼마나 다르게 그릴 것인가, 완성됐다는 걸 어떻게 알아차릴 것인가. -107쪽
"개발이란, 누군가를 위한 게 아냐. 나를 위한 거지. 메뉴를 개발하다 보면 늘 깨어 있는 의식을 유지하게 된단 말이야. 여기 자주 오는 소설가가 그러더라고. 사소한 아이디어를 이야기로 만들어서 계속 굴리다 보면 행복한 기분이 든다고. 메뉴 개발 역시 비슷해. 장사를 하다가도 지금 개발하고 있는 메뉴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아져. 나만의 비밀을 품고 있는 거지." -140쪽
이 책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내게는) 목차 페이지다. 아무 생각 없이 페이지를 훌훌 넘기다 보드게임판 같은 그림이 떡하니 자리 잡은 페이지에서 멈칫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게 목차라는 사실을 깨닫고 잠시 '......' 카지노 게임 사이트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독자는 저절로 게임 말이 되어 착실하게 게임판을 따라 목차를 읽게 된다. 인트로 다음은 픽션 두 편, 북커버 러버의 평론(?) 세 편, 에세이 네 편. 그리고 다시 북커버 러버의 에세이 여섯 편, 픽션 세 편, 북커버 러버의 평론이랄까 에세이랄까 개론이랄까 아무튼 정체불명의 글 세 편과 픽션 네 편을 거쳐 탈출 지점에 도착카지노 게임 사이트 여정이다.
이중에서도 나를 가장 웃겼던 건 단연 <폰트인데,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추천한다. 내가 김중혁 작가의 힘 빠진 유머를 좋아하는데 바로 그런 재미가 쏠쏠한 글이라. 혹자는 이걸 썰렁한 아재개그라고 하던데 허구한 날 아재개그 고문관에게 시달리는 1인으로서 확언하는 바, 이른바 아재개그와는 결과 격이 다르다고!
책 한 권을 뚝딱 써낼 수 있을 정도의 남다른 식견과 덕심과 본인의 캐릭터에 흠뻑 적셨다 꺼낸 개그감을 카지노 게임 사이트하는 사람들이 더더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재밌잖아요. 세상엔 좀 더 범상치 않은 재미가 많아질 필요가 있어요. 안 그렇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