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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듀키 May 02. 2025

카지노 게임 "김용명이 뻗은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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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류를 탄 듯한 인생은, 그 거칠고 험한 물길 속에서 꽤 괴이한 길로 나를 실어 날랐다. 나이도, 얼굴도, 사연도, 콘셉트도, 모든 게 애매하다는 무명 가수 김용명 씨에겐, 내 노래를 부를 수 없는 아주 분명한 이유가 하나 있었던 것이다.


동훈 형과 금자매에게 <쪼께만 줘보시요!를 발표했던 그날, 김카지노 게임에게도 곡이 전송되었다. 전화 속 그는, 매우 흥분한 목소리로 곡이 너무 좋다고 했다. 그런데 그 격양된 대화 속에서 유금미가 심상치 않은 문제점을 발견했다.


“잠깐만… 카지노 게임 씨. 말투가… 아니, 억양이… 왜 그러지? 혹시 고향이 어디야?”


스피커폰 속 김카지노 게임의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나는 내가 탄 배가 이미 급류에 휩쓸려 뒤집혔다는 걸 알 것 같았다.


“어… 저기… 대구입니다.”


“이거 봐. 명명! 주인 못 찾고 뺑뺑 돌다가 세상 빛도 못 보고 죽는 곡이, 바로 이런 곡이야. 넌 이런 곡을 꼭 피똥 싸며 써봐야 알겠어?”


“흠… 그냥 단순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 아닌가? 경상도 사투리로 바꿔 쓰자.”


“에이, 사투리마다 말맛이 달라서 이 느낌 안 날 것 같아. 사투리라는 건 창작자의 뿌리기도 한데… 아니, 그럼, 카지노 게임 씨가 자기 사투리로 고쳐 볼래?”


곡에서 호흡기를 떼버리자는 카지노 게임과 수술을 이렇게 하자는 카지노 게임, 이렇게 하면 소생 가능성이 낮으니 저렇게 해야 한다는 카지노 게임 사이에서, 나는 이미 저세상에 한발 다가선 내 첫 완성곡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스피커 속에서 한 번도 시도해 본 적 없는 기술을 시도해, 곡을 살려보자는 제안이 들려왔다.


[이 곡 그대로 부르고 싶습니다…! 제가 연습을 해 볼게요. 들어보시고 결정을 해주세요.]


그건 간절함이 뻗은 가지였다. 사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나이는 먹는다. 게다가 체해서 게워 내도 세월은 조금도 빠지질 않고 그대로 흡수된다. 몸 이곳저곳에. 그러니 조금이라도 빛이 나는 방향으로 손을 뻗는 건, 그 사람의 의지다. 카지노 게임 뻗은 가지가 그걸 깨닫게 했다. 그 가지가 너무 얇아 새도 앉지 않을 허약한 결심이라 해도. 당장은 아니더라도, 10년 후의 김용명은 수형이 아주 아름다운 나무가 되어있겠구나, 싶었다.


[남자들이 사투리 고치기 더 힘든 거 아시죠? 제가 그 힘든 걸 10년 만에 해낸 카지노 게임입니다. 하하. 흥분하면 어쩔 수 없지만, 저 서울말 완벽하게 합니다. 이 곡을 부를 때만큼은 뼛속까지 전라도 카지노 게임인 것처럼 연습할 겁니다.]


“에휴, 난 모르겠다! 금 누나들이 제작한다고 했고, 가수가 부른다고 하니, 할 말은 없는데. 아니, 전라도 행사만 돌 거야? 전라도에선 경상도 출신 가수 환영하고?”


그렇다. 이 곡은 태생적으로 제한이 너무 많다. 김카지노 게임에게도 결코 순탄한 선택이 아니다. 그런데 애매하게, 오랜 시간 꿈속을 헤매다 보면, 애매한 것을 너무 많이 보다 보면, 선명한 수를 발견하는 눈이 길러지기도 하나 보다.


[화개장터 같은 가수가 될 겁니다. 이 곡이요, 애매한 저에게 컨셉이 되고, 사연이 될 겁니다. 작곡가님, 두고 보세요.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질러서 화합이 필요할 때마다, 사람들은 이 곡을 부르고, 저를 부르게 될 겁니다.]


김카지노 게임은 곡을 만든 나보다도 더 자신 있게 말했다. 이 곡이 제 운명을 바꿀 것이라고, 자신의 출신과 나의 사연이 어떤 화합을 이루어 내는지, 두고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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