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일요일, 음력 팔월 초하루, 엄마의 생신이다. 그래서 오늘은 고향 군산에 간다. 며칠 전부터 카지노 게임는 고향에 가져갈 물건을 이것저것 거실 앞에 쌓아 놓았다. 아침에 부산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어젯밤 이웃사촌 집에 가서 늦은 시간까지 치맥을 한 관계로 늦잠을 늘어지게 잤다.침대 구석에서 때늦은 기지개를 켜는데 먼저 깨어있던 카지노 게임가 나에게 명을 내렸다. 부탁이 아닌 명령이었다.
- 여보! (집 앞) 마트에 가서 박스 두 개만 카지노 게임와요.
- 싫어!
난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이런 상황이 싫다. 내가 동민이도 아니고 카지노 게임가 뭔가를 시키면 군소리 없이 해야 하는 게 싫었다. 그것도 자고 일어난 신랑이 눈을 뜨자마자 마트에 가서 박스를 가져오라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다시 한번 단호하게 싫다고 대답했다.이젠카지노 게임의 대꾸를 보며 적당히 응대해야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카지노 게임가 제안 아닌 질문을 한다.
- 싫어? 그럼, 다음 세 개 중 하나를 고르시오.
이것이 문제긴 한데, 계속 싫다고만 해야 했던 나는 카지노 게임의 말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 1번! 마트에 가서 박스를 가져온다. 2번! 하은이 밥상을 차려준다. 3번! (군산에 가져갈) 가방을 싼다.
난 망설임 없이 외쳤다.
- 1번!
- 어여 다녀와요. 여보!
- 어휴….
카지노 게임에게또 넘어갔다. 왜 우리에게는 퀴즈를 풀려는 본능이 있는 걸까? 좌우당간, 나는 머리통이 큰 곰이고 카지노 게임는 여우다. 언제쯤 카지노 게임에게 당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