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카지노 게임서를 쓰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통쾌한 상상처럼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이라는 인터넷상 고소미 넘치는 짤 하나를 던지고 오는 일은 아니니까...
언젠가 오늘의 이 선택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살다 보면 경제적으로 어렵기도 하고, 생각만큼 일이 술술 풀리지 않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뒤돌아보며 오늘의 선택에 미련을 두고 싶지 않았다. 나의 커리어에 대한 아쉬움과 동료들에 대한 그리움은 있을 망정,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그런 생각은 절대 하지 않을 만큼의 단호하고 분명한 사유가 필요했다. 그것이 남편이 나의 퇴사를 허락하는 단 하나의 조건이었다. 사직의 사유를 '적나라하게' 적을 것!
아니, 그래도 그동안 함께 한 세월이 있는데 어떻게 적나라하게 적는 단 말인가. 그리고 세상사가 어찌 누구 하나 만의 잘못일까. 나도 뭔가 부족하니까 거기에 적응 못하고 나오는 거겠지. 그리고 나오는 마당에 괜히 악담을 퍼부어 악연을 만들 필요가 있나. 좋은 게 좋은 거지. 나름 대의와 소의를 고려해 그럴싸한 사직사유를 써냈고 남편의 의견을 물었다.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네. 그래도 이래야 자기 마음이 편하다면 이대로 제출해요."
빠지직...!
다행히 남편 이마 깨지는 소리는 아니고, 다만 깊고 깊은 곳 나의 자존심 금 가는 소리이다.
머리 똑똑한 남편이 뭔 말인 줄 모를까? 두리뭉실 돌려 말한 나의 글을 까내리는 소리다. 하루종일 고심해서 쓴 나의 글은 '네가 밉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싫은 건 아니고, 네가 잘못한 건 맞지만, 그래, 나도 뭐 다 잘한 건 아니지. 고마운 점도 많았어. 하지만 힘들어서 더는 못 버티겠어. 이런 못난 날 이해하고, 용서하렴.' 정도의 글이었을까? 내가 봐도 상대방이 조금만 이해해 주는 척 달래주면 그대로 무료 카지노 게임 그 품에 폭 안길 기세다.
그런데도 내가 좋다면 이대로 제출하라니. 그 넓은 아량에 자존심이 더 무너져 내렸다.
밤새 무료 카지노 게임 글을 썼고, A4 절반 정도 되는 사유서 마지막 문장을 "~에 환멸을 느낍니다."라고 마무리 후 당당하게 남편 톡으로 전송했다. 그리고 거실에서 내 글을 읽던 남편의 한 마디, "통과!"
아... 무너진 자존심이 무료 카지노 게임 복구되었습니다.
사실 제출한 무료 카지노 게임서의 사유란에 그 글을 쓰진 않았다. 이런저런 고민과 어른들의 조언에 따라 '일신상의 사유'라는 깔끔한 두 마디를 썼을 뿐이다.(그리고 무료 카지노 게임서의 모든 내용은 자필로 써야 한단다. 괜히 '일신상의 사유'라는 간단명료한 말을 애용하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하지만 나는 저 두 마디 뒤로 엄청나게 긴 '할많하않'의 글들이 보였다. 아마 나뿐 아니라 나를 잘 알고 있는 나의 사람들이라면 그 글들이 보이지 않았을까? 말하지 않아도 이해해 줄 그들이라 믿기에 말이다.
무료 카지노 게임을 결정하는데 가장 설득하기 어려운 대상은 나 자신이다. 우리는 흔히 퇴사를 앞두고 배우자, 부모님, 혹은 사랑하는 다른 누군가를 어떻게 이해시키고, 설득시킬지를 걱정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스스로 확고한 의지와 결심만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나 자신이 납득되지 않고, 이해되지 않고, 확신이 서지 않아 두렵기 때문에 퇴직을 향한 통과 관문 중 어딘가에서 되려 설득 당해 무료 카지노 게임 그 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비록 제출하지 못했지만 밤새 쓴 무료 카지노 게임사유서가 내겐 큰 힘이 되었다. 글을 쓰며 나는 진지하게 나의 말을 많이 들어주었다. 토 달지 않고 가만히 들으며 이해하고 달래주고 인정해 주었다. 마지막 진액만 남은 무료 카지노 게임 사유는 학교에 대해 굉장히 전투적인 모드의 글이 되었지만, 글을 쓰는 동안 추억에 젖어 울기도 하고, 아쉬워하기도 하고, 화도 내며 그렇게 내 모든 감정을 쏟아내고 걸러낸 후 남은 함축된 글이었다.
그리고 그 글은 나에게 '퇴사'라는 두려운 존재 앞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도록 든든한 확신과 설득의 무기가 되어주었다. 남편이 내 건 단 하나의 퇴사 조건이 드디어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역시 고기도 먹어 본 놈이 잘 먹는다더니 퇴사도 먼저 해봤다고 다르구나 싶었다.
밤새 쓴 사직 사유는 일기장에 저장되어 있다. 시간이 지나 지금의 결심이 말랑말랑해지거나, 혹시라도 언젠가 삶이 힘들어 후회라는 감정이 스멀스멀 밀물처럼 밀려올 때 꺼내 읽기 위해서다. 워낙 강경하게 쓴 글이라 아마 냉수마찰한 것처럼 정신이 번뜩 들지 무료 카지노 게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