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가는 회사 연대기 2화 - 이 카지노 게임 편
“무능을 예술로 만든 사람, 이 카지노 게임의 세계”
⸻
모두가 이 부장을 두고
“안돼”라고 말할 때,
“된다”고 말했던 단 한 카지노 게임.
그의 이름은—이 카지노 게임.
⸻
OO시스템의 카지노 게임이사.
호주에 거주 중인 사장을 대신해
사장 대행 + 관리 책임자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
책임지라고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정작 본인은 ‘책임’이라는 단어를 매우 꺼려한다.
무슨 일이든 직원들에게 돌리는 게 특기다.
⸻
그는 충신보다는 간신,
일을 잘하는 카지노 게임보다는
비위를 잘 맞추는 카지노 게임을 곁에 두기를 선호한다.
그 결과,
지금 이 회사는 ‘망해가는 회사’라는
큰 그림 위에,
“단 ‘몇 번’의 붓칠만을 남긴 채”
경영의 흐름을 예술로 승화시킨
장본인이 바로 이 카지노 게임다.
⸻
과거,
각기 다른 분야에서 독립적으로 계약을 따냈던
**이 대리(=나)**는
오너 일가의 사모님과 외부 조직을 넘나들며
회사에 명확한 실적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카지노 게임는 단지 “불편하다”는 이유로
나를 내보냈고—
결국, 내가 떠난 뒤
회사의 가세는 눈에 띄게 기울었다.
⸻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도
껄끄러워하던 그가 눈에 보이는 현상에
위기의식을 느꼈다.
아마도 그는 조용히 결심했을 것이다.
“결국, 다시 그를 데려와야겠구나.”
하지만 그 결심은 ’ 그와의 대화‘가 아닌—
행위 예술로 이어졌다.
내 음악 연습실 근처를
엉덩이를 씰룩이며 몰래 오가던 그의 모습은
풍자적인 짜릿함을 안겨주는
한 장르 한 챕터의
찰리 채플린을 연상케 하는,
관객도 박수도 없는
우스꽝스러운 광대—그 자체였다.
누가 자신의 삶을
이토록 시트콤처럼 연출할 수 있을까?
⸻
그는 자신이 무능하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의 능력과 노력에
어울리지 않게 유능한 카지노 게임들이
그의 곁에 많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독단과 이중성에 질려
모두가 떠나고 말았다.
⸻
이 카지노 게임 ‘월드’에 남은 것은
그를 따르기보다는
월급에만 집중하는 중간 직원들,
혹은 그와 비슷한 무능하거나 얄팍한 카지노 게임들뿐이다.
그리고 그 세계는
그 누구의 동정도 받지 못한 채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침몰 중이다.
⸻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오늘도
이 이치를 몸소 실천 중이며,
회사 역시 서서히 멈춰가고 있다.
⸻
해야 할 것이 사라진 사무실.
카지노 게임들의 움직임이 멎은 공기청정기만이
제 ‘할 일’을 하는 그 미더운 공간에서
그는 여전히 미팅실의 책상머리에 앉아
생산성 없는 회의를 이어갈 것이다.
“이 대리를 다시 데려올 수는 없을까?”
그 의제를 두고,
자신이 가장 아끼는 ‘간신’들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회의를
오늘도 몇 시간씩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