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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수 최정희 Mar 11. 2025

김경주 시인의 시에 매료된 이유

낯설고 신비롭고 자유로우면서도 몽환적이다.

내가 김경주 시인의 시에 매료된 이유

낯설고 신비롭고 자유롭고도 몽환적인 시


문득 시가 읽고 싶은 날이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책장에서 2009년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을 꺼내 펼쳤다. 이 책은 2009년 출판된 책이라 누렇게 바랬는 데다 책배는 무엇이 묻어 얼룩얼룩하다. 시집을 두 손을 잡고 펼쳤다.


제목 '연두의 시제'가 눈에 들어온다. '마지막으로 그 집의 형광등 수명을 기록한다'라는 첫 행을 읽는 중에 이 시가 김경주 시인의 시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타임머신 버튼을 누른 듯 마음이 갑자기 ' 나능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란 시집을 살 때로 흘러간다. 김경주 시인의 시를 처음 읽던 때로 흘러간다.


연두의 시제

김경주


마지막으로 그 집의 형광등 수명을 기록한다 아침에 늦게 일

어난다는 건 손톱이 자라고 있다는 느낌과 동일한 거 저녁에 잠

들 곳을 찾는다는 건 머리칼과 구름은 같은 성분이라는 거 처음

눈물이라는 것을 가졌을 때는 시제를 이해한다는 느낌, 내가 지

금껏 이해한 시제는 하루 종일 딸들의 머리를 땋아주던 여자가

중얼거리던 화음의 중간만을 기억하는 거

이하 생략


나는 김경주 시인의 시가 좋다. 우연히 교보문고에서 집어든 시집이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였다. 오래전 이 시집을 살 때 김경주 시인이 얼마나 유명한지 , 시가 얼마나 어려운지, 이 시집이 14번째 판인지 전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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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서 이 시집을 펴고 읽자마자 나는 갑자기 낯선 세상에 떨어졌다. 놀라 고개를 들고 사방을 살펴보았다. 이때껏 본 적이 없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아바타 영화 속 장면처럼 말이다. 이게 내가 시를 읽을 때의 느낌이다.


가슴속에 시인에게 펜레터를 보고 싶은 마음이 뭉실뭉실 일어났다. 펜레터를 보내진 못했다. 이 글이 펜레터이고 감사의 편지가 되면 좋겠다.


내가 시의 의미를 파악해서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어렵다고 하는 시를 내가 어떻게 해서 술술 읽었는지 까닭을 지금도 모른다. 내가 왜 김경주 시인의 시에 빠졌을까 다시 생각해 본다. 마음속에는 감동의 물결이 일렁이지만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 그래서 쳇 gpt에게 물어본다.


쳇 gpt의 대답은 이렇다. 김경주 시인의 작품은 자유로운 연상 작용과 파격적인 언어 조합이 특징입니다. 전통적인 운율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감각적이고 몽환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새로운 시적 공간을 창조합니다. 시간, 공간, 감각이 서로 섞이는 듯한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쳇 gpt의 대답에서 내가 김경주 시인의 시에 빠져든 이유를 정리해 본다. 김경주 시인의 시가 전통적인 운율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아 낯설고 새로웠던 것이다. 시적 공간이 주는 감각적이고 몽환적이고 초현실적 분위기에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렸던 것이다. 즉 김경주 시인의 시 속 세계는 영화 아바타의 장면들처럼 내게 낯설고 새로운 세상이었던 것이다. 시인이 골라낸 단어들이 만든 문장과 문장이 혼합되면서 만들어 낸 시의 세상, 그곳의 낯설고 새롭고 아름답고 몽환적인 분위기에 내가 젖어들었기 때문이다. 의미를 파악해서가 아니었다.


김경주 시인의 시는 단어와 단어가 만나서 된 문장들이 서로 연속성이 없어 보이는데도 바람 부는 날 뭉게구름 흐르듯 흘러간다. 냇물이 흘러가듯 굽이굽이 흘러간다. 강물이 흐르듯 굽이쳐 흘러간다. 파도가 몰려오듯 몰려왔다 밀려간다. 어디 한 군데 막힘이 없이 술술 자유롭게 흐른다. 자유로우면서도 아름답고 신비스럽게 흐른다. 어딘가에 구속되었던 내가 스르르 풀려나고 있는 것만 같다. 김경주 시인의 시를 읽으면 내가 낯설고도 먼바다로 흘러가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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