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카지노 게임 속의 역행자
단편소설
[또 카지노 게임 플릭시아의 조각들]
1. 카지노 게임 속의 역행자
카지노 게임은 마치 망가진 시계처럼, 정해진 방향 없이 시간을 흐트러뜨렸다.
지윤은 꿈속에서 깨어났고, 깨어난 채로 꿈을 꿨다.
창문 밖은 아침이었지만, 그녀의 침대 위 시계는 오후 두 시.
핸드폰의 카지노 게임은 밤 열한 시. 그리고 방 안에 놓인 탁상달력은 1999년 12월 30일을 가리키고 있었다.
“또 그 꿈이야.”
지윤은 손끝을 자신의 목덜미에 갖다 댔다. 마치 누군가가 거기서 시간을 빼내 간 것처럼, 식은땀의 선명한 선이 남아 있었다.
그 꿈속에서 그녀는 “역행자들”이라 불리는 사람들 사이에 있었다.
그들은 미래에서 과거로 사는 존재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면 전날 밤으로 돌아가 있고, 말끝마다 어제를 그리워했다.
“당신도 결국 기억을 다 잃게 될 거야.”
한 남자가 말했다. 이름이 있었는지도, 그녀는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똑바로 그녀를 바라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가 그에겐 이미 어제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지윤은 카지노 게임 속에서 살아가는 자들이라고 자조했다. 현실의 카지노 게임이 아니라, 감각의 카지노 게임.
기억이 앞으로 가지 않고, 마음이 늘 뒤로 도망치는 카지노 게임의 깊은 웅덩이.
마지막으로 그 남자가 남긴 한 마디.
“지윤, 네가 마지막 ‘순행자’야.”
깨어났을 때, 모든 건 제자리로 돌아온 듯했다.
하지만 그녀의 목덜미에, 그 남자의 온기 같은 것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탁상달력 위에 덜렁 놓인 종이 한 장.
기억은 카지노 게임을 반대로 흘러가게 만든다.
낮잠에서 카지노 게임 눈뜨면, 우리는 또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