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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심몽실 Apr 09. 2025

07. 맺음과 무료 카지노 게임 사이

2024년 3월 1일 자로 퇴직처리가 되었다. 12년 간의 길고 지루한 고민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너무 홀가분했다. '퇴사를 할까 말까?', '퇴사하면 뭘 해 먹고살지?'라는 두 가지 고민에서, 이제 앞으로 '뭘 해 먹고살지?'라는 고민만 하면 되었기에 머리가 한결 가벼웠다. 때론 과감하게 단순해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50% 였던 '뭘 해 먹고살까?'란 고민의 지분율이 얼마못가 곧 100%를 차지하게 될 거라는 게 함정이다.


그래서 그런 고민으로 뇌가 잠식되기 전에 10여 년 간의 공로에 대해 합당한 보상을 해주고 싶었다. 나에게 지난 10년은 지우고 싶은, 다시 꺼내고 싶지 않은 기억이 아니었다. 비록 퇴사했지만 나는 그곳에서 최선을 다 해왔고, 발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다만 그곳에 있을 때 그런 나 자신을 평가절하하고 다그치기만 하느라 몰라봤지만, 돌아보며 글을 쓰는 지금 나는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항상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더욱 분명하게 깨닫고 있는 중이다. 그건 오랜 시간 동안 객지에서 고생했던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주고 싶었다. 일반 회사에서도 10년, 15년 장기근속이나 퇴직 기념으로 황금열쇠 같은 걸 해주지 않던가. 나와 남편은 이제 그런 회사가 없으니 우리 스스로 금반지를 하나씩 하기로 했다. 10년이라는 숫자에 의미를 두고 보니 남편과 만난 지도 얼추 10년이 되어가기에 겸사겸사 모든 것에 대한 10주년 기념 반지를 맞추었다. 10여 년의 근속도 대견하지만 10년간 서로의 꼴 봐주며 함께 살아온 것은 더 대단한 일이 아닌가!




돈 한 푼 못 버는 백수부부가 이런 큰돈을 쓴다고 하면 비웃을 사람도 또는 염려의 눈길을 보낼 사람도 있을 건 분명하다. 하지만 나는 우리의 이런 결정이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칭찬한다. 지난날의 노고와 성과에 대한 인정을 마음으로 하는 것도 좋지만 가시적인 보상을 통해 스스로 칭찬하고 사기를 북돋는 이런 기념은 우리 부부가 과거로부터 도망치는 패배자가 아니라 탄탄한 과거를 발판 삼아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선구자적 위치무료 카지노 게임 것을 각인시켜 주었다.


우리 둘은 마흔이 넘어 백수부부가 되었고, 이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종목의 출발선에 섰지만, 그 출발선엔 성실했던 과거가 만들어준 튼튼한 스타팅 블록(육상대회에서 단거리 종목 출발선에 고정된 출발대로 출발을 할 때 발을 고정해 스스로 운동량을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 있다. 우리에겐 이 무료 카지노 게임가 지난 10년을 응집해 놓은 스타팅 블록을 의미한다. 그래서 새로운 도전이 두렵거나 흔들리려 할 때마다 무료 카지노 게임의 의미를 상기하며 앞으로 나갈 추진력을 얻을 것이다. 걱정이 앞설 때마다 금무료 카지노 게임는 반짝이며 말하겠지.


'나를 봐! 너는 잘해왔고, 잘하고 있고, 그러니 잘 될 거야! 믿어!'- 반짝반짝!-




금반지로 일단 지난 10년에 대한 만족스러운 맺음은 있었지만, 새로운 시작에 앞서 내가 너무 금덩어리에 취해 있었나 보다. 본격적으로 '뭘 해 먹고살지?'라는 고민을 시작하기도 전에 생각지 않은 사고가 났다.

반려견 산책 중, 반려견의 갑작스러운 행동을 제어하지 못하고 끌려가는 바람에 무릎이 꺾여버렸다. 인대가 조금 늘어났다 생각했는데 무릎골절에 인대 부분파열과 연골손상까지... 사랑하는 나의 반려견이 힘이 센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최소 한 달은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는 말에 순간 금무료 카지노 게임를 되팔아야 하나 걱정이 앞선다.


농담이고, 병원입원으로 많은 계획들이 무산되었지만 옛 속담에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오히려 이를 계기로 퇴사 후 욕심껏 펼쳐 놓았던 계획들과 오지랖을 정리할 기회를 가질까 한다. 갓생을 다짐하며 세운 새벽부터 밤까지 꽉 찼던 파워 J형 계획표를 탈탈 털어내고, 노는 김에 챙겼던 집안의 소소한 도움의 손길도 좀 거둘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너무나 감정이입 되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였던 반려견에 대한 걱정과 집착도 잠시 거리 두기를 통해 조절할 수 있는 기회이다.


무엇보다도 병상에 누워 지난 10년의 나를 돌아보며 이렇게 글로 정리하는 시간은 새로운 무료 카지노 게임에 앞서 깔끔한 매듭짓기와 함께 다음 행보를 위한 준비와 재충전을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인 듯하다.


아마도 퇴사와 구직(또는 창업)의 사이, 맺음과 시작의 사이에서 어수선하게 부유하는 걱정과 설렘의 마음을 자제하고 신중을 기하라는 조상님들의 염려 어린 경고의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금무료 카지노 게임가 그리 좋디?! 정신 또~옥 바로 차려라잉! 어디 세상 일이 니 생각처럼 그렇게 쉬울 줄 아냐?! 겁대가리 없이 뛰쳐나와서는. 아이고 頭야... 그래도 이왕 나왔응께 열심히 허고, 정신 똑바로 차려, 이ㅅㅋ야!"

"하...할......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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