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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위에 내리는 비 Apr 03. 2025

목우씨의 詩詩하게 살자(299)

제299편 : 김용택 시인의 '빗장'


@. 오늘은 김용택 시인의 시를 배달합니다.


빗장
김용택

내 마음이
카지노 게임 향해
언제 열렸는지
시립기만 합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논둑길을 마구 달려 보지만
내달아도 내달아도
속떨림은 멈추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시도 때도 없이
곳곳에서 떠올라
비켜주지 않는 카지노 게임 얼굴 때문에
어쩔 줄 모르겠어요
무얼 잡은 손이 마구 떨리고
시방 카지노 게임 생각으로
먼 산이 다가오며 어지럽습니다
밤이면 밤마다
카지노 게임 향해 열린
마음을 닫아 보려고
찬바람 속으로 나가지만
빗장 걸지 못하고
시린 바람만 가득 안고
돌아옵니다.
- [참 좋은 카지노 게임](2004년)

*. 빗장 : 문을 닫고 밖에서 열지 못하도록 가로질러 잠그는 막대기

#.김용택 시인(1948년 출생) : 전북 임실 출신으로 00농고가 최종 학력인데, 교사채용시험을 통해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정년퇴직. 1982년 [창작과비평사]를 통해 등단했고, ‘섬진강 시인’이란 별명을 얻었으며, 제12회 [소월시문학상] 수상.


카지노 게임(빗장 -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퍼옴)



<함께 나누기

시골집에 사는 이유 가운데 몇 가지 장점을 얘기합니다. 상투적으로 하는 말, ‘공기 좋고 물 맑다.’ ‘인심이 참 좋다.’ ‘이웃끼리 얼굴 붉힐 일이 도시보다 훨씬 적다.’ ‘문 닫지 않고 가만 놔둬도 도둑이 들지 않는다.’
마지막 말대로 우리도 처음 이사와 문을 잠그지 않고 나다녔는데 하루는 돌아오니 귀금속이 다 없어졌습니다. 그 뒤 바로 한 일이 도어록 달고 방범창을 설치입니다. 빗장은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도어록과 방범창인 셈입니다.

시로 들어갑니다.

“내 마음이 / 카지노 게임 향해 / 언제 열렸는지 / 시립기만 합니다”

빗장은 진짜 문에도 달리지만 우리 마음의 문에도 달렸습니다. 마음의 문에 빗장을 지르면 어떤 사람도 그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없습니다. 나는 사람을 경계하여 평소 빗장을 질렀지만 오직 당신만을 위해 빗장이 열리도록 해놓았습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빗장 열어놓았는지 찬바람이 들어와 시릴 정도인데도 당신은 찾아오지 않습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 / 논둑길을 마구 달려 보지만 / 내달아도 내달아도 / 속떨림은 멈추지 않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는 카지노 게임 찾으러 논둑길을 달려보지만 내 속떨림만 여전할 뿐 당신은 보이지 않습니다. 도대체 당신은 어디 있나요, 당신은 왜 제 물음에 답을 하지 않는가요, 당신은 영영 내게 오지 않으련지요?

“하루종일 시도 때도 없이 / 곳곳에서 떠올라 / 비켜주지 않는 카지노 게임 얼굴 때문에 / 어쩔 줄 모르겠어요”

사랑의 열병을 앓는 사람은 일을 해도, 공부를 해도, 운전을 해도 온통 그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린다고 하지요. 사랑의 열병을 쾌차시키는 특효약은 그대를 만나 사랑하는 일밖에 없는데 카지노 게임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그려.

“무얼 잡은 손이 마구 떨리고 / 시방 카지노 게임 생각으로 / 먼 산이 다가오며 어지럽습니다”

나는 카지노 게임 사랑하는 마음에 당신 포로가 되었습니다. 어지러워 어쩔 줄 모르지만 카지노 게임 벗어날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나를 깨뜨리거나 종국엔 떠날지라도 잠깐만 찾아와 줘도 만족합니다. 비록 서럽고 가슴 아픈 사랑이라도 곁에 머물러만 주신다면 어떤 고난도 어떤 아픔도 다 받아들이겠습니다.

“카지노 게임 향해 열린 / 마음을 닫아 보려고 / 찬바람 속으로 나가지만 / 빗장 걸지 못하고 / 시린 바람만 가득 안고 / 돌아옵니다”

당신을 잊으려 풀어놓은 빗장을 걸려 나갔지만 결국 걸지 못하고 시린 바람만 가득 안고 돌아옵니다. 이런 사랑이라야, 자기 몸과 마음을 다치는 사랑이라야, 아니 자신을 온전히 불사르는 사랑이라야 진짜 사랑 아닐까요.

이 시를 사랑의 시(연시 -戀詩)로 보지 않고 달리 보는 평론가도 적지 않습니다. 즉 당신을 사랑하는 한 남성(또는 여성)에 한정하지 말자는. 당신을 일반화시켜 우리들 모두가 지닌 마음의 문에 쳐놓은 빗장을 걷우자는 노래로.
먼저 나를 열어야 합니다. 나를 열지 않고는 어느 누구에게도, 어떤 상황에서든 달려갈 수 없습니다. 내가 사랑받기 위해선 내가 먼저 그에게로 다가가야 합니다. 먼저 빗장 걷은 사람만이 남의 빗장 열 자격이 있다고 시인은 말하려 함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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