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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Aug 21. 2024

카지노 게임 산책

잠옷 입고 동네 한 바퀴



직장을 명퇴하고 나면 나는 오랫동안 여행을 하거나 아님 외국에 한 달 살기 하러 나가려 했다. 그런데 작년 대장암 수술 후 가릴 음식과 병원 정기체크로 국내에 칩거 중이다. 그런데 사실 해외여행도 5달 넘게 혼자 하고 나니 이제별로 떠나고 싶지도 않다. 일단 떠나라


나는 살아오면서그때 그때내게오는 모든 걸 행운으로 여기며 받아들였기에 이런 잠시 갇힌 상황도 좋다.


외동딸로 자라서 일남 팔 녀 집카지노 게임 시집갔다. 그렇게정신없이 살았던 삼사십 대도 지나고보니 다 내게 의식확장가져다 준축복이었다. 언제나 나를 믿고 지지해 주던 친정아버지 덕분에 20대 유학 가서 자유롭게 넓은 세계를 보고 살았다. 그러다 결혼 후 낯설고 고달픈 현실 생활이었지만 덕분에 가시송이 안에 밤알 익어가듯내면이 제대로 영글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사람은 언제나 앉은자리가 꽃자리다. 번뇌 즉 보리, 번뇌를 주는 그것이 내게 깨달음과 해탈 열반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걸 안다면 사람들은 자신에게 오는 모든 상황을 매 순간 아멘으로 환호하며 달게 받아들일 것이다.



비행기 타고 해외는 안 나가지만 나는 늘 여행가방을 챙기며 산다. 적어도 열흘에 한 번은 비워둔 시골집에 가 봐야 하니 대충 옷가지, 화장품, 약을 챙겨서 나선다. 그기 가도 다 내 살림가지가 있지만 한번 가면 며칠을 묶다 올 채비를 하고 간다. 쿠팡에서 미리 시킨 먹거리랑 챙길 것이 제법 많다.


게다가 이제 아산으로 내려온 큰 아들에게도 한 달에 한번 꼴로 가게 되니 더 바쁘다. 아산역에서 강남까지 ktx로 35분밖에 안 걸리니 이런저런 일로 자주 가게 된다. 그래서 본가인 마산집은 열흘씩 비우며 다닐 때도 있다. 그렇게 다니다 보니 여행가방 짐 챙기는 데는 언제나 5분이면뚝딱이다.


카지노 게임시골집 이층 통창카지노 게임 보이는 바깥 풍경





시골집에 오면 좋은 점은 모든 게 열린 공간이라는 이다. 하늘도 산도 카지노 게임길도 항상 내 앞에 열려있다. 카지노 게임에 이층 창을 통해 하늘을 보고 어슬렁 일어나서 특별히 글 쓰는 일이 없으면 마당으로 내려온다. 내가 심은 능소화가 너무 번성해 앞집 담을 넘기에 몇 해전 다 잘라버렸는데도 여전히 다시 뻗어있다. 바닥에 닿아 핀 꽃이 애처로워 몇 개 일으켜주고 마당풀을 뽑으려다 그냥 집 밖을 나선다.


카지노 게임옆집 담을 넘은 능소화
카지노 게임우리집 울타리에 남은 무궁화


우리 동네에 유난히 무궁화꽃이 많다. 새마을운동 시절에 대거 집을 지으면서 그때 울타리로 많이들 심었었다 한다. 나는 사철나무 사이에 있던 무궁화를 미안하지만 몇 년 전 홍가시나무를 심으면서 대충 다 뽑아버렸다. 그런데도 여전히 울타리 사이에 남은 무궁화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다. 나이 들면서 무궁화꽃이 이뻐 보인다. 전에는 우리나라 국화라고 해도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꽃으로 여겼었다.


부녀회장님 댁 돌담


앞집 부녀회장님 담을 지나 계곡의 물소리도 들으며 걷다 보니 세수는 당연히 안 했고 내가 잠옷 입은 채로 나온 거였다. (물론 잠옷이 잠옷이라 쓰인 것도 아니나 내겐 잠옷이다)

마늘 할머니댁 배나무에 배가 옹기종기 많이도 달렸다. 항상 남의 집 열매나 꽃이 더 실하고 좋아 보인다. 우리 집 마당 배나무에도 배가 몇 개 열렸는데 내 눈에 안 찬다.

이웃집 울타리에도 무궁화꽃
멀리서 보는 밭작물 색갈이 다 다르다. 고추는 수확을 다 하시고 남은 끝물이다


길 가다 도로까지 뻗어 나온 칡덩굴 꽃을 본다. 칡꽃이 저렇게 생겼구나 하며 찍었다. 내가 일하지 않고 바라보는 농사는 그저 낭만이다. 밭에 작물이 서 너 개는 심겨 있는데 무엇인지는 잘 모르나 보기에 다 싱싱하고 푸르러다.

우리 밭에 심은 베롱나무도 잘 자라 꽃이 피었다


이장님 댁 논도 지나 옆 동네 입구까지 갔다. 우리 동네는 작아서 5개 마을을 총괄하는 이장이 한 사람이다. 다섯 마을이 도로와 산, 계곡 사이로 다 흩어져 있다.


벼가 잘 익어가고 있다



어찌 걷다 보면 카지노 게임 산책길이 되어 그냥 또 걷는 이 평화, 이 자율, 이 여유가 좋다. 한 시간은 안 걸렸지만 삼 사십 분 걷는 동안 차도 사람도 안 만나는 동네, 그래서 좋다. 아무도 날 방해하지도 않는 이 카지노 게임 시간이 좋다. 이웃집 꽃도 과실도 농사지은 것도 실컷 보고 다 눈으로 마음으로 즐긴다.

색색 갈 모닝 글로리 나팔꽃이 너무 예쁘다. 구석에 숨어있는 칡꽃도


뒷집 할머니댁 맨드라미


아무도 봐주지 않는 들꽃, 나팔꽃, 호박꽃에게 눈길 주며 즐겁다. 그래도 내가 너희들 봐줘서 너희도 좋지? 하며 속으로 웃는다. 한 바퀴 돌고 오는데 뒷집 곱네댁 할머니 집 앞 길 가에 맨드라미가 곱게 피어있다. 어쩌다 나를 보면왔소? 하고 온 동네가 들리도록 소리치신다. 구십 중반의 연세에 허리도 구부러지지 않고 귀만 좀 어둡다.


나도 한때 마당에 맨드라미, 연못가에 채송화 심었었는데 다 사라져 버렸다. 봄 되면 좁쌀 마냥 빼곡히 올라오는 초록색이 무서워 뭔지도 모르고 내가 호미로 박박 몇 차례나 긁어버렸더니 그 후로 더 이상 나지 않았다. 시골 생활이 아름다운 그림이 되려면 시간과 에너지가 엄청 들어가니 이제 나는 대충 즐기려는 편이다.

나도 집 짓고 처음 사 오 년은 열심히 꽃 심고 풀 뽑고 했는데 역부족이었고 그건 내가 지향하는 삶이 아니었다. 시골이 좋은 건 첫째 공기 좋고 여유로운 삶이었는데 마당과 밭 일에 메이는 순간, 그건 더 이상 여유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곳도 몇 년 전만 해도 여름에도 카지노 게임저녁이 선선했는데 갈수록 다르다. 덥기는 지리산도 마찬가지라 낮에는 점심을 먹으러 근처에 안 가본 만두전골집을 갔다. 가는 동안 더워서 차라리 집에서 먹을 걸 후회를 했다. 먹고 오다 고개 마루 국숫집에서 양파 한 망을 샀다. 유기농이라며 한 망에 2만 원을 주었다. 함양 양파는 단단하고 야물어서 잘 무르거나 상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번지없는 주막은 아주 오래된 국수집카지노 게임


국숫집은 큰 느티나무가 있어서 그 아래 먹는 잔치국수가 별미다. 일 년 중 3월에 열어서 11월이면 문을 닫는다. 겨울 석 달 장사 안 해도 돈 잘 버는 경상도와 전라도 경계지역의 오래된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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