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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위에 내리는 비 Apr 24. 2025

온라인 카지노 게임 詩詩하게 살자(311)

제311편 : 오은 시인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

@. 오늘은 오은 시인의 시를 배달합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오은

옛날옛적에 매의 주인이 있었어
천연기념물인데 매에도 주인이 있어?
이야기는 중단된다

너는 꼭 매를 벌어
번다는 건 얻는다는 거야?
이야기의 앞길이 막힌다

매는 맷과야
독수리가 수릿과인 것처럼?
이야기는 공회전한다

내가 매를 꿩으로 본 거지
매를 솔개로 보는 것보다는 낫지
이야기는 불시착한다

너는 매번 이런 식이지
매를 번 사람이어서 그런 걸까?
이야기는 회항한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떼는 사람 이전에
그것을 단 사람이 있었듯
- 계간 [열린시학](2023년 겨울호)

#.오은 시인(1982년생) : 전북 정읍 출신으로 20세인 2002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 ‘Daum’에서 빅데이터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퇴직, 2018년부터 [예스24]에서 제작하는 팟캐스트 '책읽아웃'을 진행. 시인은 언어유희(일종의 말장난)를 활용한 시를 많이 쓴다는 평을 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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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누기

몽골 지배를 받던 고려 때 매사냥이 성행했습니다. 어느 정도였는가 하면 사냥매를 사육하는 응방(鷹房)이란 관청이 따로 있을 정도로. 당시 궁궐에서 시작된 매사냥은 귀족 사회로까지 번져나가 많은 이들이 매사냥을 즐겼습니다.
이렇게 매사냥 인구가 늘어나다 보니 길들인 사냥매를 도둑맞는 일이 잦아졌는데 매를 훈련하기 힘들다 보니 차라리 훔치기로 했는지... 이 때문에 서로 자기 매의 깃에 특별한 꼬리표를 달아 표시했는데 그것을 ‘온라인 카지노 게임’라고 했습니다. 그걸 몰래 떼와 자기 매에 달고는 자기 것인 양했습니다.

이처럼 사냥매 깃에 붙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떼 버린 상태인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떼다’란 관용어가 현재는 '알고도 모르는 체하다'라는 뜻으로 변했습니다. 이 관용어는 자신이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도 그렇게 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할 때 주로 쓰입니다.

오늘 시에서도 오은 시인의 '언어유희(말장난)'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옛날옛적에 매의 주인이 있었어 / 천연기념물인데 매에도 주인이 있어? / 이야기는 중단된다”

시는 친구인 두 사람의 대화 형태로 전개됩니다.
갑 친구가 옛날에 매에게도 주인이 있었다고 하자, 을 친구가 반론을 제기합니다. 매는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조류인데 어찌 주인이 있느냐고. 말대로라면 하늘 나는 매는 주인이 없는데 왜 주인이 있는 것처럼 우기느냐는 말입니다. 그러니 둘의 대화가 중단될 수밖에요.

“너는 꼭 매를 벌어 / 번다는 건 얻는다는 거야? / 이야기의 앞길이 막힌다”

이 시행에도 언어유희가 나옵니다. 하늘을 나는 ‘매’와 육체적 체벌인 ‘매’를 동일시하여 비트는. 거기에 하나 더 보탭니다. ‘매를 벌다’ 할 때 ‘벌다’와 '돈을 벌다'의 '벌다'가 같은 뜻이냐고. 그러니 다시 한번 대화가 막힙니다.

“매는 맷과야 / 독수리가 수릿과인 것처럼? / 이야기는 공회전한다”

‘매를 벌다’와 ‘돈을 벌다’에서 '벌다'의 뜻은 다르다고 주장하는 갑이 내놓은 해명에 을은 수긍하려 들지 않습니다. 즉 매는 맷과에 속하고 독수리는 수릿과에 속하니 다르다는 식으로 주장하니 다시 대화가 공회전하고 맙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떼는 사람 이전에 / 그것을 단 사람이 있었듯”

마지막으로 판관인 화자가 나타나 정리합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떼다'란 말 나오기 이전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 달다'란 말이 먼저 있었다고.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습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떼다’란 관용어가 있다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 달다’란 관용어도 있어야 합니다.
그럼 시인은 이 시를 어떤 의도로 썼을까요? 아시다시피 지금 세상엔 온라인 카지노 게임 다는 사람은 없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떼며 사는 사람뿐입니다. 자기가 해놓고 하지 않았다고 우깁니다. 정치인도 법조인도 당연히 온라인 카지노 게임 떼며 삽니다. 마치 그렇게 해야 그 자격에 맞는 듯이.

예전에 검사 되고자 하는 사람은 범죄자를 처벌하여 사회를 안정하게 하고, 판사가 되려는 사람은 공정한 재판을 통하여 억울한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서라 답했습니다. 지금은 다르게 말하지요. 검사가 되려 함은 자신이 잘못 저질렀을 때 빠져나가기 위함이요, 판사가 되려 함은 혼자 한 사람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맛을 보려고.

평범한 사람도 이제 그들을 잘(?) 본받아 자기가 저지른 잘못을 절대로 인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법을 갖고 노는 사람들이 하는 짓거리를 너무나 많이 보았으니까요. 정말 큰일입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떼는 사람만 지천인 세상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 달려는 사람은 보이지 않으니까요. 이런 세상을 우리가 원하고 있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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