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명퇴하고 나면 나는 오랫동안 여행을 하거나 아님 외국에 한 달 살기 하러 나가려 했다. 그런데 작년 대장암 수술 후 가릴 음식과 병원 정기체크로 국내에 칩거 중이다. 그런데 사실 해외여행도 5달 넘게 혼자 하고 나니 이제별로 떠나고 싶지도 않다. 일단 떠나라
나는 살아오면서그때 그때내게오는 모든 걸 행운으로 여기며 받아들였기에 이런 잠시 갇힌 상황도 좋다.
외동딸로 자라서 일남 팔 녀 집카지노 게임 시집갔다. 그렇게정신없이 살았던 삼사십 대도 지나고보니 다 내게 의식확장을 가져다 준축복이었다. 언제나 나를 믿고 지지해 주던 친정아버지 덕분에 20대 유학 가서 자유롭게 넓은 세계를 보고 살았다. 그러다 결혼 후 낯설고 고달픈 현실 생활이었지만 덕분에 가시송이 안에 밤알 익어가듯내면이 제대로 영글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사람은 언제나 앉은자리가 꽃자리다. 번뇌 즉 보리, 번뇌를 주는 그것이 내게 깨달음과 해탈 열반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걸 안다면 사람들은 자신에게 오는 모든 상황을 매 순간 아멘으로 환호하며 달게 받아들일 것이다.
비행기 타고 해외는 안 나가지만 나는 늘 여행가방을 챙기며 산다. 적어도 열흘에 한 번은 비워둔 시골집에 가 봐야 하니 대충 옷가지, 화장품, 약을 챙겨서 나선다. 그기 가도 다 내 살림가지가 있지만 한번 가면 며칠을 묶다 올 채비를 하고 간다. 쿠팡에서 미리 시킨 먹거리랑 챙길 것이 제법 많다.
게다가 이제 아산으로 내려온 큰 아들에게도 한 달에 한번 꼴로 가게 되니 더 바쁘다. 아산역에서 강남까지 ktx로 35분밖에 안 걸리니 이런저런 일로 자주 가게 된다. 그래서 본가인 마산집은 열흘씩 비우며 다닐 때도 있다. 그렇게 다니다 보니 여행가방 짐 챙기는 데는 언제나 5분이면뚝딱이다.
시골집 이층 통창카지노 게임 보이는 바깥 풍경
시골집에 오면 좋은 점은 모든 게 열린 공간이라는 것이다. 하늘도 산도 카지노 게임길도 항상 내 앞에 열려있다. 카지노 게임에 이층 창을 통해 하늘을 보고 어슬렁 일어나서 특별히 글 쓰는 일이 없으면 마당으로 내려온다. 내가 심은 능소화가 너무 번성해 앞집 담을 넘기에 몇 해전 다 잘라버렸는데도 여전히 다시 뻗어있다. 바닥에 닿아 핀 꽃이 애처로워 몇 개 일으켜주고 마당풀을 뽑으려다 그냥 집 밖을 나선다.
옆집 담을 넘은 능소화
우리집 울타리에 남은 무궁화
우리 동네에 유난히 무궁화꽃이 많다. 새마을운동 시절에 대거 집을 지으면서 그때 울타리로 많이들 심었었다 한다. 나는 사철나무 사이에 있던 무궁화를 미안하지만 몇 년 전 홍가시나무를 심으면서 대충 다 뽑아버렸다. 그런데도 여전히 울타리 사이에 남은 무궁화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다. 나이 들면서 무궁화꽃이 이뻐 보인다. 전에는 우리나라 국화라고 해도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꽃으로 여겼었다.
부녀회장님 댁 돌담
앞집 부녀회장님 담을 지나 계곡의 물소리도 들으며 걷다 보니 세수는 당연히 안 했고 내가 잠옷 입은 채로 나온 거였다. (물론 잠옷이 잠옷이라 쓰인 것도 아니나 내겐 잠옷이다)
마늘 할머니댁 배나무에 배가 옹기종기 많이도 달렸다. 항상 남의 집 열매나 꽃이 더 실하고 좋아 보인다. 우리 집 마당 배나무에도 배가 몇 개 열렸는데 내 눈에 안 찬다.
이웃집 울타리에도 무궁화꽃
멀리서 보는 밭작물 색갈이 다 다르다. 고추는 수확을 다 하시고 남은 끝물이다
길 가다 도로까지 뻗어 나온 칡덩굴 꽃을 본다. 칡꽃이 저렇게 생겼구나 하며 찍었다. 내가 일하지 않고 바라보는 농사는 그저 낭만이다. 밭에 작물이 서 너 개는 심겨 있는데 무엇인지는 잘 모르나 보기에 다 싱싱하고 푸르러다.
우리 밭에 심은 베롱나무도 잘 자라 꽃이 피었다
이장님 댁 논도 지나 옆 동네 입구까지 갔다. 우리 동네는 작아서 5개 마을을 총괄하는 이장이 한 사람이다. 다섯 마을이 도로와 산, 계곡 사이로 다 흩어져 있다.
벼가 잘 익어가고 있다
어찌 걷다 보면 카지노 게임 산책길이 되어 그냥 또 걷는 이 평화, 이 자율, 이 여유가 좋다. 한 시간은 안 걸렸지만 삼 사십 분 걷는 동안 차도 사람도 안 만나는 동네, 그래서 좋다. 아무도 날 방해하지도 않는 이 카지노 게임 시간이 좋다. 이웃집 꽃도 과실도 농사지은 것도 실컷 보고 다 눈으로 마음으로 즐긴다.
색색 갈 모닝 글로리 나팔꽃이 너무 예쁘다. 구석에 숨어있는 칡꽃도
뒷집 할머니댁 맨드라미
아무도 봐주지 않는 들꽃, 나팔꽃, 호박꽃에게 눈길 주며 즐겁다. 그래도 내가 너희들 봐줘서 너희도 좋지? 하며 속으로 웃는다. 한 바퀴 돌고 오는데 뒷집 곱네댁 할머니 집 앞 길 가에 맨드라미가 곱게 피어있다. 어쩌다 나를 보면왔소? 하고 온 동네가 들리도록 소리치신다. 구십 중반의 연세에 허리도 구부러지지 않고 귀만 좀 어둡다.
나도 한때 마당에 맨드라미, 연못가에 채송화 심었었는데 다 사라져 버렸다. 봄 되면 좁쌀 마냥 빼곡히 올라오는 초록색이 무서워 뭔지도 모르고 내가 호미로 박박 몇 차례나 긁어버렸더니 그 후로 더 이상 나지 않았다. 시골 생활이 아름다운 그림이 되려면 시간과 에너지가 엄청 들어가니 이제 나는 대충 즐기려는 편이다.
나도 집 짓고 처음 사 오 년은 열심히 꽃 심고 풀 뽑고 했는데 역부족이었고 그건 내가 지향하는 삶이 아니었다. 시골이 좋은 건 첫째 공기 좋고 여유로운 삶이었는데 마당과 밭 일에 메이는 순간, 그건 더 이상 여유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곳도 몇 년 전만 해도 여름에도 카지노 게임저녁이 선선했는데 갈수록 다르다. 덥기는 지리산도 마찬가지라 낮에는 점심을 먹으러 근처에 안 가본 만두전골집을 갔다. 가는 동안 더워서 차라리 집에서 먹을 걸 후회를 했다. 먹고 오다 고개 마루 국숫집에서 양파 한 망을 샀다. 유기농이라며 한 망에 2만 원을 주었다. 함양 양파는 단단하고 야물어서 잘 무르거나 상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번지없는 주막은 아주 오래된 국수집카지노 게임
국숫집은 큰 느티나무가 있어서 그 아래 먹는 잔치국수가 별미다. 일 년 중 3월에 열어서 11월이면 문을 닫는다. 겨울 석 달 장사 안 해도 돈 잘 버는 경상도와 전라도 경계지역의 오래된 명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