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부터 하은이 방과 동민이 방 이불은 내가 개고 있다. 이불을 잘 갠다고 아내가 칭찬하니 접힌 이불의 모양새에 퍽이나 신경을 쓰고 있다. 군대에서처럼 각을 잡고 또 잡는다.
가을이 오긴 온 모양이다. 엊그제부터 두툼한 이불로 바뀌었다. 그 바람에 요즘엔 이불 각이 나오지 않아 솔찬히 애를 먹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통령의 정책을 따라 오늘 카지노 게임엔 창조적으로 개 봤다. 나름 만족스러웠다. 이게 창조지 뭐가 창조인지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오늘 카지노 게임 이불 각이 맘에든 나는 아내에게 빵빵한 목소리로 말했다.
- 여보! 하은이 방에 가봐요.
- 가봤어! 여보! 아주 좋아!
이런 상황을 지켜보던 하은이가 아내와 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 아빠는 그렇게 칭찬받고 싶어? 카지노 게임해!
하은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내가 말을 이었다.
- 니네 아빠 '카지노 게임'월장이야!
- 켁...... 분명코 아내의 음성은 그렇게 들렸다. 또렷하게 들렸다. 유치월장!
- 여보! 뭐라고? 카지노 게임?
아내는 빙그레 웃으며 '일취월장'이라 힘주어 말했다.
- 허허. 난 카지노 게임으로 들었는데…. 하은이는 나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 맞아. 나도 '카지노 게임'로 들었어.
하은이의 맨트는 나의 청력에 믿음을 갖게 했지만, 머릿속은 더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진실은 뭘까? 오직 아내만 안다. 좌우당간 오늘은 뜻깊은 날이다. 우리나라 '창조'가 어디로 갔나 했더니 우리 집 이불로 온 카지노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